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교 미니멀리스트는 어떻게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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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교 미니멀리스트는 어떻게 살았는가
  • 유윤정
  • 승인 2017.09.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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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교와 미니멀리즘

[특집] 불교와 미니멀리즘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덧없음을 느낀 사람들은 불필요한 것을 덜고 삶을 소중한 것으로만 채우길 원했습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이 떠올랐습니다. 2,600여 년 전,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가지고 살아가셨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요. 월간 「불광」 9월호에서는 미니멀리즘을 재조명했습니다. 복잡한 일상을 가지치기하며 덜어내는 삶에 주목했습니다. 단순해질수록 명료해지고, 명료해질수록 삶의 행복에 가까워지는 방법들을 만났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삶. 과하지 않는 마음. 간소하게 사는 이들. 미니멀리즘입니다.

01    불교 미니멀리스트는 어떻게 살았는가  유윤정
02    비워내서 충만한 삶, 나는 미니멀리스트  유윤정
03    ‘단순한 삶’이란 나의 말과 행위를 잘 다스리는 것  김성동
04    덜어낸 밥상에서 얻은 지혜  유윤정
05    적게 먹고, 아껴 쓰고, 낭비 않는 소박한 삶  김우진

불교 미니멀리스트는 어떻게 살았는가

사진. 불광미디어

부처님은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다. 부처님은 세 벌의 옷과 한 벌의 발우면 충분했다. 이것이 소유물의 전부였다. 음식은 하루에 한 번, 오전에 탁발로 얻은 음식이면 족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동이 터오면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먹을 만큼만 걸식했다. 음식을 미리 받아 저장해두지 않았다. 걸식을 마친 후에는 손과 발을 잘 씻고서 다시 나무 아래로 향했다. 부처님은 나무 아래를 거주처 삼았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선정에 잠겼다.

부처님의 일상은 간결했다. 필요한 행동을 살피며 흐트러짐이 없었다. 부처님은 모든 걸음, 앉음, 몸짓을 알아차렸다. 부처님의 일상을 함께 한 장로 수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수희 찬탄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리고 질문했다. 어진 이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마음을 실천해야 합니까. 부처님은 그때, 바르게 앉은 그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법을 설했다.

사진. 최배문

|    선사들의 방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선사들의 방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오직 본질을 찾을 뿐. 그 외의 인위적인 것은 불필요하다.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性徹, 1912-1993)은 스님은 검소한 삶으로도 존경받았다. 스님은 항상 근면과 검소를 몸소 실천하고 강조했다. 스님이 기거하던 해인사 백련암의 작은 방에는 나무로 만든 낡은 책상 하나, 이부자리 한 채, 30년 입은 장삼 한 벌만 있었다. 그 방에서 일흔까지도 안경을 끼고 손수 양말과 내복을 기워 입었다. 누더기 옷 한 벌로 반평생을 보냈다. 화장지를 쓰지 않고 재생지를 사용했다. “수도생활을 하려면 의식주가 근본인데, 나는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부자 모습은 안 한다. 겨울에는 광목옷 여름에는 삼베옷 그걸 벗어난 적이 없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데 내 나이 70이니 얼마나 살지는 몰라도 입던 것 또 기워 입고 몸만 가리면 된다.” 

스님은 제자들에게 “시간은 자기 생명과도 같다. 잃어버린 건강은 음식으로, 잃어버린 재산은 근면검소로 회복할 수 있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회복할 수 없다.”고 가르쳤다.

성철 스님이 열반하신 후 공개된 스님의 유품은 참으로 소박했다. 일생 동안 입었던 누더기 한 벌, 30여 년 된 1.7m의 석장, 20여 년 된 대나무 삿갓, 죽비, 손수 기운 덧버선과 양말, 검은 고무신 한 켤레, 20년이 넘은 안경, 200자 원고지의 육필원고와 경전공부 노트 한 권, 몽당 색연필 한 자루, 볼펜 한 자루, 안거증, 승려증, 책 6,000권이 스님의 유품이었다.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 묵언默言 수행, 청빈의 삶을 산 청화 스님(淸華, 1924-2003)은 ‘무아무소유’의 실천수행자였다. 

음식이란 사람의 신체와 정신을 유지시켜 주는 최소한의 수단일 뿐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행자는 적당히 먹는 것이 수행에 도움이 된다. 스님은 부처님처럼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배를 가볍게 했다. 말을 하면 삿된 개념이 발동된다고 하며 용맹정진 기간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스님은 40년간 토굴 생활을 했다. 한 번은 백장암 위쪽 1,000미터 이상 되는 고지에 조그마한 토굴을 마련해서 한 철을 지냈다. 방은 사방 일곱 자. 협소한 공간이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하려면 장작을 하루에 여남은 개비는 때야 했지만, 절약하기 위해 하루에 세 개비씩만 땠다. 마음을 못 통하면 방에서 죽을 각오로, 나오지 않으려고 지붕도 천년만년 간다는 참나무 굴피로 이었다. 생식도 쌀만 불려서 먹었다.

