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밥·몸·마음 :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
상태바
[특집] 밥·몸·마음 :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
  • 유윤정
  • 승인 2017.06.18 17:5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상은 마음과 몸의 건강으로 연결된다

[특집] 밥·몸·마음

밥·몸·마음. 불자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자들의 건강을 크게 신경 쓰셨습니다. 마음 수행과 몸의 건강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처럼 자기를 바로 보고 건강을 살피며 살면 몸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단단해집니다. 불자가 건강하게 사는 법, 불교에서는 어떤 방법을 전하고 있을까요? 우리 불자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될까요?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건강법을 행하는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 비법, 건강한 불자가 되는 법을 소개합니다.

01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건강법  / 이미령
02 부처님과 고승들의 식사법 / 유윤정
03 몸을 살피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밀다 / 김우진
04 달리는 것과 선은 같은 맛이다 / 김우진
05 명상은 마음과 몸의 건강으로 연결된다 / 유윤정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하다. 몸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 치열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쟁사회에선 늘 마음 산란하고 몸 고되기 일쑤지만, 그래도 부처님처럼 마음을 살피는 불자들은 몸과 마음이 안녕하다. 불자들의 안녕한 마음과 몸을 위해 남양주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에게 단단한 마음 만드는 법을 들어 보았다. 명상이다.

| 슬쩍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

부처님께서는 아침 공양 후 숲으로 들어가 나무 아래에 가만히 정좌하여 명상에 드셨다. 『숫따니빠따』의 「날라까 경」에서 부처님께서는 “명상 수행을 통하여 즐거움이 온다.”고 하시며 “성자의 길을 걷는 사람은 숲에 들어가 나무 아래에 앉아 명상에 전념하여야 한다.”고 하셨다.

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명상은 고요하고 맑은 마음을 만든다. 명상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을 감소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의학계에서도 불교의 명상법을 이용해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개발해 사용한다.

자신의 문제를 통찰해 치유하는 ‘가피명상’을 개발해 직접 지도하는 적경 스님께 명상이 무엇인지, 정말로 명상이 스트레스와 불안과 우울을 떨쳐내게 하는지, 명상을 하면 정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지 물었다. 적경 스님은 이야기에 앞서 사람들이 흔히 명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을 먼저 설명했다.

“흔히 명상을 하면 마음속의 고통과 슬픔 등이 모두 다 사라진다고 하지요? 그런데 명상은 고통과 슬픔과 두려움과 분노를 없애주는 것이 아닙니다. 명상은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식을 강화시켜 그 고통과 슬픔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하는 것이에요.”

적경 스님은 명상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알아 들어가,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 의식을 성장시키는 것”이라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의 시작이며 그것부터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내면 의식의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명상을 한다고 문제가 되는 상황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의식이 성장하면 같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거나, 받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어떤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것은 의식의 영역입니다. 의식이 성장한 사람은 어떤 사건을 보고도 슬쩍 미소 짓고 넘어갈 수 있어요. 독한 감기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 명상으로 잘 먹고 잘 자기

- 현대인에게 명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명상은 자기를 바로 보아서 의식을 성장시킵니다. 명상을 정의하는 수많은 문장이 있지만 저는 자신을 바로 보아 신구의身口意를 일치시키는 것이 명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는 흔히 생각 따로, 몸 따로, 말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우울하고 괴롭습니다.”

- 생각 따로, 몸 따로, 말 따로 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인가요?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럼 나를 포장하게 되어 있어요. 지금의 내 모습 말고 다른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내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자기가 자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불편해하고 두려워하죠. 이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형성됩니다. 여기서 많은 병들이 일어납니다. 이 이미지와 나의 괴리가 강해지면 우울증이 됩니다. 이 이미지가 나와 더욱 멀어지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명상을 하면 ‘내가 나를 포장하고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군요.

“지금의 나 말고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하는 것이 강해지면 정신질환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저 예쁜 호접난이 ‘나는 장미가 되고 싶어.’라고 생각합니다. 호접난이 장미가 되겠다고 애쓴다면 심각한 일이죠. 명상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누구인지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癡心이 있음을 바로 보게 되지요. 명상을 하면 진짜 내가 누군지를 알게 됩니다. 이미지로 감추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가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명상이에요.”

