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 도서]
저작·역자 | 공만식 | 정가 | 27,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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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18-02-05 | 분야 | 불교 학술 |
책정보 |
판형 신국판(152×225mm) | 양장|두께 25mm | 464쪽 | ISBN 978-89-7479-385-2 (93220) |
초기불교 빨리어 문헌에서 대승불교 한역 문헌까지
경(經)‧율(律)‧론(論), 삼장(三藏) 속 음식 관련 내용을 통해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에 관해 고찰한 국내 최초의 연구서
공만식
• 영국 런던대 SOAS와 King’s College에서 음식학과 종교학 수학(2016)
학위 논문: 「Food and Craving in Early Buddhist Monasticism focusing on Pali Literature」
•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불교사와 초기불교 수학(2004)
학위 논문: 「A Critical Study of the Buddha’s Biography」
• 동국대 연구초빙교수 역임(2008~2010)
• 동국대 불교학과 석사, 학사
머리말
1장. 초기불교 우주론과 음식의 본질
1. 청정성에 관한 바라문의 주장에 대한 비판
2. 불교 수행자를 위한 우화로서의 <아간냐경>
3. 우주, 그 상태의 악화
4. 음식의 객관적 양상과 구성 요소
5. 음식과 욕망, 그리고 세계
6. 음식과 성욕의 관계
7. 인간의 행위와 자연과의 관계
2장. ‘먹는다’는 결정
1. <아간냐경>의 해석
2. 극단적 형태의 단식 거부
3. 불교에서 허용된 고행, 두타행
4. 비시식: 경전에 나타난 오후불식
5. 명상 수행의 예비 단계로서의 음식 수행
6. 음식이 가진 위험성: 맛과 양
7. 기독교 수도원 생활의 유사한 문제점
8. 식탐에서 성욕으로
3장. 불교 계율의 음식 규정
1. 불교 율장에서 음식 계율의 위치
2. 열 가지 음식 관련 바일제 조항
3. 금주 조항
4. 음식 관련 중학법
4장. 비구니 불공 음식 계율
1. 비구니 바일제
2. 여덟 가지 미식에 대한 비구니 회과법
5장. 금지 음식
1. 약건도의 음식 범위
2.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시각
3. 육식에 대한 시각
6장. 음식 관련 수행
1. 염식상과 신념처
2. 염식상
3. 음식에 대한 탐욕의 근본 처방으로서
사념처 수행
결론
참고문헌
욕계(欲界) 최초의 중생은 거친 음식을 먹고 남녀의 구분이 생겼다?
코끼리 고기와 말고기는 먹지 말라?
음식 관련 계율은 재가 사회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초기불교 빨리어 문헌에서 대승불교 한역 문헌까지
경(經)‧율(律)‧론(論), 삼장(三藏) 속 음식 관련 내용을 통해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에 관해 고찰한 국내 최초의 연구서
불교의 음식문화는 불교의 정체성 문제로 소급될 수 있는 중요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불교에서 음식과 욕망의 문제는 불교의 우주론을 구성하고 있으며, 불교가 추구하는 수행자의 궁극적 자세와 수행 체계의 하나를 구성하기까지 그 공간과 부피를 키워 왔다.
그렇다면 불교에 있어 음식은 어떤 존재인가?
이 책은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음식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그 변화에 이르기까지 빨리어 삼장(三藏)을 비롯한 여러 불교 문헌은 물론 고대 인도 문헌과 현대 선학(先學)의 연구물 등을 종횡무진 살피며 밝혀내고 있다.
처음 만나는 불교음식학
불교와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불가의 음식문화는 불교의 정체성 문제로 소급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사찰음식’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그것을 소비하고 있을 뿐, 불교 음식에 담긴 종교적‧철학적 의미와 맥락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로 동국대(학사, 석사)와 인도 델리대(박사)에서 불교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대 SOAS와 King’s college에서 음식학 및 불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공만식은 역사, 사회, 과학 등의 다른 학문 분야를 포괄하며 음식과 음식 환경 등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음식학’에 ‘불교학’을 접목시킨다. 그리하여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의 문제를 삼장(三藏)에 근거하여 고찰한다.
