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빈 라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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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빈 라덴
  • 관리자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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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빈 라덴]

비행기 테러로 시작된 미국의 대 아프카니스탄 보복 전쟁은 소강 상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계 여론도 처음에 격앙되어 일방적으로 미국을 지원하던 것과는 달리 반전 분위기가 점점 늘어 나는 추세입니다. 또 겨울은 다가 오고 있어 오갈 데 없는 난민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부시 행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일본은 자위대 파병의 뜻을 이루고, 빈 라덴은 전 이슬람인을 향해 대미성전을 독려하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대테러 전쟁의 필승을 다짐합니다.

이런 부시의 대테러 전쟁을 보는 분들 중에는 이것은 전쟁이 아니며 무의미한 민간인 살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백성을 상대로 무슨 전쟁을 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식의 전쟁은 테러를 막지 못할 뿐 아니라 겉으로는 대테러전의 양상을 갖추었지만 사실은 테러 당한 데 대한 미국민의 분풀이이며, 이를 위해 애꿎은 최빈국 국민들이 화를 입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문명의 충돌로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와 견해를 조금 달리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전쟁은 부시가 처음부터 언급했듯, 이것은 문명 간의 충돌도 아니고 테러 당한 데 대한 분풀이도 아닙니다. 인간 존엄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몸부림입니다. 라덴은 뉴욕 빌딩 폭파로 무고한 5000 여명의 생명이 사라진데 대해, 그들은 민간인이 아니라 미국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므로 죽어도 마땅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테러야말로 무고한 살상에 지나지 않으며 그가 죽인 사람은 그야말로 아무 죄없는 평범한 이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대해 단호한 응징이 앞으로 일어날 잔혹한 테러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비극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응징이 쉽지가 않고(더구나 테러 범인만 쪽집게처럼 체포하거나 사살한다는 것은 더 어렵지요. 따라서 이 과정에 서로가 입게 될 무고한 피아간의 살상이 또 다른 인과를 낳으므로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설사 응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런 잔혹한 마음을 가지게 된 근본 문제의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부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는 두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응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이것은 미국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전 인류의 공동선의 입장에서 다수 국가의 지원과 협의 아래 제한된 작전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아랍과 팔레스타인의 한(恨)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물론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지난 50 여년 간 아랍인들에게 너무도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잘못을 참회할 시기인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부시가 '팔레스타인 독립정부 수립을 지지하겠다' 고 말한 것은, 그것이 비록 대테러 전을 앞두고 아랍 무마용으로 나온 말이라 하더라도 퍽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지금까지는 그런 주장을 한 마국 지도자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스라엘의 강경파 샤론 총리가 경악했다고 하지요). 유태인들이 정치 자금줄을 쥐고 있는 미국, 특히 공화당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 이런 다짐이 비록 성의는 없다 하더라도 일단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현실도 그렇게 흘러가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번 대테러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 생각에는 부시가 이런 두 가지 사항만 잊지 않는다면, 비록 지금은 암담하게 보이더라도 그 뜻을 이룰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관점에서 씌여지고 백인 우월 사상에 치우친 지금까지의 세계사를 모든 종교, 인종이 화합하는 대전환의 계기를 이루리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부시가 남들이 보기에 좀 모자라는(?) 점은 있을지 모르나 도덕성이 남다른 사람인 것 같으며, 그가 지향하는 바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성장에 크게 벗어나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에게 한 가지 소망을 말하라면, 저는 부시가 이번 대테러전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여 미국민의 한(恨)뿐 아니라 팔레스타인들의 피맺힌 한도 풀어 주며, 빈 라덴 또한 그 모진 마음을 이제는 풀어(많이 죽이지 않았습니까!) 부시와 라덴 모두가 웃으며 손잡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으면 좋겠습니다(라덴은 제가 보기에 머리가 대단히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분이 그 좋은 머리를 남죽이는 데 쓰지 않고 남 살리는 데 쓴다면 오죽 좋을까요?).

꿈같은 희망일지 모르나, 제 소망은 그렇다는 말씀이지요...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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