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 창녕 관룡사 정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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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명법문] 창녕 관룡사 정안 스님
  • 김우진
  • 승인 2017.09.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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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을 지을 기회가 있는데 아니 할 이유가 없지.”

안녕하십니까.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우리도 부처님처럼’입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리가 왜 부처님을 닮아가야 하는가?’ 그런 의문이 생기시죠? 부처님은 인간의 몸으로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우리들에게 중생의 몸으로 부처가 됨을 보여주시고, 부처로 사시는 과정을 보여주시고, 중생의 몸으로 열반하기 전까지 많은 진리의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개시오입開示悟入이라고 하죠. 부처님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미망을 열어 깨뜨리고, 지혜를 밝혀 보이시고, 현상 그대로 깨닫게 하시고, 진리 그대로 본체에 증입證入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항상 법회 시작 전에는 반드시 삼귀의를 합니다.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다.’는 말에 정답이 있습니다.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 두 가지를 구족하신 부처님께 돌아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그 두 가지가 바로 지혜와 복덕福德입니다. 그중 오늘 이야기해 볼 것은 복덕입니다. 

 

사진 : 최배문

|    복 짓는 일 게을리 하지 마라
흔히 “복 많이 받아라.”라고 해서 복이 별안간 생기는 줄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복덕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복덕은 자신의 행위 자체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잡된 생각, 산란한 마음을 없애고, 계정혜 삼학을 잘 닦으면 지혜가 생깁니다. 복덕은 복전福田이라고도 합니다. 복의 밭을 잘 일구고 가꾸어나가야 복도 서서히 늘어나는 것입니다. 미리미리 잘 준비해놓고 지어놔야 앞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중생들은 지혜를 닦고, 복전을 가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확천금이나 편한 삶을 위해 복을 빌지요. 이렇게 복을 비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짓지도 않은 복을 바라고 비는 데서 고통이 생기는 겁니다.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복과 관련해서 이야기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부처님 제자 중에 아나율이라는 제자가 있습니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고 가르침을 내리는데, 이 아나율이 졸고 있었어요. 또 수행할 때도 졸고 있으니까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쓴소리를 하셨어요. 쉽게 말해서 혼낸 것이죠. 부처님께서 하신 쓴소리에는 모두 뜻이 있었습니다. 그 뜻을 이해한 아나율은 그때부터 눈을 부릅뜨고 공부에 매진했어요. 물고기처럼 밤이고 낮이고 눈을 감지 않고 열심히 정진했습니다. 그런데 거문고도 줄을 팽팽하게 당기면 끊어지지요. 아나율이 너무 열심히 정진하다 보니 육신의 눈이 멀었습니다. 

눈이 먼 아나율이 하루는 옷이 해져 바늘과 실로 옷을 꿰매려고 했습니다. 근데 눈이 안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꿰매겠어요.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아나율의 바늘을 가져가선 옷 꿰매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부처님이셨습니다. 아나율이 부처님께 물었죠. “부처이신 당신께서 더 지어야 할 복이 있으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셨을까요? “복덕을 지을 기회가 있는데 아니 할 이유가 없지.” 

이 일화는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복을 짓는데 게을리하지 말라고 몸소 보여주신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계속해서 복을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찰진심념가수지刹塵心念可數知 대해중수가음진大海中水可飮盡 허공가량풍가계虛空可量風可繫 무능진설불공덕無能盡說佛功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먼지와 티끌을 다 헤아려 그 수를 모두 알고, 큰 바다에 있는 물을 다 마시고, 허공을 헤아리고 바람을 꿰매는 재주가 있더라도, 부처님의 공덕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고 능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이러한 공덕이 지혜와 복덕입니다. 두 가지 공덕은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복전을 잘 일궈 나가면 지혜도 자연히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되는 것이죠.

|    복 밭을 가꾸는 방법
그럼 복전은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까요. 제가 열 가지 복 짓는 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첫째, ‘절을 잘하자’ 입니다. 절을 잘하는 것은 인사를 잘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전에 들어오면 부처님께 인사하고, 또 밖에서는 스님과 어른, 아는 이에게 인사를 잘해야 합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인사를 잘하는 것이 첫째 복 짓는 방법입니다. 둘째, 칭찬을 잘하자. 칭찬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습니다. 또 칭찬한 사람도 기분이 좋지요. 남에게 한 칭찬은 내게 돌아옵니다. 반대로 남을 험담하면 그 험담도 돌아오죠. 자신이 대우를 받으려면 남에게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좋은 말로 서로를 아껴야 합니다.

셋째, 대중공양을 잘 올리자.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것은 큰 복입니다. 그래서 절에서 공양주를 하는 것도 큰 복이죠. 대중공양을 일상에서는 다른 이들에게 밥을 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언제 한 번 밥 먹자.” 이런 형식적인 말뿐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직접 만나 식사를 대접하세요. 넷째. 허물이 있을 때마다 참회하라. 『천수경』에 나오는 참회게 다들 아시죠. 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개유무시탐진치皆有無始貪瞋癡. 악업을 지으면 바로 참회해야 합니다. 죄업을 뉘우치는 것도 복을 닦는 방법입니다.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것은 강이 모여 바다가 되어 점점 깊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업이 깊어지기 전에 참회해야 합니다.

다섯째, 복을 짓는 이에게 박수를 보내라. 남을 시샘하지 않고, 남의 복을 기뻐해야 합니다. 한 예로, 복은 불과 같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횃불을 사람들이 댕겨 사용해 밥을 짓고, 어둠을 밝히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더라도 내 횃불은 줄어들지 않지요. 이처럼 복은 기뻐해 주면 주변으로 더 늘어납니다. 무량하지요. 여섯째, 법문을 많이 들어라. 부처님 말씀을 많이 들어야 합니다. 법문을 많이 듣고 행하고, 또 아는 만큼 사람들에게 전하면 큰 복을 짓는 것입니다. 일곱째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스님, 법사, 포교사, 선지식을 잘 모시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모시듯 그 말씀을 전하는 이들을 모셔야 하지요. 

여덟째,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하라. 쉼 없이 자신에게 강조해야 합니다. 정진이 없으면 방일해지고 도태됩니다. 아나율 존자가 천안통을 얻은 이야기처럼 열심히 정진해야 합니다. 정진은 나와의 약속이고, 또 부처님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아홉째, 주위를 돌아보자. 자기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만 살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억제하여 주변과 조화됨이 중요합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복은 어디서 내려오거나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꾸어 나가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복은 스스로 짓는 것임을 알고 복전을 잘 꾸려야 합니다.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세상을 다 둘러봐도 부처님에 비견할 만한 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부처님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구름에 가려져 있다고 태양이 없는 것 아닙니다. “우리 안에 불성이 있다.”고 하지요. 육신의 껍데기에 덮여 있다고 해서 부처가 아니지 않습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행동한다면 부처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말씀드린 복덕을 잘 가꾸어 우리도 부처님처럼 살고, 부처님처럼 되면 어떨까요?                 
               

                     
법문. 정안 스님

창녕 관룡사 주지. 통도사에서 출가, 통도사 강원을 나왔다.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조계종 포교국장, 통도사 재무·기획·사회국장, 통도사 유치원장,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포교연구위원장, 동국대 재단법인 사무처장, 조계종 호계원 재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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