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경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자인 릭 핸슨 박사와 신경과 의사이며 명상지도자인 리처드 멘디우스 박사가 불교와 뇌과학에 관한 연구들을 고찰하여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붓다 브레인(Buddha,s Brain)》이라는 책이 2009년에 발간되어 서구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마음 훈련 특히 불교 수행법인 명상을 통해 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뇌과학적 증거들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불교의 명상 수행으로 영원한 행복, 무한한 자비심을 갖춘 가장 이상적인 뇌, 즉 부처님의 뇌로 근접하는 방법을 과학적 증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해 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 본 사람 중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으뜸 되는 가르침이다. 으뜸 되는 가르침인 종교(宗敎)는 객관적인 법칙, 실천, 증명을 요구한다. 부처님은 모든 신비주의를 배제하고 개인의 경험과 주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종교적 신비주의로 교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거나, 종교 지도자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리라는 것은 보편타당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증명되거나 증명될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신비주의에 기초한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 주장, 믿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본질상 미신이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전한 일성(一聲)을 들어 보자.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종교는 자연세계를 부정해 왔다. 그러나 미래 종교는 자연과 종교 두 세계를 똑같이 존중하는 데 기반을 두어야 한다. 자연과 종교의 통합이 진정한 통합이다. 나는 불교야말로 이러한 내 생각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상응하는 종교는 불교라고 말하고 싶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지금과 같은 우주과학 시대에는 신비주의를 전제로 하는 종교는 더 이상 존속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종교적 신비주의는 본질상 미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떠한 종교가 앞으로 존속할 수 있는가? 불교와 같은 신비주의를 배제하는 종교만이 존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의 목표는 무엇인가? 종교의 근본 목표는 영원한 행복의 추구이다. 모든 인간은 삶을 값어치 있게 살기 위하여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목표가 뚜렷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또 사람마다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도 하지만,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로 행복이다.
릭 핸슨 박사와 리처드 멘디우스 박사의 《붓다 브레인》은 한마디로 불교의 마음 수행법인 명상을 통해 뇌를 바꿔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불교 수행을 일컬어 “마음을 닦는다[修心].”고 한다. 경우에 따라 “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도 한다. 불교 수행으로 번뇌심, 즉 탐진치(貪嗔癡) 삼독심(三毒心)을 없애자는 것이다. 모든 번뇌가 없어진 상태를 열반(涅槃)이라 하고 번뇌를 없애는 노력이 불교의 수행이다. 뇌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마음이란 곧 뇌이며, 뇌 신경세포의 연결에 따라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생겨난다. 우리의 번뇌는 잘못된 뇌의 활동이며, 열반(涅槃)이란 가장 조용하고 정상적인 뇌의 활동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뇌과학자들은 마음이란 뇌의 구조와 기능들에 의해 나오는 화학적 물질의 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이며, 이것을 역행하는 인과적 설명, 즉 뇌 작용의 결과물인 마음이 뇌의 화학적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 마음 등의 영향에 의해 뇌가 자발적으로 유연성 있게 적응하고 발달한다는 최근의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 이론에 의해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이론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이 났다. 마음에 의해 뇌의 생화학적 내지 구조적 변화가 야기될 수 있고, 마음에 의해 뇌의 일시적 또는 영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 부처님은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모든 유형(有形)의 사물(事物)은 공(空)한 것이며, 공한 것은 유형의 사물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색의 세계 즉 물질(物質)의 세계가 공의 세계 즉 비물질(非事物)의 세계이고, 비물질의 세계가 곧 물질의 세계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이 말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해 오다가, 부처님의 말씀 이후 무려 2500년이 지난 시점인 20세기 초 창조성이 뛰어난 대표적 과학 지식인인 아인슈타인에 의해 과학적으로 해석이 가능해졌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E=mc²으로 이는 질량 m이 에너지 mc²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질량과 에너지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건만 맞으면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고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어떤 좁은 공간으로 결집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물체이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물체가 어떤 상황이 되면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에너지 즉, 공(空)으로 변하게 된다. 양자역학이 부처님의 말씀 색즉시공공즉시색을 증명한 것이다.
뇌과학에서도 상기에서도 말한 바처럼 뇌의 물질(물질의 세계, 색의 세계)의 작용으로 마음(비물질의 세계, 공의 세계)이 발생하나, 마음(비물질의 세계, 공의 세계)의 작용이 뇌의 물질(물질의 세계, 색의 세계)에 작용하지 못한다는 그간의 이론은 최근의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 이론에 의해 수정되었다. 최근 눈부신 뇌과학 분야의 발전으로 이제야 뇌과학 분야에서도 색즉시공공즉시색이 증명된 것이다.
결국 불교는 진리의 가르침이기에 2600년 뒤에도 그것이 참이요 진리인 것이 자꾸 증명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과학이 발달할수록 불교의 진리가 한 가지 한 가지씩 계속해서 더 증명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0세기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이고도 의미 있는 사건은 불교가 서구로 전해진 것이다.” 서구에서 신비주의의 신앙에서 깨달음과 행복 추구를 위한 불교 명상과 수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동양의 대표적 자산으로 손꼽히는 불교 명상의 과학적 접근과 연구가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좁은 나의 소견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일이기는 하나,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진리의 말씀이자 으뜸 가르침인 불교가 온 인류에 널리 퍼지는 일은 바람직하다. 서구에서 불교 수행법인 명상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미국 신경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자인 릭 핸슨 박사와 신경과 의사이며 명상지도자인 리처드 멘디우스 박사가 우리에게 《붓다 브레인》이라는 선물을 준 것은 매우 훌륭하고도 고마운 일이며, 또한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로 옮겨 준 장현갑 교수에게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장현갑 교수는 “이 책은 불교의 마음 수행법인 계(戒)·정(定)·혜(慧) 삼학을 실천함으로써 뇌를 바꾸어 마음과 몸의 진정한 행복과 건강을 지향하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실천적 안내서이다. 이 책을 통하여 심신의 괴로움을 이별하고 안락한 세계로 가는 데[離苦得樂] 길잡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 책 한 권을 통해 뇌과학의 신비를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부처님의 말씀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불교 수행법인 명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수행하고 우리의 삶을 영원한 행복으로 이르는 길을 제시해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싯다르타처럼 살고 싶다. 그것이 안 되면 흉내라도 내고 싶다. 부처님까지는 아니더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를 향해 내 마음의 방향이라도 일치시키고 싶다. 불교에서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라 하여 모든 중생은 다 부처님의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명(無明)의 구름이 끼어 중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말하고 싶다. “《붓다 브레인(Buddha,s Brain)》을 읽어라. 그리고 실천하라!”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著者)도 부처님도 아닌 우리의 인생이다. 깨달음[覺]이다. 이 책을 통해 탐진치(貪瞋癡)의 고(苦)에서 우리 모든 중생(衆生)들이 맑은 마음을 켜고, 꿈과 희망을 지니고, 영원한 행복을 이루길 기원한다. ■
사공정규
정신과 전문의.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진료의뢰회송센터장으로 재직 중. 1964년 대구 출생.하버드의대 방문교수와 하버드의대 우울증 임상연구원 역임.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 부회장, 대한생물치료정신의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 저서로 《행복을 낚아주는 사공》 등 4권이 있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상 등 수상(2005).
* 출처 : 불교평론 http://www.budreview.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