| 본생경本生經은 부처님 전생의 보살행 이야기
부처님이 출현하셨을 당시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다. 6년 고행만으로 위대한 부처님이 될 수 있나. 수많은 전생에 보살로 수행하고 선업을 쌓은 결과라야 납득이 되었다. 부처님도 간간히 전생담을 설하셨는데 교화 방편이었던 듯하다. 여러 생을 거친 성불은 제자·신자들에게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부처님 열반 후에는 현생에서 내생으로 이어지는 대승보살 사상으로 발전했다.
『본생경』은 부처님 전생담을 결집한 것이다. 보살의 수행과 선업을 우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펼쳐놓았다. 국왕, 상인, 도둑, 동물이 등장하며 전개가 절묘하고 결말이 교훈적이다. 전쟁에 나가면 싸움 없이 적을 감복시켜 평화를 성취한다. 장사를 하면 지혜롭게 돈을 벌어 선행을 베푼다. 세속을 소재로 해서 불법이 부드럽게 다가간다. 초기불교가 세속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부처님 전생인 설산동자의 투신. 제행무상 시생멸법의 뒷부분이 궁금해진 동자가 나찰과 협상을 했다. 생멸멸이 적멸위락을 마저 듣고 자기 육신을 바쳤다. 사구게를 바위에 새기고는 제석천으로 변한 나찰의 품에 안겼다. 목숨 바쳐 진리를 구하는 절실함이 감동을 준다. 성불의 목적이 명확하며 보살행의 다생 누적이라는 수단은 치열하다.
『본생경』 우화는 연극 대본처럼 완성도가 높다. 큰 줄거리 속에 작은 에피소드들이 들어있고 다양한 개성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토끼가 배고픈 탁발승을 위해 불에 뛰어드는 우화가 대표적이다. 달에 토끼 그림이 그려진 연유, 방아 찧는 옥토끼 설화의 원형이다. 『본생경』 우화들은 재미와 교훈이 뛰어나 오래 전승되고 널리 퍼졌다. 그리스신화, 아랍 야화, 우리 전래 동화에 흔적을 남겼다. 자긍심을 가져야 하며 그 진가를 몰라봄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부처님 전생, 인과와 윤회는 지식·신앙보다는 신심의 영역이다. 실화는 지식과, 신화는 신앙과, 우화는 신심과 통한다. 우화는 알음알이 지식보다 지혜롭고 실천적이며 참선 깨달음보다 쉽고 친근하다. 우화에 대한 신심은 독생자 식의 신앙에 비해 수평적·인간적이다. 『본생경』을 깊이 새겨서 차가운 과학·철학, 영성에 치우친 신앙을 중도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지혜·자비를 체득해서 무애의 실천을 할 수 있다.
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많은 이야기 하나. 왕의 고문관이 길에서 죽은 쥐를 발견하고 “근면한 사람은 이걸로 시작해 부자가 될 수 있겠다”라 말했다. 그걸 들은 청년이 쥐를 집어가 고양이 주인에게 팔았다. 몇 번의 거래를 거쳐 장사 밑천을 마련했고 나중에 부유한 상인이 되었다. 청년이 사연을 말하며 재산의 절반을 내놓자 고문관은 그를 사위와 후계자로 삼았다. 상인은 거래로 선업을 쌓은 보살이었고 그 공덕으로 내생에 부처가 되었다. 보살이 지혜·자비의 실천으로 성불하듯이, 기업은 거래로 선업을 쌓아서 위대함에 이른다.
| 기업은 유익한 거래를 계속해야 위대함을 실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해 ‘그의 이름 대한이로세’로 끝나는 동요가 있다. 말 잇기 재미에 빠져 마지막 애국 노래까지 부르게 만든다. 사물간의 공통점을 연결고리로 해서 소박하게 시작, 창대하게 마무리한다. 기업 활동의 연결고리는 무엇이며 출발점과 목적지는 어디인가. 연결고리에 무지·무관심한 채 뿌리 없이 표류하며 무작정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기업은 거래 연결의 힘으로 유지·성장한다. 문제는 거래를 수단, 손익을 그 성과, 보유현금 혹은 주가를 목적으로 보는 것이다. 돈만 쫓는 거래는 악업을 지으며 고통을 주고받게 만든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잘못된 거래의 전형이다. 모기지 회사, 파생상품 금융사, 신용평가기관은 끼리끼리 부당거래로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반면 서민들은 집을 뺏기고 정부는 부실을 떠안았다. 비트코인은 투기거래 중독자들, 이를 조장하는 전문가와 금융기관들이 선의의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거래는 기업생존의 기반이다. 호수의 오리가 물속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떠 있는 것과 같다. 오리는 다리로 물을 밀어내고 반작용으로 양력揚力을 얻는다.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갈 거去 올 래來의 거래이다. 기업은 매순간 고객·사회에 무언가를 주고 그 대가로 살아간다. 규모가 커질수록 돈 이상의 가치를 주고받아야 생존이 무난하고 존경도 받는다. 요즘 재벌들은 가라앉을 듯 위태로운 덩치 큰 오리라 하겠다. 이익·현금은 몸을 무겁게 할 뿐, 거래로 선업을 축적해야 고통더미 속에 가라앉지 않는다. 거래로 공감·신뢰를 얻으면 생존·성장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캐나다의 백수 청년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빨간 클립 한 개로 물물교환을 시작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 기준은 딱 하나, 더 좋은 것과 바꾸기. 인터넷 사이트에서 거래를 계속 이어가 14번 만에 진짜 집을 장만했다. 가능성 50%의 거래를 14번 차질 없이 성공시킬 확률은 1만 6천분의 1이다. 대단히 낮지만 제로는 아니며 완성하는 순간의 확률은 1이다. 기업이 유익한 거래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면 어느 순간 위대함에 도달하게 된다.