불교와 음식이 형성하고 있는 맥락의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서 이러한 연구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련 논문이 몇몇 발표되긴 했지만 그 수는 미미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기 출간 도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불교와 음식의 근본적 인식을 추적하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은 신선한 파동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음식은 욕망의 덩어리인가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불교 우주론 속에 녹아든 음식에 관한 인식을 살피기 위해 빨리어 경전인 디가 니까야(Dīgha Nikāya)의 <아간냐경(Aggañña Sutta)>을 고찰한다. 불교의 창조신화로 자주 언급되는 이 경전은 음식과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음식과 성(性)의 탄생에 관한 생리학적 관점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내용인즉 욕계(欲界) 최초의 중생은 배설물이 생기지 않는 ‘미묘한 음식’을 먹으며 살았지만 악행을 저지르면서 결국 음식의 질이 하락해 ‘거친 음식’을 먹게 되고, 그로 인해 몸 안에 배설물이 형성되어 배출할 필요가 생기자 남녀의 성기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로 하여금 성욕이 생기게 되고, 욕계 중생은 성적 쾌락을 찾게 된다.
이렇듯 <아간냐경>은 음식과 세계의 다른 시스템들, 이를테면 왕권의 형성이나 계급의 탄생, 그리고 위에 언급한 성, 성욕 등과의 관계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논의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경전이다. 이 경전에 담긴 불교의 음식에 관한 인식은 한 서양 학자의 말처럼 ‘태초의 낙원과 같은 상태를 상실케 한 결정적 요인은 음식을 먹는 행위’였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저자는 초기불교 빨리어 삼장을 비롯한 여러 불교 문헌은 물론 힌두 문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기록을 살피고 비교‧고찰하며 논지를 구체화해 간다.
음식은 깨달음을 위한 필수 요소인가
재미있는 점은 불교의 이러한 우주론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붓다는 ‘먹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붓다와 수자따의 유미죽 이야기는 붓다의 음식에 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
내가 단단한 음식을 먹고 힘을 회복하면서 나는 감각적 쾌락과 불선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 본문 88쪽(맛지마 니까야 중)
붓다는 ‘음식의 적당한 섭취를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에 생길 수 있는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이러한 경험은 불선법(不善法)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음식의 적당한 섭취는 ‘깨달음을 얻는 데 이바지하지만 음식 섭취의 양을 과도하게 축소하게 되면 육체적‧정신적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붓다의 시각이다. 이는 붓다 당시 음식에 대해 고행(苦行)의 자세를 취한 다른 수행자 그룹의 인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불선(不善)한 욕망을 배척하려는 자세와 더불어 불가의 행동 지침인 율장(律藏)에 반영된다.
먹지 말라 VS 먹어도 좋다 - 금지와 허용의 문화적 맥락
이 책의 3장부터 5장까지는 율장의 내용을 살핀다. 빨리어 율장부터 근본설일체유부 율장에 이르기까지 음식과 관련된 계율과 계율 제정의 근거가 되는 인연담을 살핌으로써 불교 승가의 음식에 관한 인식적 태도를 구체화한다.
음식 관련 비구 계율, 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비구니 불공계(不共戒), 불교 수행자에게 금지되었던 음식에 대해 살펴보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육’에 관한 내용이다.
잘 알고 있듯 불교에서 수행자에게 금지한 음식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고기’이다. 하지만 빨리어 문헌 곳곳에는 수행자가 육식을 했다는 내용이 다수 발견된다. 당시 고기는 먹는 게 가능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실제 빨리어 문헌에는 ‘삼종정육(三種淨肉, tikoṭiparisuddhaṃ macchamaṃsam)’이라 불리는 세 가지 조건에 충족하면 불교 수행자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언급되어 있다. 식육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대승불교에 와 이루어진다.
