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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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학당
  • 관리자
  • 승인 200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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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학당]

봉숭아 학당은 오늘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맹구를 비롯하여 언변 좋은 연변 유학생까지 갖가지 개구쟁이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재주, 엉뚱한 소리로 선생님 혼을 뺏어 놓습니다. 누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선생님을 놀리지를 않나, 연변에서는 백 년 묵은 인삼은 너무 흔해서 깍두기를 담궈 먹는다는 황당한 소리를 늘어 놓지를 않나,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봉숭아 학당의 학생들은 구김없이 건강하게 오늘도 잘 자랍니다. 공부는 뒷전이라도 늘 건강한 웃음이 넘칩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치받고 싸우고 장난 투성이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이런 개구쟁이들의 상상을 넘어선 온갖 짖꿎은 장난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받아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맹구가 아무리 바보 짓을 해도, 오서방이 아무리 개구쟁이 짓을 해도 선생님은 웃음으로 받아 넘기십니다. 철없는 제자가 선생님을 '누님 선생님' 이라 부르며 브루스를 유혹해도 선생님은 짐짓 속아 넘어 가 주십니다. 그래서 철없는 제자와 춤도 같이 추십니다. 연변 학생이 아무리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도 선생님은 모두 인정해 주시고 오히려 '나도 언젠가 연변은 꼭 한 번 가 봐야겠다' 라는 말로 학생을 격려(?)해 주십니다. 선생님 말끝마다 시비를 거는 운동권 학생의 소란도 선생님은 너그러운 웃음으로 받아 주십니다.
이런 선생님의 태도가 어리고 철없는 학생들의 못나고 모자란 모습을 모두 섭수해 주고 어느새 개구쟁이들을 훌륭한 신사 숙녀로 성장 시키는 것입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중생을 따르라'는 '수순중생(隨順衆生)'의 가르침이 실려 있습니다. 아무리 중생이 어리고 철없더라도, 아무리 중생이 못나고 모자라더라도 그들을 따라 주고 기다려 주면 중생은 고통에서 벗어나 어느새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하는 짓이 철이 없고 하는 생각이 어리더라도 일체 중생은 틀림없이 부처를 이룰 위대한 분들인 것! 다만 아직은 미숙하고 아직은 때가 아니어서 저렇게 어린 행동을 하지만 중생은 부처와 조금도 다름없는 불성을 가진, 근본적으로 '부처와 똑같은 분'들인 것이니 우리는 그 분들이 어서 자라 부처를 이룰 때까지 그 뜻을 따라 주고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중생이 스스로 성숙할 때까지 옆에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모시며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봉숭아 학당은 이런 '수순중생'의 법문을 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봉숭아 학당의 선생님은 바로 이 '수순중생'의 훌륭한 실천자이십니다.

오늘도 봉숭아 학당은 개구쟁이들의 장난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함없는 자비로 이들을 수순하시며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는 한, 봉숭아 학당의 개구쟁이들은 건강하게 자라 마침내 멋진 신사 숙녀가 되어 철 모르던 시절의 선생님 깊은 은혜를 갚을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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