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족의 멸망]
부처님이 태어나신 석가족은 코살라국의 비유리 왕으로 인하여 멸망하게 됩니다. 석가족이 멸망할 때의 모습은 비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로 잡힌 석가족이 너무 많으므로 비유리왕은 칼로 죽이지 않고 하체만 땅에 묻은 후 코끼리로 하여금 밟아 죽이게 하였으니까요. 또 사로 잡힌 궁녀들은 손발을 자르고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이렇듯 너무나 비참한 석가족의 최후를 본 비구들은 부처님께 도대체 무슨 인연으로 저들이 저렇게 비참하게 죽었는가를 묻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석가족과 비유리왕의 과거 인연을 말씀해 주십니다.
먼 옛날 왕사성에 한 어촌이 있었는데 흉년이 듭니다. 마침 그 어촌의 못에는 물고기가 많았으므로 왕사성 사람들은 모두 그 못의 물고기를 잡아 먹고 겨우 연명합니다.
이 때 그 못에는 '구소'와 '양설'이라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이 두 물고기는 아무 허물도 없는 자신을 잡아 먹는 왕사성 사람들에게 복수를 맹세합니다. 한편 그 어촌에는 어떤 어린애 한 명이, 자신은 직접 고기를 잡지는 않았으나 고기가 팔딱대며 죽는 모습을 보고 매우 재미 있어 합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지금 죽은 석가족 사람들이 그 때의 왕사성 사람들이고 지금의 비유리왕은 그 때의 물고기(구소)라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그 때의 어린애였고요... 왕사성 사람들은 물고기를 무수히 잡아 먹었으므로 그 업으로 인해 무수한 겁동안 지옥에 떨어졌고 또 지금 그 앙갚음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성불을 하셨으므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물고기 죽음을 재미있어 한 까닭으로 지금 머리가 아프고 무거운 증세를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증일아함경 등견품(等見品)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석가족과 비유리왕의 악연은 단지 과거에만 있던 것이 아니고 현생에서도 이루어집니다. 비유리왕의 모친은 석가족 대신의 여종이었는데 석가족이 공주로 위장하여 비유리왕의 부친과 결혼을 시키고 나중에 비유리가 태어나자 종년의 자식이라며 석가족이 그를 멸시하지요. 이런 현생의 악연도 그런 비참한 종말을 초래하는데 일조를 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비극이 닥치면 비극적 현실 자체에만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밝은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의 일들은 응당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릅니다(제가 아는 것이 별로 없어 그렇지, 부처님 말씀에는 이런 인과에 대해 여러 곳에서 말씀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가해자나 피해자나 밝은 눈으로 보면 모두 가엾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원망은 원망을 낳고, 인과는 또 다른 더 큰 인과를 부르게 되니까요...
비유리왕도 비록 물고기였을 때의 복수를 갚았는지는 모르나 사람 몸으로 저지른 업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얼마 안 있어 죽음을 맞습니다. 강가에 노숙하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강물에 떠내려 가 죽고 말지요. 그리고는 무간 지옥에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복수는 했는지 모르나 그 때문에 치를 과보는 보는 이의 가슴을 한없이 아프게 합니다.
인과응보는 깨치지 못한 저희들로서는 뭐가 뭔지 모를 일 투성이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무명(無明,어리석음)으로 인한 것이려니, 우리는 여법히 수행해 어서 본래 없는 우리의 한 마음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