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미국 속의 한국 불교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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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불교] 미국 속의 한국 불교 Ⅱ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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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불교

미국 이민 생활에 있어 흥미있는 징크스가 있다. 이민 첫발을 내딛는 공항 도착 때 누가 마중을 나왔느냐에 따라 그 이민자의 직업과 종교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고사리 손을 잡고 낯설고 물선 이국 땅 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이민 가장들은 얼떨떨한 흥분과 함께 앞으로 전개될 일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럴 때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차를 동원해 공항에 마중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간의 침식까지 제공하는 친지, 친구야말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준 은인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친구가 권하는 직종, 대개는 그 친구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직종이기 마련이다. 또 권하는 교회(역시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다니게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민,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불자가족들이 있다면 되도록 미국에서도 절에 다니고 있는 법우에게 공항 픽업(마중 및 교통편의 제공)을 부탁할 일이다.
미주의 사찰들이 이민 동포들에게는 친정집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 호에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 점과 미주 한인 동포사회 내 기독 교회의 숫자가 절의 숫자의 500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고군분투의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과 함께 중요한 것이 미국사회로 진출하는 일, 즉 미국인 신도를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 내의 불교는 이민 불자들의 고향과 같은 보금자리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역할과 새로운 정신세계를 찾는 미국인들에 대한 희망의 보루로 자리 잡아야 하는 적극적인 역할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의 교계 신문 보도를 보면 오는 7월 4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미 교수 불자협의회가 창립법회를 갖는다고 한다.
참여하는 교수불자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계에 널리 신망을 얻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 톨리도 대학의 스티븐 레이콕 교수와 토론토 대학의 피터 팀만 교수가 공동의장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고보면 광범한 참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앞으로 이 단체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밝혀 둔다.
이번 교수불자 협의회 창립에는 토론토 선련사 삼우 스님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부터 미국 포교 특히 외국인 포교에 남다른 열정으로 노력을 기울여온 삼우 스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우 스님의 선련사에 가보면 대부분의 신자들이 미국인이다. 스님의 설법 시간에는 때론 인근 미국인 교회의 목사님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만큼 스님의 친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삼우 스님은 92년 시카고에 선련사를 건립할 때 교회로 쓰이던 건물을 인수해 십자가를 그대로 놔 둔 채 개원 법회를 열기도 했었다. 그후 3주간 매일같이 십자가에 합장 배례를 올린 뒤 십자가를 들어내고 절 현판을 걸었다고 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불교의 미국 사회 진출은 지극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미국 불자를 양성하여 한국불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숭산 스님이며 삼우 스님, 법안 스님 등 큰눈을 뜬 스님과 몇몇 거사 학자들의 노력이 크게 돋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확고한 기독교 국가인 미국 속에서 창과 방패와 같은 이 양면성을 어떻게 적절히 조화하느냐에 미국 내 한국불교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발군의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앞으로 미국 내 한국불교는 무엇보다 단결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뜻있는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또 지도자의 부재에 대해 잦은 빈도로 언급되곤 한다. 신앙운동이란 구심점을 이루는 분이 계셔서 그분의 법력과 지시와 도량에 의하여 뭉쳐질 때 큰 힘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신행 단체장이나 지도급 인사들은 스님들을 장엄시켜 구심점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스님들께서 결점없는 청정한 행위를 하셔야 하는 것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한국 스님들이 미국의 포교사찰을 스쳐 지나는 곳으로 생각해 단기간 머물곤 훌쩍 귀국하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도 큰 문제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님과 신행 단체장들이 같이 만나 토론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각 사찰에서는 공부하는 풍토와 수행하는 풍토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자체 내부적으로는 노보살님들 중심의 의례불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젊은 불자들의 교육과 양성을 목표로, 또 그들이 종국에는 대사회적 봉사와 실천적이고 개혁적인 불교를 만들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눈 앞에 둔 오늘날의 세계는 모든 분야에서 놀랄 만한 변화를 하고 있다. 특히 이데올로기의 몰락과 변화는 그동안 사람의 마음마저 바꾸어 놓았던 과학문명의 발전과 함께 사고방식의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큰 울타리가 남아 있다. 바로 종교라는 울타리이다. 인습과 제도와 국경이 사라지는 이때에 우리는 종교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규의 대부분이 종교의 갈등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불교는 타종교와 달리 화합의 종교이다. 불교의 화합의 정신이 제대로 발현된다면 미주 한국불교는 시작도 늦었고 재정도 약하지만 미국 내에서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동양인의 눈에 비친 금세기 최고의 물질문명의 나라 미국은 축복을 받은 나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축복이 과연 완전한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1년에 3만 명의 사람들이 총격에 맞아 사망하고 1년에 3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아무런 치료나 구호를 받지 못하고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합과 평화를 내세우는 자비의 종교 불교의 역할이 기대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도 속담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두 마리의 코끼리가 싸우면 우리 풀밭이 망가진다. 그러나 두 마리의 코끼리가 사랑을 하면 우리의 풀밭은 더 망가진다.' 음미할수록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재미있는 속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풀밭을 망가뜨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역시 중용의 도를 지키게 하는 것이다. 두 마리의 코끼리가 증오의 싸움도 아닌, 또 때아닌 격렬한 애정의 행위가 아닌 적절한 친선의 감정을 갖게 돼 여유자적하게 노닐게 된다면 풀밭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랑의 행위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땐 그까짓 풀밭쯤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대담한 자세로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언제 사랑의 행위를 할 것인가 적당한 때와 장소를 가리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중도의 가르침은 언제 어디서나 시공을 초월한 가르침이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신은영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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