• 코끼리와 말은 먹지 말라?
다만 초기불교 당시에도 식용이 금지된 동물이 있었으니 바로 십종육(十種肉)–사람,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이다. 이의 제정에 관한 빨리어 율장의 기록을 살펴보면 육식에 대한 욕망의 제어라는 측면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코끼리와 말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두 동물은 붓다 당시 인도 사회에서 왕권을 상징하는 동물로 이 고기를 먹는 비구를 본 재가자들이 그와 승가를 비난하자 식육을 금지하였다고 한다. 한편 코끼리와 말은 인도에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된, 왕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동물로 간주되었다는 점도 식육 금지의 이유가 되었다.
한편 개는 당시 혐오스럽고 불청정한 동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금지된 경우이다. 개에 대한 불청정(不淸淨)의 인식은 힌두 문헌 속에서도 발견된다. 뱀의 경우는 개의 경우와 다르다. 뱀은 치명적인 독을 지닌 위험한 동물로 공포의 대상이었다는 점과 당시 대중적이었던 민간 신앙의 대상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 우유와 유제품을 둘러싼 지리적‧문화적 관점의 차이
붓다 당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은 미식(美食)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먹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았다. 실제 기름, 꿀, 당밀과 함께 미식으로 분류된 식재료는 비구‧비구니가 아플 때 청하여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찬술된 것으로 여겨지는 대승 경전 <능엄경>은 유제품 사용에 반대한다. 이를 살생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인도–중국 간 문화적 차이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인문지리학자 시문스의 견해를 들어 동아시아인은 동물의 젖을 짜는 행위를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시각은 여러 <능엄경> 주석서에도 나타나는데, 특히 <목인잉고(木人剩稿)>에는 우유를 얻기 위해 갓 태어난 송아지를 살처분하는 행태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우유와 유제품을 얻는 것은 대상이 되는 동물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입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을 견지한다.
위의 십종육에 대한 내용이나 <능엄경>에 나타나는 우유, 유제품 섭취 금지 등의 계율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 재가 사회의 인식이 계율 제정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또한 빨리어 율장과 각 불교 부파 계율의 동일 조항, 대승불교 문헌 등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2,600여 년의 시간 동안 당시–당처의 시각에 영향을 받으며 계율의 내용이 변화했음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통해 불교는 승가와 재가 사회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재가자들이 승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계율을 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특정 음식이나 식재료 금지의 내용뿐만 아니라 탁발할 때나 재가자의 초대에 응할 때 같은 수행자의 일상적 태도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음식 관련 수행에 대하여
저자는 음식에 관한 불교 승가의 대응을 단지 계율에서만 찾고 있지 않다. 저자의 시선은 수행법에도 이르고 있는데, 승가에서 허용되는 고행인 ‘두타행(頭陀行, dhutaṅga)’부터 음식에 대한 ‘내적 대응’으로서 중요한 수행법인 ‘염식상(厭食想, ahāre paṭikūla saññā)’과 ‘염처 수행(念處修行, satipaṭṭhāna)’에 관해 살피고 있다.
• 허용된 고행, 두타행
붓다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먹는 것에 대해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음식을 먹지 않거나,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당시 다른 고행주의적 수행자 그룹의 태도와는 엄연히 다른 자세이다.
물론 음식과 관련한 고행적 수행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교 내 허용된 고행, ‘두타행’이 그것이다. 이 두타행의 종류는 각각의 불교 문헌에서 조금씩 다르게 제시되어 있지만 저자는 청정도론의 예를 언급하며 13가지 두타행을 이야기한다.
