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 절 노래하는 부처님음악은 소리를 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기쁘게 합니다. 절에 가면 노래하는 부처님들이 있습니다. 이 부처님들은 우리 절에서 신명나는 리듬을 함께 연주하고, 감미로운 멜로디를 쌓으며 부처님을 찬탄합니다. 오늘은 어떤 음성공양을 올릴까 기대합니다. 도반과 함께 눈을 보며 맞춰가니 더욱 환희롭습니다. 절에서 노래하고 흥을 찾으니 마음 차오르고 활기 넘칩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함께 만들어내는 부처님 소리. 우리 절 부처님들을 만납니다. 절에서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이들을 찾아가봅니다.
01 대관음사ㆍ청소년 난타 팀 샤카 | 더구덩 더구덩 신명나는 난타 소리 유윤정 |
조용한 일요일 오후의 사찰. 탁 트인 도서관 책장 사이로 청량한 음이 흘러나온다. 우쿨렐레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노래가 울린다. 로이킴의 ‘봄봄봄.’ 어떠한 기교도 없이 있는 그대로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가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이들의 얼굴에도, 옆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 우쿨렐레와 아이들
우쿨렐레는 현악기로, 작은 기타처럼 생겼다. 하와이 전통악기로 20세기 후반에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4개의 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타의 4분의 1 크기로 휴대가 용이하다. 아이들이 치기에도 딱 좋은 크기다. 가격도 저렴하며 연주하기가 비교적 쉬워 많은 사랑을 받는 악기이다.
“저희 아이들이 우쿨렐레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네요. 사찰이 가지고 있는 딱딱한 이미지 때문인지, 일반적인 법회만으로 아이들이 지루해하더라고요. 또 법회에 같이 오시는 부모님들도 ‘우리 아이들이 사찰에서 흥미를 느낄 만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셨어요. 어린이 우쿨렐레 교실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숙영 관문사 자모회장은 어린이 법회를 지도하며 아이들이 그간 배운 우쿨렐레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배운 것을 활용하자’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공연할 무대를 찾았다. 그렇게 올해 처음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부처님오신날에는 법당에서 공연을 했다. 어린이날에는 서초구 어린이날 행사 ‘제10회 우면산의 꿈’ 어린이 글·그림 축제에 참가하여 축하공연을 하였다. 공연을 관람한 스님과 여러 대중들이 웃으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아이들도 그날의 기억이 좋았는지 사람들 앞에 또 서고 싶다고 했다.
일요일 오전 법회를 마치고 점심 공양까지 먹고 나면 밖에 나가 놀고 싶을 법도 한데, 아이들은 먼저 우쿨렐레부터 찾는다. 건물 3층 어린이 법당에서 악기를 챙겨서 2층 도서관까지 한달음이다. 이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위해 문건희 우쿨렐레 선생님이 오신다. 왕복 3시간 거리의 관문사이지만, 관문사 아이들에게 우쿨렐레를 알려주는 시간이 즐거워 피곤함도 잊는다고 한다.
“우선 아이들이 너무 고맙죠. 자기들이 더 열심히 하려는 게 눈에 보여요. 또 그래서인지 애들 실력이 꾸준히 늘었어요. 참 기특해요.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관문사도 고맙습니다. 사실 우쿨렐레가 교육적으로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1인 1악기 시대’라고 해서 방과 후 학교, 어린이 단체, 문화교실 등에 많이 퍼졌죠. 하지만 아직 사찰에서는 그런 활동이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관문사에서 열심히 활동하니 제가 다 뿌듯하죠.”
| 천진불의 음악소리
고사리손으로 꼬물꼬물 지판을 짚는다. 7살 효민이는 우쿨렐레가 아직 어색하다. 문 선생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선생님 손과 자기 손을 번갈아 쳐다본다. 효민이에게는 두 언니가 있다. 열두 살인 큰언니 규민이와 열 살인 작은언니 정민이다. 큰언니 따라 작은언니가 우쿨렐레를 배웠고, 막내인 효민이는 두 언니를 따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첫째 규민이는 어린이 우쿨렐레 교실 시작 때부터 같이 했어요. 어린이 법회는 그 이전부터 나왔죠. 그리고 순서대로 둘째가 언니 따라서 나오고, 이제 셋째 효민이까지 법회에 나와요. 세 자매 모두 기특하고 귀여워요.”(이숙영 관문사 자모회장)
‘풍선’, ‘걱정말아요 그대’, ‘제주도 푸른밤’, ‘붉은 노을’ 등 우쿨렐레 교실 아이들은 연주하는 곡도 다양했다. 두 언니를 따라 배우는 효민이는 아직 우쿨렐레가 낯설지만, 노래가 좋은가보다. “너는 왜 가만있어?”라고 묻는 물음에 “아직 애기예요.”라며 둘째 언니가 대신 답한다.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눈에 띈다. 열한 살 성민이는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관문사 어린이 법회를 다녔다. 또 그해 우쿨렐레 교실이 생기며 계속해서 우쿨렐레를 쳤다. 실력도 수준급이라 우쿨렐레의 본고장 하와이에서 문 선생님과 함께 무대를 서기도 했단다.
“저희 아이가 예전에는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구석진 벽에 붙어 있던 아인데, 악기를 연주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점점 활발하게 변했습니다. 지금은 자기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요. 절에서 아이들에게 악기도 알려주니 저로서는 정말 고맙죠.”
성민이 어머니는 매주 아이와 함께 일요법회를 나온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길 바란다.”며 사찰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어린이 우쿨렐레 교실에는 현재 10여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이숙영 자모회장은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복지관이나 어린이 병원을 방문하여 우쿨렐레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찬불가에 우쿨렐레를 접목할 생각”이라며 “법당에 오는 것을 꺼리는 아이들에게 알리고 어린이 전법 활동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아이들 주위로 수많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그 책들 안에 담긴 아름다운 표현들보다 이 아이들의 웃음이 눈부셨다. 우쿨렐레라는 체험이 아이들에게 사찰을 찾는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