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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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살핀다
  • 김우진
  • 승인 2017.09.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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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법의 최전선, 조계종 포교사단

전법의 최전선, 조계종 포교사단

포교사는 그들의 활동을 통해 신심과 희생정신을 드러냅니다. 불법이 닿기 힘든 곳을 향하는 모습, 재가자로서 포교와 신행활동을 보여줍니다. 신행력과 자비심, 보살도를 드러내고 개인의 수행이기도 한 포교활동을 지향합니다. 출가 수행자들을 보조하기도 하며,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스님들이 전법하기 어려운 군대나 교도소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포교사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들의 활동을 운영합니다. 몸으로 부딪히고, 현장에서 생활하며, 불교 포교 일선에서 활동 중인 포교사. 수행과 포교를 이끌어 나아가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전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01    우리들은 전법의 도반들, 수행의 전부입니다  김우진
02    국군장병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김우진
03    구치소의 쇠창살보다 두꺼운 마음의 문을 엽니다  김우진
04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살핀다  김우진

 

“선생님. 저요! 저요! 제가 대답할래요.” 아이들을 향해 선생님이 한마디 할 때마다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각자가 생각한 대답을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며 외친다. 그중에도 더 어린 아이는 신기한 듯이 형 누나들과 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본다. 천방지축 아이들로 법회는 항상 열기가 넘친다.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호압사의 어린이 법회 현장. 서울 지역 포교사단 서부 어린이청소년팀을 만났다.

 

사진 : 최배문

|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일요일 오전 시간이면 호압사의 어린이청소년 법회 차가 금천구와 관악구 등 인근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태우고 호압사로 올라간다. 오전 10시 반에 법회를 시작하지만, 10시만 넘으면 아이들 이야기 소리로 사찰이 떠들썩하다.

“얘들아~ 우리 지난번에 뭐 공부했지? 기억하는 사람 있어? 오! 맞아요. 『부모은중경』 공부했죠. 기억 잘하네. 『부모은중경』에서 부모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잘 실천한 사람?”

“선생님, 저는 엄마아빠 이불도 깔아드리고 허리도 주물러드렸어요.”

“저는요, 부모님 말씀 잘 듣고요, 언니랑 사이좋게 지냈어요.”

이여진 포교팀장의 물음에 아이들의 대답이 끊이지 않는다. 포교사들이 진행하는 호압사 어린이청소년 법회는 총 3부로 나뉜다. 간단한 예불의식과 스님의 법문을 1부로 진행한다. 2부는 포교사들이 매주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3부는 공양 후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도록 계획했다.

호압사 어린이청소년 법회 1부를 도와줄 강재 스님이 아이들과 예불을 진행했다. 남동현 포교사가 옆에서 목탁을 쳤다. 예불은 어린이 집회가, 삼귀의, 반야심경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른들보다 2배 정도 박자가 빠르다. 아이들이 혹여 집중을 잃지 않도록 빠른 멜로디로 예불을 진행한다. 

다음 순서가 명상 시간이다. 한 번도 그치지 않고 떠들던 아이들이 거짓말처럼 한마디 없이 명상에 빠졌다.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어린이 법당 내부는 정적이 흘렀다. 스님이 작은 목소리로 아이들의 호흡을 조절했다. “얘들아, 언제부터 이렇게 명상 잘하게 됐지? 오늘 완전 최곤데.” 스님의 칭찬에 아이들이 또 신났다.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스님의 짧은 이야기가 끝나고 이여진 포교사가 준비한 2부 순서가 시작되었다.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오늘 뭐할까 궁금하지? 오늘은 시 낭송을 할 거예요. 시 낭송이 어떤 건지 알고 있죠?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알려줄 시 한 편을 프린트해왔어요. 다들 보고 있나요? 자! 우리 같이 읽어보자. 오른쪽 분단, 왼쪽 분단 나눠서 한 구절씩 읽을게요.”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 포교사가 준비한 시는 춘원 이광수 시인의 ‘애인’이라는 시다. 시는 ‘사랑하는 이를 통해 육바라밀을 배운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시를 통해 육바라밀을 설명해주려 준비했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읽었다. 

