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께서 '부시의 업보'를 읽으시고 '그러면 빈 라덴의 업보는 어떻게 되는가? ' 라는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다음은 그에 대한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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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진지하신 질문에 감사 드립니다.
다만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 제대로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송구스럽습니다만 제가 아는 데까지 말씀을 드려 볼까 합니다.
빈 라덴의 업보나 이스라엘 총리 샤론의 업보나 부시의 업보나 오십보 백보일 것입니다. 우리 눈에는 선한 자와 악한 자가 나뉘지만, 우주의 눈으로 보면 죽이는 자와 죽는 자만 있을 뿐이거든요? 즉, 우리 눈에는 악한 자를 선한 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죽이는 것 같지만, 또 그런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당연한 것 같지만 진리의 눈에서 보면 서로 죽이고 죽는 데 불과하겠지요. 인간의 눈으로는 선악이 있어도, 우주의 관점에서는 본래 선악이 없다, 이 말씀입니다.
자식이 여러 명인 부모가 있다고 합시다. 형제 간의 우애가 두터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이들이 부모 재산 문제로 싸울 때, 자식들 간에는 더 얻고 더 잃은 이들이 있지만 부모 눈에는 똑같은 자식이요 부모 입장에서는 재산이 더하고 덜한 것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태종 이 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자기 딴에는 적을 죽이고 권력을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버지 태조 이 성계의 입장에서야 다 같은 아들이 서로 죽이고 죽은 비극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쟎습니까?
우주의 진리는 '모든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번영'입니다. 우주의 모든 생명, 아니 무생명들까지도 이 목적을 위해 그렇게 수없이 체바퀴 굴리듯 생멸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가족을 위해 남의 가족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하고, 내 민족을 위해 남의 민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그 주체가 누구든 상관없이 우주의 진리에 반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진리가 용서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것은 원인제공자가 누군가 하는 것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인간의 눈으로야 원인 제공자가 더 나쁘고 그 양반이 그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더라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우주적 관점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악인도 똑같이 인권이 있고, 선한 자만 아니라 악인도 구원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랍니다(선과 악은 모두 상대적이라,100 %, 악인 100 % 선인 역시 없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동서양의 모든 성자들이 복수를 금지하고 원수를 사랑하라 하시며 나를 괴롭히는 자, 그의 행복을 빌고 그를 위해 오히려 기도하라, 라고까지 하시는 것이지요...예수님도 그래서 골고다 언덕길에서 돌아 가셨고요(예수님의 능력으로 마음만 먹으시면 그까짓 로마 관헌들쯤 못 물려치셨겠습니까? 그런데 그냥 그들의 어리석음을 당신의 죽음으로 깨우쳐 주셨죠!)
이런 이유로 악인들이 나중에 죽음을 당할 때 보는 우리의 마음이 편치 않는 것입니다. 악인도 개과천선하면 곧 우리의 친구인데 회개가 좀 늦다고 그렇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라덴의 분노도, 제가 잘은 모르지만 참으로 깊을 것입니다. 저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탱크 앞에 돌멩이로 맞써 싸우다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참 가슴 아프답니다.
생각해 보시지요! 얼마나 원한이 뼈에 사무치면, 그 무서운 탱크 앞에 도망을 가지 않고 돌멩이를 던지겠습니까...
분노는 분노를 낳고 복수는 복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더더욱 비극인 것은, 복수를 할 때 우리같은 어린 이들은 내가 받은 것만큼 똑같이 남에게 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 동포가 10 명 죽었다고 복수 나갈 때 저 쪽 동포 10 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20 명 30 명도 더 죽일 수 있고, 피해도 우리가 당한 피해만큼 똑같이 그들에게 줄 수가 없기 때문에 당한 사람은 또 원한이 그만큼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리석은 우리의 고달픈 윤회의 삶은 끝날 날이 없는 것입니다...우리가 그런 사실을 사무치게 알아 분노의 마음을 거둬 들이기 전에는 말입니다...
불은 불로써 끌 수가 없고, 어둠은 어둠으로 사라지지 않는데 말이지요...
또한 밝은 분들의 말씀에 의하면,
빈 라덴같이 이스라엘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친 이런 사람들의 일반적인 전생은,
1.과거에 이스라엘에게 핍박받던 아랍인(팔레스타인)이었을 수도 있고,
2.오히려 아랍인을 핍박하던 이스라엘인(유태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1번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2 번은 좀 이해가 안 가시죠?
2 번의 경우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이해가 좀 쉽지 않을까 하는데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런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즉, 열렬한 상대방(예;나치, 파시스트)의 지지자였다가 상대방의 본성을 알게 된 후부터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 극렬히 반대자가 되는 경우 있지요?
예를 들면 앙드레 말로는 평등사상을 부르짖은 마르크시즘에 현혹되어 열렬한 공산주의 지지자가 됩니다. 그러나 소련에 국빈 초대를 받아 갔다 소련의 실상을 보고 난 후부터는 오히려 열렬한 반공주의자가 되어 소련당국을 어리둥절하게 하지요.
라덴이 2 번의 경우라면 그는 자신의 지난 과오가 너무나 혐오스럽고 마음 아파 이번 생에서는 그 빚을 갚느라 오히려 이런 식으로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경우든 극단적인 생각, 극단적인 편애, 집착은 우리 모두를 망치고 말지요. 편집증적인 사랑은 사실은 사랑이 아니쟎습니까?
저렇게 골수에 사무치게 유태인을 미워하는 내가, 만약 전생에 유태인이었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복수한다고 설치지만 복수하는 나는 누구고 복수를 받는 저들은 또 누구란 말입니까? 또 복수에 환희하는 그들은 또 누구고 복수로 인해 가슴에 멍이 시커멓게 든 저들은 또 누구란 말인가요? 나는 누구를 위해 복수했고 무엇을 위해 미움 가득한 생을 살아가는 것일까요? 모두 모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려도 이해가 안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저도 드릴 말씀은 많으나 마음만 급하네요... 글만 길어지고요...이해해 주십시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