분소의(糞掃衣), 삼의(三衣), 상걸식(常乞食), 차제걸식(次第乞食), 일좌식(一坐食), 일발식(一鉢食), 시후불식(時後不食), 아란야주(阿蘭若住), 수하주(樹下住), 노지주(露地住), 총간주(塚間住), 수득부구(隨得敷具), 상좌불와(常坐不臥) - 본문 96-97쪽
이 항목은 의식주의 세 범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특히 음식과 관련한 항목은 상걸식, 차제걸식, 일좌식, 일발식, 시후불식이다. 청정도론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청정을 얻는 데 있어 ‘탐욕이 없는 것’과 ‘만족을 아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러한 덕성은 두타행을 수행함으로써 계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붓다는 이러한 제한적인 음식 섭취의 능력을 종교적‧정신적 진일보와 동일시하지 않았다.
• 음식에 대한 수행자의 내적 대응, 염식상과 염처 수행
명상 수행은 음식이 야기하는 탐욕에 대처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염식상과 염처 수행은 음식에 대한 갈애(渴愛)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염식상은 식탐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이는 상좌부 염식상과 설일체유부–대승불교가 공유하는 염식상,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 두 염식상은 방식이 서로 다른데, 먼저 상좌부 염식상은 몸의 부정성(不淨性)에 대한 관찰에 기반 하여 몸속에 들어간 음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한편 설일체유부와 대승불교의 염식상은 인식적 혐오를 기반 하여 식재료가 가진 특성과 우리 몸의 혐오성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염식상 수행은 음식에 대한 갈애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불교 문헌은 말한다.
그렇다면 음식에 대한 갈애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수행은 무엇이 있는가? 염처 수행이 그것이다. 이는 감각 대상에 대한 감각 기관의 집착을 막기 위해 이 여섯 기관을 완전히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아는 불교 음식은 진짜일까?
이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불교와 음식에 관한 고찰의 끝에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내가 알고 있는 불교 음식은 진짜일까?’
사실 우리는 불교와 음식에 대한 함의를 단순히 도덕적인 것으로만 한정시켜 왔다. 틀린 것은 아니다. 수행자에게 음식이란 욕망의 대상되어선 안 되고, 단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도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자의 논의 속에서 불교와 음식 사이엔 역사와 문화, 철학과 종교의 다면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동안 미루어 짐작하고 포장해 온 것에 대한 실체를 바라보고 신선한 충격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불교학, 더 나아가 종교학을 전공하는 이에게 있어 매우 희소성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지금–여기의 사찰음식을 공부하는 이에게 그 근본은 어디에 있는지, 불교 음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다.
<아간냐경>은 음식과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 수행자의 음식에 대한 적절한 태도를 다루고 있는데다, 이 경전의 세계관은 음식과 이외의 다른 많은 시스템들, 이를테면 우주, 사회, 심리학, 생리학과의 관계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20쪽)
올리벨은 <아간냐경>에서 태초의 낙원과 같은 상태를 상실케 한 결정적인 요인은 음식을 먹는 행위였으며 음식을 먹는 행위는 점차 음식에 대한 집착과 의존을 야기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24쪽)
삼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무색계에는 마음과 정신성, 마음의 대상만이 존재한다. 무색계 아래의 색계에는 향과 맛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것이 색계와 욕계를 구분한다. 색계에서 향과 맛, 그리고 이와 상응하는 비식계와 설식계를 배제시킨다는 사실을 통해 이들 네 가지가 특히 욕망의 생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42쪽)
성 기관이 생겨난 기원을 언급하기 전에 <아간냐경>은 태초의 중생이 먹었던 음식의 질이 그들의 탐욕 때문에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었음을 묘사하고 있다. 일련의 음식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쌀의 등장은 중생의 상태를 악화, 즉 남녀의 성 기관이 발생하는 새로운 단계를 야기했다. (46~50쪽)