“여러분, 육바라밀 한 번 배운 적 있죠? 오늘 선생님이 다시 알려주려고 준비했어요. 혹시 지금 1연 외울 수 있는 사람? 오! 그래. 주연이가 해보자. 얘들아, 박수!”

이 포교사는 번갈아 가며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고 시를 외우면 잘 했다고 칭찬해주었다.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까불던 아이들도 앞에 혼자 서서 마이크를 잡으면 수줍어했다. 이어지는 박수와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다들 으쓱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 낭송은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아이들의 집중력이 좋았다. 이 포교사가 앞에서 아이들을 잘 지도했고, 옆에서 다른 포교사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주었다.

“2013년도 가을에 여기 호압사에서 어린이청소년 포교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저희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배우면서 꾸준히 준비했어요. 2013년 아이들 6명과 함께한 법회가 지금은 매주 25명 정도로 늘었어요.”

남동현 포교사는 포교활동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 좋은 인연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호압사라는 인연, 같이 활동하는 포교사들과의 인연, 어린이청소년 법회에 나오는 아이들과 부모님과의 인연, 그리고 부처님과의 인연이 지금까지 포교활동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하면서 가장 큰 힘이 나는 것은 아이들의 성격이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게 보이는 겁니다. 또 그렇게 변화하는 아이의 모습을 본 부모님들이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실 때는 저희도 뿌듯하죠.”

법회에 참석한 한 아이는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즉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가 사찰에서 어린이법회를 참석하면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른 아이들보다 포교사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아이의 부모님도 아이의 변화를 반기며 매번 포교사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한다.

“어릴 때는 조금 산만한 게 정상인 것 같아요. 움직일 때는 뛰어다니고, 이야기는 큰소리로 하죠. 어떻게 보면 산만하다는 말도 어른들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궁금하고, 또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요. 그러니 조용할 틈이 없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고, 바라보고, 함께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그런 어른들의 마음을 느껴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여진 포교사의 얼굴은 항상 밝게 웃고 있다. 투정 부리는 아이에게도 관심이 필요해서 그런다며 다독여준다. 때로는 아이들을 통제할 때도 있지만, 칭찬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아이들의 사소한 몸짓과 작은 말에도 크게 호응한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    포교의 중심은 어린이에게
호압사 어린이 포교 활동 프로그램은 매주 포교사들이 번갈아 가며 준비한다. 역사, 교리, 그림, 만들기, 시 낭송, 보드게임, 생일잔치 등 그 주를 담당하는 포교사가 새로운 것들을 준비해 아이들과 함께한다. 
이여진 포교사는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시작하면서 독서인성지도사, 동화구연가, 보드게임지도사 등 아이들 지도를 위해 그동안 많은 것들을 공부했다. 다른 포교사들도 아이들을 위해 미술과 만들기, 생태체험학습, 꽃꽂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웠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면서 저희 포교사들이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포교사 대부분이 평범한 일을 하면서 살던 사람들인데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위해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할 생각만 하면 저희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이여진 포교사의 말에 남동현, 노분남, 변현숙, 박노용 포교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포교사들의 마음에는 항상 아이들이 중심이었다.

시 낭송 프로그램을 마치고 점심 공양 시간이 되었다. 호압사에서는 주말이면 국수로 대중공양을 한다. 공양간에서 받아온 소면과 육수, 김치 등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공양게를 올리고 국수를 먹을 때, 명상 시간 다음으로 조용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더 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공양 시간에도 포교사들은 아이들 옆에서 음식을 챙겼다. 고학년 아이들은 사찰에서 먹는 공양이 익숙한지 받은 음식을 모두 비우고 뒷정리도 알아서 한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다녔다는 것을 기억할 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며 자연스럽게 부처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행동하면서 바르고 건강한 어른이 될 거라고 믿어요.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어린이청소년 포교도 당장의 결과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속에 서서히 불교가 자리 잡으며 커가는 것을 바라보는 게 포교사들의 역할이라고 서울 지역 포교사단 서부 어린이청소년팀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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