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은 어디서부터 녹는가?]
업장은 어디서부터 녹는가? 바로 '나(我)'로부터 녹습니다. 내가 내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기 시작할 때 업장은 그 때부터 저절로 녹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남을 원망하며 가슴을 치고 한탄만 합니다.
굳게 언 얼음을 녹일 때 노련한 분들은 무작정 얼음을 깨거나 녹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얼음에 바늘 구멍 하나만 뚫어 놓습니다. 그리고 가만 놔 둡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얼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합니다. 그 보잘 것 없는 작은 구멍 하나로 인해 그 두껍던 얼음이 녹아 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얼음도 결국엔 모두 녹아 버리고 맙니다.
업장도 이와 같습니다. 아무리 모질고 깊은 업장도 '나'로 인하여, '나'로부터 녹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온 세상이 어둡고 온 세상이 원망스러워 보이더라도 내가 마음의 등불을 밝히면, 내가 진정으로 뉘우치고 참회를 하여 나가면 어느새 먹구름은 걷히고 어둠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갈등이 모두 내가 잘못하여 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나로부터 모든 갈등, 모든 업장이 소멸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비록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더라도 내가 남을 비난하기 앞서 내가 먼저 겸허한 모습을 보이고 나를 먼저 치며, 남이 비록 잘못했다 하더라도 그를 위해 내가 대신 사과하고 내 못난 모습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일 때, 가슴 깊이 맺혔던 중생의 상처는 우리도 모르게 아물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다 그 쪽 잘못이지!'라고 의기양양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그러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원망하며 자식은 부모를 원망합니다. 서로가 준 상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여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갑니다. 결국은 종말에 가서야(그것도 운이 좋아야!) 서로 화해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불함으로써 삼천 년 중생의 무명이 허물을 벗고,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돌아가심으로 해서 이천 년 인류 역사가 비로소 죄에서 자유로와 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원망하기 앞서, 내 잘한 것만 주장하기 앞서 나를 뒤돌아 볼 일입니다.
그리고 나부터 어린 내 마음 밝혀 나갈 때, 그 두꺼운 업은 어느새 우리 모두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