- 나 스스로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깨달으니 자아존중감도 함께 높아지겠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면 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자존감 회복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 명상입니다.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명상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더불어 자존감이 높으면 행복도 더욱 충만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도 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 명상을 하면 자존감뿐만 아니라 몸의 건강도 더불어 좋아진다고 들었습니다.

“화가 나면 몸에서 열이 나고 몸이 덜덜 떨리고, 마음이 슬프면 눈물 콧물이 흐르며 가슴이 먹먹해진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두려우면 등골이 오싹해지지요. 이렇게 우리의 의식과 감정 영역은 곧바로 몸으로 표현됩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떨어트릴 수 없어요. 그래서 명상으로 의식을 잘 성장시키면 몸의 건강하고도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의식이 변하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서로를 아껴줄 수 있는 조화로운 힘이 형성됩니다.”

적경 스님은 명상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 중 하나가 ‘잘 먹고 잘 자기’라고 했다.

“잠을 잘 자는 것, 잘 먹는 것은 건강에 무척 중요하지요. 흔히 잘 먹고 잘 자면 몸이 건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자려면 의식이 건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음에 근심 걱정이 없고 평화롭고 행복하면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듭니다. 고민이 많고 걱정이 많으면 쉽게 잠에 들지 못하죠. 그래서 잘 먹고 잘 자려면 의식이 건강해야 합니다. 명상을 하면 잘 먹고 잘 자게 됩니다. 크게 깨달음을 얻은 스님들의 이야기를 보면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잡니다. 의식이 큰 사람들은 그렇게 걸림 없이 삽니다.”

 

| 잠깐 1분이라도 자기를 자각하기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

스님은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잠깐 앉은 자리 1분 명상도 충분하다고 했다. 잠깐이라도 자기를 자각하면 충분하단 것이다. 꼭 앉아서만 할 것도 아니다.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을 주의注意라고 한다. 내가 지금 걷는 걸음에 주의하고 있는지, 내 호흡에 주의하고 있는지 이것을 순간순간 알아차려 행하면 그것이 곧 명상이라 했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대소변을 눌 땐 이렇게 관찰하라.’ 똥오줌 눌 때 관찰하는 것도 명상입니다. 삶 자체가 명상이에요. 목욕하면서, 방 닦으면서, 설거지하면서 등 자기의 삶을 수시로 바라볼 수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집중수행을 하면 더 좋습니다.”

- 1분 명상 같은 알아차림 명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엇을 알아차려야 하나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몸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도 있고, 순간 떠오르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법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알아차림 하면 됩니다.

- 명상 수행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전통적 화두 명상이나 사마타·위빠사나, 호흡 명상, 가피 명상, 자비 명상 등등. 명상을 할 때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요.

“좋은 스승을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명상을 하는 사람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몸 관찰이 쉬운 사람이 있고 마음관찰이 쉬운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가 어떤 것이 맞는지는 명상을 접해보면서 와닿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실 말이 있으신가요.

“명상을 처음 시작하면 아주 평온하고 고요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다가, 조금 더 가면 그 동안 마음 아팠던 것들이 드러나고 올라와서 더 번거롭고 생각이 많아지는 단계가 있습니다. 이때 자신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 보입니다. 자칫 ‘명상을 괜히 배웠다.’ ‘괜히 명상을 해서 마음이 힘들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과정이 올 거예요. 하지만 그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입니다. 잘 가고 있는 단계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땐 스스로 좀 더 밀고 나가고, 스승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 멈추지 말고 더 밀고 나가라는 말씀이시지요.

“고통스러울 땐 흔히 고통을 피하려 하지요. 그러나 명상은 그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과 두려움이 있으면 그것과 함께 해야 해요. 그래야만 자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고통이 몸 어디에서 느껴지는가?’ 하고 관찰해보세요. 그 느낌의 뿌리를 찾아들어가 봅니다.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땐 안내자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명상 수행하면 즐거움이 온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며 대화의 순간 말하고 있는 나와 듣는 나를 주의해본다. 이 순간도 명상의 시작이다. 명상을 알아 몸과 마음이 안녕한 불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떠올리는 순간 적경 스님이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행복한 사람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요. 나는 힘든데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내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행복은 매 순간 발견해나가는 것입니다. 행복은 그 사람의 의식 역량만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할수록 행복할 수밖에 없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행복말고는.”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독자 2017-06-28 15:06:21
“행복한 사람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얘기.. 새삼 와닿네요.
_()_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