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업장은 현재의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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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업장은 현재의업장
  • 관리자
  • 승인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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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업장은 현재의 업장]

우리는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지은 업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환이 있을 때, 예컨데 아프거나 사업, 직장 승진 등이 뜻대로 안되거나 하면 전생에 업장이 두터워서...하고 곧잘 읖조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박복함을 한탄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을 가만이 보면 두 부류로 나눠집니다. 한 부류는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지은 과거 잘못을 막연하게나마 뉘우치며 앞으로의 삶을 제대로 살 것을 다짐하는가 하면, 또 한 부류는 그저 과거 탓만 할 뿐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 없습니다. 즉, 현재 겪는 모든 고통은 모두 과거 나의 잘못의 결과로 돌리기는 하지만, 그 과거를 씻기 위해 반성하거나 노력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입니다. 잘못은 과거에만 저지른 것이지 현재 자신은 과거 잘못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지요. 이런 분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참회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런 분들에게 업장은 까마득한 과거지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과거의 업장은 현재의 업장입니다. 현재의 삶이 제대로 되지 못하기에 과거의 삶이 행세를 부리는 것입니다. 만약 현재의 삶이 훌륭하면 설사 과거에 업장이 웬만큼 깊다 하더라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별로 못 끼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지난 날 좀 과욕을 부리고 게을렀다 하더라도 현재 부지런하고 탐욕을 버리면 지난 날 그런 일들은 현재에 별로 큰 영향을 못 줍니다. 지금도 그 버릇 못 버리고 탐심, 음심, 치심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과거에 못난 모습이 더 크게 현재에 부각되고 더 크게 나와 이웃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오늘 저 학생이 야단 맞는 것은 지난 날 불성실한 학교 생활 탓도 있지만, 지금도 계속 불성실하기에 더 큰 벌을 받는 것입니다. 만약 그 학생이 어제는 지각을 하고 숙제를 안 해 왔더라도 오늘을 제대로 한다면 선생님이 아에 야단을 안 치시거나 치더라도 덜 치실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이 오늘 그대로 이어지기에 어제 잘못이 더 커 보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탓만 할 일이 아닙니다. 오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단지 지난 날 내가 지은 잘못 때문뿐만 아니라 지금도 내가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기에 그런 것입니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요 과거 업장은 현재 업장에 다름 아닙니다. 그러기에 보현행원에서는 참회를 할 때 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청정(淸淨)한'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으로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과거를 참회할 뿐 아니라 참회하는 바로 그 자리에 맑고 깨끗한, 새로운 업을 지금부터 지어가는 것입니다. 후회와 한탄으로 참회하는 것이 아니라, 맑고 밝은 내 마음, 내 행으로 참회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른 참회입니다.

우환과 힘든 일이 닥칠 때 그저 과거 업장으로만 돌리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이 이렇게 크게 행세하는 것은 오늘 내가 바른 삶을 살지 못해서이니, 더 큰 다짐과 분심(忿心)으로 더 큰 서원과 정진 이룰 일입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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