또, 스님이 동안거 결제정진으로 홀로 산중에 남아 공부하던 어느 때에는, ‘생사사대 무상신속 촌음가석 신물방일(生死事大 無常迅速 寸陰可惜 愼勿放逸, 삶과 죽음이 가장 큰일인데 덧없는 세월은 빨리 가버리니 짧은 시간도 한껏 아끼며 방심하고 게으르지 말라)’ ‘근고청중(謹告淸衆 삼가 청정대중에게 알림)’의 푯말을 수행처 앞에 내걸고, 한 끼만 먹고, 눕지 않고, 말하지 않으며 수행에 전념했다. 청화 스님은 어느 날 법상에 올라 대중에게 이렇게 설법했다.

“무아無我 소식을 제대로 안다면 오욕락五慾樂을 추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무엇 때문에 명예를 구하고, 무엇 때문에 재산을 구하겠는가.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무아라는 것은 진리에 입각한 마음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라는 말이다.”(불기 2535년 8월. 태안사 금륜회 하계 용맹정진 회향 및 정기법회)

 

|    무소유 그리고 버리고 떠나기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무소유』, 법정 스님.)

평생 ‘무소유’와 ‘버리고 떠나기’를 끊임없이 보여준 법정 스님(法頂, 1932-2010). 법정 스님은 자신의 공간을 자신의 철학에 맞게끔 정돈하고 살았다. 스님은 “주거공간이 단순해야 정신 공간이 넓어진다.”고 했다. 넘쳐나는 것은 보지 못하고 없애버렸다. 법정 스님이 생활했던 방은 아주 작았다. 그 방에는 작은 책장과 책상밖에 없었다. 다른 가구는 없었다. 법정 스님의 방은 스님의 옷처럼 간소했다. 스님은 찻그릇이 하나만 늘어도, 책이 몇 권만 쌓여도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부엌 벽에는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낙서가 있었다. 스님이 직접 써놓은 것이다. 스님은 단순한 삶이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근원적인 눈을 뜨게 한다고 했다. “단순한 삶을 이루려면 투철한 자기 억제와 자기 질서를 가져야 한다. 보지 않아도 좋을 것은 보지 말고, 듣지 않아도 좋을 것은 듣지 말고, 읽지 않아도 좋을 것은 읽지 말며, 먹지 않아도 좋을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가려가면서 적게 보고, 적게 듣고, 적게 입고, 적게 먹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성숙해지고 승화될 수 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고 했다. 

“뱃속에는 밥이 적어야 하고, 입안에는 말이 적어야 하며, 마음속에는 일이 적어야 한다.” 스님은 식사를 할 때도 반찬 수가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입적 전날 스님은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라고 말씀하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입적하였다. 법정 스님은 자신이 입던 옷 그대로, 수의도 없이 관도 없이 가사 한 장을 덮고서 피안의 세계로 건너갔다.

사진. 불광미디어

|    선택과 집중으로 얻어진 것

선불교에 깊이 빠져있었던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는 선불교에서 깨우친 단순함과 간결함을 삶의 모든 요소에 적용시켰다. 그는 최소한의 필수품을 제외하고는 저택에 가구를 들이지 않았다. 침실에는 옷장과 매트리스, 식당으로 쓰는 공간에 카드놀이용 테이블과 몇 개의 접이의자가 전부였다. 그는 주변에 자신이 감탄할 수 있는 것들만 놓기를 원했다. 가전제품을 사는 것도 단순한 충동구매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인 과업이었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했다. 그는 삶의 모든 면에서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했다. 그의 작업물에는 모두 단순함의 미학이 있다. 지극히 단순한 모양으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애플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직관적이어야 했다. 자신이 만든 애플이라는 로고도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한 입 배어 문 사과의 모습으로 대신했다. 그는 옷 또한 단순하게 입었다. 하프터틀넥 상의, 리바이스 501 청바지,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이는 SNS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 1984 - )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페이스북 경영철학에 불교 사상을 담은 것으로도 유명한 그다. 불교를 놀라운 종교이자 철학이라고 표현한 그도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 그가 가진 하나뿐인 옷장 서랍에는 회색 티셔츠가 20벌 정도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공개 질의응답을 나누면서 “왜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공동체를 가장 잘 섬기는 것 외에는 해야 할 결정의 수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이들은 물건과 욕심을 비웠다. 비워진 자리에 시간과 대자유가 들어섰다. 이들은 중요한 가치를 위해 그것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무엇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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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가장 행복한 공부』, 청화 스님 말씀, 시공사
『산에는 꽃이 피네』, 법정 스님, 동쪽나라
『성철 스님의 무소유』, 고유수, 리더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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