붓다의 주장에 따르면 음식의 적당한 섭취를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에 생길 수 있는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이러한 경험은 불선법을 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는 또한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면 깨달음을 얻는 데 이바지하지만 음식량을 과도하게 줄이면 육체적・정신적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88쪽)
붓다가 가진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태도와 명상 수행 간의 연관성은 중국 대승불교 문헌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확장되었다. 중국 천태종은 이 두 가지 요소들–음식에 대한 태도와 그것과 명상 수행 간의 연관–을 다루고 있다. 이 종파의 문헌에는 이러한 요소 외에도 음식의 의학적 가치가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117쪽)
음식 맛에 대한 집착은 개인적으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적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이 경전은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비구들은 음식이 가진 위험성을 인식해야만 한다고 붓다는 충고한다. (127쪽)
기독교에서 식탐은 ‘일곱 가지 중죄’ 중 하나이며, 캐시언의 식탐 분류는 불교의 그것보다 좀 더 상세하다. 그는 수사(修士)들이 수도원 생활을 포기하는 이유를 음식과 관련된 세 가지 양상, 즉 시간, 양, 맛으로 분석한다. 식탐은 수도원 생활에서의 영적 친교를 제거하고, 세속성을 강화시키며, 고급 음식은 종교 수행자가 자신의 영적 이상 추구의 길을 잃어버리게 하는 유혹이라고 인식한다. (130쪽)
바라제목차의 구조 내에서 음식 관련 조항들은 주로 바일제법과 바라제제사니법, 중학법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계율은 덜 중한 계율 위반과 관련된 범주에 속한다. 음식 관련 계율 조항들이 낮은 위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앞 장에서 고찰한 경전에서 볼 수 있었던 붓다가 가진 시각을 확인해 주는데, 음식에 대한 제한이 출가 수행자의 수행 진전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닌 덜 중요한 이슈로 간주됨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과 관련된 문제는 매일의 일상과 관련된 이슈이며, 이러한 범주의 계율 조항들은 비구와 비구니의 구체적인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조항들이다. (143쪽)
사분율 바일제 39조는 조상 숭배 관념과 조상에게 바친 음식을 먹은 비구의 행위 사이에 갈등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네거리, 집의 문 앞, 개천 변, 나무 밑, 돌 옆 및 사당에 차려진 음식은 비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재가자들이 조상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다. 이 음식은 그들 조상의 사후 복리와 관계될 뿐만 아니라 음식을 바치는 후손인 그들의 장수와 세속적 부 등에 관계되어 있다. 따라서 비구들의 행위에 대하여 재가자들이 격노한 것은 이들의 조상 숭배 관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당연한 일이며 비구들의 행위를 절도로 간주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204쪽)
음주 금지는 주로 술 자체의 위험성과 관계되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음식과 관련하여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 계율의 인연담에서 주요하게 관련되어 있는 초점은 재가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인연담은 반복하여 수행자의 처신이 재가자의 기준에 부응하는가를 다룬다. (217쪽)
빨리율 바라제목차는 다양한 방식으로 비구와 비구니에게 차등을 두고 있다. 음식과 관계된 행위나 식탐, 성적 행위, 성욕에 대한 규정에서의 차별은 다른 계율 조항에서의 경우보다 더욱 두드러진다. (280쪽)
베다는 우유를 ‘천상수(天上水)’라고 묘사하고 있다. <아타르바 베다(Atharva-Veda)>에서 우유는 생명과 활력을 주는 ‘수액’ 혹은 ‘액체’를 의미한다. 가장 이른 시기에 성립된 것으로 간주되는 <샤따빠타 브라흐마나(Śatapatha Brāhmaṇa)>는 우유가 곡류(kṣīraudana)와 함께 요리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술하고 있다. (297쪽)
<능엄경>에서 유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사마디에 들어가는 전제 조건으로 간주되는데, 모든 <능엄경> 주석서들은 유제품에 관한 문제를 음욕, 살생, 도둑질 중 살생의 범주에서 다룬다. 이들 주석서는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중국불교의 독특한 시각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307쪽)
