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지어야 한다]
얼마 전 어느 유명 여류 소설가가 쓴 "책읽는 도시"라는 글을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그 분은 자기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된 것이 인연이 되어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책의 가을"이란 행사에 작품 낭송을 해 달라고 초대를 받았는데, 지난 번 독일 여행 기억으로 특히 옛 동독 도시인 라이프치히에서는 하루에 자그만치 80 여 곳에서 낭송회가 있었고 밤거리를 지나다가 카페에 불이 켜 있어 가 보면 그 안에서도 낭송회가 열리고 있었고 성당이나 관공서 어디든 사람이 모일 만한 곳이면 어디는 시 읽는 소리, 글 읽는 소리가 낭자하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오는 지금 서울이나 부산, 광주, 등등에서도 책 읽는 소리가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는 것으로 글을 맺는데, 저는 이 글을 보면서 독일이 비록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토화된 이차 대전의 상처를 딛고 저렇게 잘 살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독일뿐 아니라 주마간산식으로 몇 년 전 돌아 본 미국이나 유럽의 모습들 역시 저에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물보다는 가정을 중요 시 여기고 물건을 아끼고 서로에게 양보하며 조그만 잘못이 있어도 "Excuse me"를 연발하며 조그만 일에도 꼭 " Thank you" 라는 말을 잊지 않는 사람들. 물론 사회적 제약이 있는 탓이긴 하겠지만 차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꼭 시동을 꺼 공회전으로 인한 매연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산이나 계곡에서 놀더라도 가능한 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모습들은 우리 나라와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선진국이란 비단 GNP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구나! 지금 유럽이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이런 국민들이 있는 한 적어도 얼마 간은 선진국의 모습을 잃지 않겠구나! 역시 세계를 이끌겠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의 이상형이 되려면 적어도 그런 인연을 우리들이 지어 나가야 합니다. 그저 남보다 더 크고 더 많은 재물을 찾고, 그저 남보다 한 발 앞서 정보를 입수하고 배워 투기나 하고 내 자식들만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인연으로는 이 나라에 희망이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미안하다 한 마디 할 줄 모르고 오히려 남에게 뒤집어 씌우기까지 하며, 조그만 은혜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는 모순과 갈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우리 나라가 잘될 것이다, 만주 땅을 찾고 세계를 이끄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다 라는 분들의 말씀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좋은 인연을 짓지 않고 어찌 좋은 결과가 오기를 바란단 말입니까?
나라의 미래뿐 아니라 한 개인의 미래도 마찬 가지입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좋은 자녀를 가지려면 그런 인연을 지어야 합니다. 행복을 기원하고 나도 한 번 잘 살아 보려면 그런 인연을 지어야 합니다. 과거에 못 지었으면 지금이라도 지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금은 오지 않는, 그러나 내가 애타도록 찾고 기다리는 그런 미래가 나중에라도 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 모두가 어서 좋은 인연을 많이 지어, 물질뿐 아니라 정신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그래서 출세하고 재물 모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나의 즐거움보다 남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이웃들이 사는 그런 사회가 오게 되었으면 합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