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열반]
세상에서 제일 무상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언제냐 하면,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가 아닌가 합니다. 모든 정성 다하여 우리를 키워 주신 부모님이 어떤 이유에서든 이 세상 인연을 거두실 때 우리는 평소에는 전혀 못 느끼던 무상을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됩니다.
무상은 불교 공부의 바로 핵심입니다. 무상 때문에 모든 불보살들이 보리심을 일으키고 출가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신 것도 바로 이 '무상'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은 무상하다, 고정불변의 것은 아무 것도 없구나, 내가 비록 젊지만은 나도 언젠가는 늙어 저렇게 죽어야만 하는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큰스님들의 출가 동기 중에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 가셔서 슬픔을 못 이겨 출가하신 분들이 많은 것도 이런 무상을 어린 나이에 너무나 생생하게 체험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이 허망함을 느낄 때, 내가 남의 부러움을 사고 때로는 남을 짓밟기도 하며 이루었다고 하는 성공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 때, 비로소 우리는 남의 아픔도 알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마음(보리심) 내는 것입니다.
참으로 무상이 아니라면 우리는 보리심을 영영 낼 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무상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부모님의 열반을 그냥 단순한 부모 자식 간의 이별의 의식으로만 치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쉽게 부모님을 보내고 또 잊어 버립니다.
부모님의 열반은 부모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마지막 은혜입니다. 부모님은 당신이 가장 아끼는 생명을 버림으로써, 어리석음 속에 세상 저무는 줄 모르고 사는 자식들에게 '세상은 그렇지 않다, 시간을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젊을 때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라' 는 것을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우리에게 설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장례가 끝났다고 해서, 49 재가 끝났다고 해서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보여 주신 그 크신 사랑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무정한 세월 앞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새삼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반드시 깨달음을 이루어 스스로는 생사 윤회에서 벗어나고 밖으로는 밝은 눈으로 살펴 보아 혹시나 악도에 헤메일지 모르는 부모님을 부처님 정토로 모셔 칠보로 된 연꽃 위에 앉혀 드려야 합니다.
그것만이 당신의 몸을 버리시면서까지 우리에게 베푸신 그 애틋한 사랑과 다함없는 은혜에 보답하는 길일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