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그린이, 옮긴이
글쓴이: 스테판 세르방(Stephane Servant)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에서 태어났다. 문학, 그래픽 디자인, 시나리오 쓰기 등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문화 기획자로 일했다. 지금은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이: 일리아 그린(Ilya Green)
프랑스 출신 그림책 작가. 『빨간 망토 소녀』, 『룬과 바람의 비밀』, 『아킬레우스와 강』 등의 그림을 그렸다.
옮긴이: 이경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어교육학을 공부했다. 1992년 문화일보 동계문예 중편 부문에 「과거 순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로 어린이 부문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로 SBS 어린이 미디어 대상 번역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래서 그렇대요』, 『행복한 학교』, 『구렁덩덩 새 선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내 사랑 뿌뿌』, 『내가 만일 아빠라면』, 『내가 만일 엄마라면』,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잘 자라, 프란시스』, 『파랑이와 노랑이』 등이 있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는 누구일까요? 언뜻 착하고 자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아이의 마음이 건강할 것 같지만, 그런 아이는 감정을 꾹꾹 억누르며 마음 아프게 사는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건강하려면 참을 줄도 알고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게 마음 건강의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마법의 가면』은 아이의 다채로운 마음 변화를 ‘변신 가면’이라는 환상적인 장치를 통해 보여 줍니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장난치고 화를 냈다가도, 친구와 엄마 아빠와의 갈등 때문에 이내 후회하고, 누군가가 보내는 따뜻한 관심 속에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아이의 마음이 세련된 그림과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녹아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혹시 후회할 일을 하더라도 자기는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이며 돌아갈 따뜻한 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은 아이가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튼튼한 토대가 되어 줄 것입니다.
■ 감정의 탈출구, 가면
‘나’는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모퉁이에서 가면을 줍습니다. 어떤 동물로든 변하게 해 주는 마법의 가면입니다. ‘나’는 가면을 쓰고 원숭이와 곰으로 변신해서 마음껏 장난치고 말썽을 부리다가, 같이 안 놀겠다는 친구들 말에 화가 나서 늑대로 변신합니다.
마법의 가면을 쓰면 무슨 동물이든 변할 수 있습니다. 장난을 치고 싶을 때는 원숭이로, 힘을 뽐내고 싶을 때는 곰으로, 화가 났을 때는 늑대로 변신해서 마음껏 장난치고 화를 냅니다. 어쩜 그렇게 감정에 딱 맞는 동물로 변신할까요? 아마도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장난치는 아이(원숭이), 힘을 뽐내는 아이(곰), 화를 내는 아이(늑대)을 상징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가면은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 아이의 욕망을 상징하고 있고요.
■ 나는 사랑받는 존재임을 아는 것의 힘
그런데 집에 들어가려 하자, 엄마 아빠가 늑대로 변한 ‘나’를 알아보지 못해 문을 열어 주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면까지 벗겨지지 않아, ‘나’는 이대로 친구와 엄마 아빠에게 외면을 받으며 외롭게 살아야 할 상황에 놓입니다. 이때 누나가 등장합니다. 외로워서 떠돌이 개로 변신한 ‘나’를 누나가 알아보고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 줍니다.
세상 모두 외면해도 누군가가 계속해서 따뜻한 관심을 보내 준다면, 우리는 이내 기운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안도감. 이것이 있다면 아이는 책 속 ‘나’처럼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확신이 우리 아이를 마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 옮긴이의 말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의 본능 속에는 파괴적인 성향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어른이 될수록, 사회화가 될수록 그것들을 다스리는 힘이 강해지는 것일 뿐입니다.
이 책에는 마법의 가면을 주워 자기 속에 들어 있는 반항심, 폭력성, 파괴적인 본능 같은 억눌린 것들을 발산하는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 속에서 곰이 되고 늑대가 되어, 억눌려 쌓여 있던 그러한 감정들을 털어 낼 수 있습니다. 죄의식이나 두려움 없이 말입니다. 그런 다음 애정 속에서 안전하게 자신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스며들어 피와 살이 될 이야기도 필요하지만, 쏟아 놓고 털어 버릴 수 있는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도 아이들에게는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이 마법의 가면을 쓰고 잠시라도 마음껏 자신을 드러낼 시간을 갖게 해 주시고, 그런 다음 지쳐 돌아온 그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고 달래 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드문 책이라고 여겨져 번역하는 마음이 더욱 각별했음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