왕권과의 연관, 군사적・경제적 중요성과 이 동물이 차지하고 있는 높은 위치 때문에 코끼리 고기를 먹는 것은 잘못이라는 해석과 대비되는 견해로, 다른 율장에서는 코끼리 고기가 금지된 것은 그 고기가 청정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오분율은 코끼리 고기의 혐오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코끼리 고기를 불청정하고 냄새나며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319~320쪽)
생선과 고기가 비구에게 제공될 목적으로 준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동물이 비구의 음식을 위해 도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만일 비구가, 그 고기가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의심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그 동물이 자신을 위해 도살된 것이 아니라면 세 가지 관점에서 청정한 것이 된다. (332쪽)
육식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대승경전들은 육식을 금하는 이유로 자비와 보살의 자비로운 성격을 언급한다. 보살은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존재로서, 지혜와 자비를 구현하고 있는 존재로 규정된다. 보살 개념에서 깨달음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며, 자비가 오히려 종교적 이상 성취를 위한 최고의 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보살이 중생을 죽이거나 상해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보살의 자비로운 덕성은 중생의 구체적인 괴로움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54쪽)
<청정도론>은 염식상이 소화되지 않은 음식의 이미지 등을 통해 신념처를 성취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설일체유부와 대승불교 경전들은 염식상이 신념처 수행을 통해 신체 부분, 장기, 체액의 불청정성에 대한 관찰과 연관된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청정도론>에서 염식상이 신념처 수행에서 비롯되어 신체의 불청정성과 관련된 혐오상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설일체유부나 대승불교처럼 신체 부분, 장기, 배설물에 대한 혐오의 방식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결국 상좌부와 설일체유부 및 대승불교는 염식상 수행에 있어 동일한 목적과 대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수행 방식은 동일하지 않다. (381쪽)
시각, 후각, 촉각, 인식적 요소와 음식의 혐오를 일으키는 사회적 상황을 이용한 빨리어 문헌의 염식상 방식과 비교하여 이 방식은 식재료의 이름과 같은 의미론적 지식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 상좌부에서 염식상의 수행 방식은 음식 섭취 이전과 이후의 음식 상태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요구한다. 한편 설일체유부의 방식은 음식 상태 변화의 관찰을 요구하지 않고, 신체 부분들이나 장기, 체액, 분비물과 연관된 식재료의 혐오성을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각인시킨다. 설일체유부의 염식상 수행 방식은 대승불교에 의해 계승된다. (411쪽)
현대 심리학은 ‘음식 혐오’를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한다: 1) 감각적 혐오, 2) 인식적 혐오. 감각적 혐오는 감각 기관을 통한 실제 경험에 근거한다. (…) 인식적 혐오는 실제로 피해를 본 경험과 상관없이 마음속에 형성되어 있는 부정적 연관과 관련되어 있다. (…) 설일체유부와 대승불교 염식상의 방식은 음식에 대한 의미론적 정보를 통해 혐오성을 야기하는 인식적 혐오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인 리차드 스티븐슨은 “인식적 혐오가 감각적 혐오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이다”라고 말한다. (415~416쪽)
[뉴스1] 스님들, 살생은 아니니 우유 먹을 수 있을까 2018-02-05
[조선일보] 부처님 당시 금지 음식 목록에 '소·돼지·닭'은 없었다는데…2018-02-07
[문화일보] 음식에 대한 불교의 인식변화 추적…공만식著 ‘불교 음식학 - 음식과 욕망’ 2018-02-08
[한겨레] 출판 새책 '불교음식학' 외 2018-02-08
[한국경제] 초기 불교에선 육식 허락했다는데... 2018-02-09
[BTN] 경율론에서 바라 본 음식은? 2018-02-08
[서울신문] 초기 불교에선 소, 돼지 먹었다던데... 2018-02-09
[오마이뉴스] 스님도 성희롱하면 처벌받는다 2018-02-12
[BBS] 불교 음식 문화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2018-02-13
[교수신문] 910 새로 나온 책 '불교음식학' 외 2018-02-26
[불교신문] 불교로 바라본 음식, 음식으로 파헤친 불교 2018-03-05
[조선일보] 부처님 당시 금지 음식 목록에 소, 닭, 돼지는 없었다는데... 201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