알바트로스는 한번 날면 수십 일 동안 수천 킬로미터를 활공한다. 비결은 날개 동작을 멈추고 기류에 올라타는 것. 기업이 이익·현금에 치중하면 물에서 버둥대는 오리 신세를 못 벗어난다. 기류의 양력을 인지·활용해야 창공을 가로지르는 알바트로스가 된다. 기업이 선업의 거래를 계속해 임계치를 넘으면 힘들이지 않고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무주상의 비움과 나눔을 이어가면 이해 당사자들이 행복해져서 그들이 기업을 외호한다.
본생의 본本은 뿌리박고 서 있는 나무 형상이다. 전생은 과거 시간, 본생은 시간을 초월한 생의 근본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기업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갈 그 무엇. 창업 이전의 본면목, 궁극적 지향점은 일종의 화두이다. 기업은 중생에서 부처로 나아가는 보살이어야 한다. 거래로 선업을 쌓아야 발전하고 악업을 행하면 퇴보한다. 선업·악업의 기준은 위대함에 기여하는가이다. 위대함은 통연명백洞然明白하지만 수행·실천해야 깨닫고 입증할 수 있다. 불교의 성불成佛처럼 기업은 성업成業, 위대한 사업의 완성을 목적으로 삼아야겠다.
| 지혜·자비의 거래 누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진리를 자부하는 불교는 무기력한데 악업이 예사인 기업은 활기차다. 보시와 거래를 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보시는 당장 희생을 요구하며, 보살행 공덕과 성불 과보는 추상적이면서 아득하다. 거래는 이익과 가깝고 고통이 내 일이 아니어서 본능에 부합한다. 신심으로 본능을 거슬러야 보시와 보살행이 실천된다. 실천‘한다’가 아니라 실천‘된다’이다. 『본생경』의 보시 인과와 보살 윤회를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 오리의 다리 동작은 타산 따지는 거래, 알바트로스의 활공은 신심으로 실천하는 보시와 보살행이다.
수행을 주기, 깨달음을 받기로 보면 알음알이에 갇히고 사회와 괴리된다. 보살행은 먼저 주기, 수행은 나중 받기가 아닐까. 그 둘을 성불을 향한 적극적 거래로 보자. 보살행·수행의 주고받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성불이 이루어진다. 미래 부처의 본생으로 이 순간 어딘가에서 보살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믿어야 보살행이 생업의 중심이 되고, 불교는 실천의 종교로 거듭난다.
불교는 기업과 거래로 관계 맺어야 한다. 기업은 혼자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불교가 먼저 바뀌어서 기업을 변화시켜야 한다. 불교부터 안팎의 거래들이 무주상 보시인지 점검해야겠다. 물건 소비, 돈 관리는 그 자체로 마음공부의 소재이다. 가진 것이 많은 불교가 맘껏 비워내 기업 고통을 줄여주고 악업을 짓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기업경영을 거래 선업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거래로 내는 이익은 허상이며 선업을 쌓아야 마음이 행복하고 몸도 건강해진다. 거래의 성사와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근본적·장기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이익을 내느라 종업원과 거래선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회계결산 외에 위대한 기업에 접근하는 정도를 평가해도 좋겠다. 기업가 자신부터 경영 활동을 통해 무엇을 주고받는지 살펴야 한다. 탐욕을 내어 고통 받는가 아니면 보살행을 주고서 성불을 수기 받는가.
오는 초파일의 슬로건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이다. 현수막 장식이나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혜·자비의 거래를 일으켜 아름다움을 실제로 퍼뜨려야겠다. 지혜의 거래, 불경의 사구게들을 SNS로 릴레이 전송하자. 자비의 거래, 사찰 마당마다 보시 장터를 개설하면 어떨까. 남은 기간 50일, 엄청난 지혜·자비의 거래들이 누적될 수 있다. 초파일 저녁 보시 한 건이 사구게 연등 하나로 빛나리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시에 움직이니 O2O(Online to Offline) 활동이다. 각자의 빨간 클립 한 개를 갖고서 불국토 집을 마련하는 거래를 시작해보자.
이언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와 부산발전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바른경영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대학 때부터 불교를 공부하였으며, 불교와 경영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불교와 경영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