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미얀마 4 쉐다곤 파고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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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순례기] 미얀마 4 쉐다곤 파고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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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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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순례기 / 황금의 나라 미얀마의 황금대탑

수많은 중창 보수를 거쳐서

처음에 이 대탑의 높이는 44자였는데, 반냐얀카익 왕(서기 1426-1446) 재위기간(1436)에 심한 대지진으로 황금대탑이 종 모양 있는 곳까지 무너져 내려 이 탑을 더 크게 확장·보수 하였다. 탑의 마당을 다섯 겹의 계단식으로 만들고 기존의 탑을 안에 들어가도록 302피트까지 높이를 올리는 도중 반냐얀카익 국왕이 타계하고, 반냐바루 왕(1446~1450)이 이어서 불사를 하는 중 또 타계하였다. 결국 다시반냐낀도 왕(1450~1453) 재세시 불사가 마무리되었다.

이 대탑을 가장 확실하게 보수한 분은 신소부 여왕(1453~1460)이었다. 그녀는 반냐바루 왕의 어머니로 한따와디 왕좌에 7년 동안 재임한 다음 왕세자인 사위 담마새디에게 보위를 넘겨주고, 대탑의 서쪽에 초암을 짓고 체계적으로 탑의 크고 작은 불사를 하였다.

먼저 대탑 주변의 땅을 보시하여서 탑 주변을 정리하고 벽돌담을 두 겹으로 둘렀다. 동서남북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회랑을 세우고 계단 주변에는 여러 가지 과일나무와 꽃나무를 심었다. 탑 마당을 전부 대리석으로 깔고 석등을 세웠으며 흙벽돌과 돌벽돌로 아름답게 단장하였다.

하얀 일산, 황금발우, 황금접시, 구리접시, 은접시, 황금수저, 은수저 등의 일용품을 보시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불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병사대장, 서기 2사람 등 1006명을 두어서 각자 분야별로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여왕은 생일날이면 자기 몸무게 24빼이따(약 52.8kg)만큼의 황금을 대탑에 보시하여 금을 입히게 하였다. “누구든지 이 쉐다곤 파고다에 선업을 짓는 이들은 나의 선업을 똑같이 나누어 지이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대탑을 향해서 합장하고 숨을 거두었다.

지금도 대탑 마당의 서북간에 그녀의 원찰(願刹)인 작은 탑이 있다. 그녀의 발원대로 그 곳은 언제나 소원을 성취하고 싶은 이들로 붐빈다.

담마새디 왕의 비석 덕분에 대탑의 역사를 알게 되다

사방팔방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지, 24시간 언제 참배를 하든지 그 때마다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이 대탑은 세월의 무상함과 영화를 모두 보여준다. 신소부 여왕의 뒤를 이은 담마새디 왕도 여왕의 바람대로 쉐다곤 대탑을 존중하여 언제나 선업을 짓기를 즐거워하였다.

그가 만들어 세운 빠알리, 몬, 미얀마어로 만들어진(1485) 『담마새디 대왕의 비석』으로 인하여서 대탑의 역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담마새디 왕은 신소부 여왕이 보시한 주변 땅이 너무 넓어서 땅 대신 황금을 보시하고 땅을 줄였다.

여왕 못지않게 신심이 돈독하였던 담마새디 대왕의 원찰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그 곳에 모신 부처님은 그야말로 전신에 빈틈없이 보석으로 단장했다. 그가 만들어서 보시한 담마새디 대종이 유명하며 지금도 남아 있다.

쉐다곤 파고다의 보석들

미얀마인들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는 쉐다곤 파고다, 다음은 만달래이의 마하무니 폐하, 짜익티유 파고다…”라고. 웃으려고 하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보시하고, 선업 짓기를 즐기는 이 나라 사람들은 파고다에 갈 때마다 빈손인 경우는 거의 없다. 조금씩이라도 보시를 해야 마음 편안해하는 체질들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저토록 거대하고 화려한 파고다를 유지 보수하는 일은 정말로 큰 불사인데, 저들의 지극한 신심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평소 보석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보석이란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쉐다곤 파고다의 서쪽문과 북쪽 문 사이의 뒷마당은 평소에 좀 한가로운 편이다. 거기서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어느 날 경행하다가 사람들이 줄지어 가기에 따라가게 되었다. 파고다의 가장 위쪽 꼭대기에는 일산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지난 50년대에 대지진으로 대탑의 위쪽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내렸다. 물론 그 곳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많은 보석이 달려 있었다.

그러자 신심이 장한 그 나라 사람들은 “선업을 지을 수 있는 이처럼 좋은 기회를 어찌 지나쳐 버릴 수 있단 말인가?”라고 기뻐하면서 먼저 것보다 더 아름답고도 크고 화려한 일산을 새로 만들어서 탑에 올리고 먼저 있던 일산은 박물관에 전시해 놓았다.

천천히 그 날개 부분을 바라보면서 감탄하였다. “아! 저런 곳에 쓰이려고 보석이 필요했구나!” 참으로 찬란한 보석들이 골고루 박혀 있었다. 보석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하지만 ‘아름답다!부처님을 향해서 귀중한 재산을 아낌없이 보시할 수 있는 마음들이 정말로 진귀한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이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서야 비로소 보석이라는 것의 용도에 만족하였다.

보석으로 만든 탑도 좋아 보였고, 보석으로 빛깔을 맞추어 놓은 보배나무도 좋아 보였다. 예전에 나는 상아를 탐내는 이들은 비인간적이고 저질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상아에다 긴 시간 동안 겹겹이, 층층으로 부처님 모습을 조각한 정성을 생각하자 ‘그래, 이렇게도 사용하는구나!’라고 감탄을 한 일도 있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석양 무렵의 쉐다곤 파고다

이 황금대탑은 탑신을 두께 2mm의 황금판에 금으로 만든 못으로 고정시켜 놓았다. 그리고 해마다 우기가 지나면 한 차례씩 탑신 전부를 깨끗이 청소하고 보수한다. 그 때와 우기 중에 씻겨져 내려오는 황금의 양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한편 전 같으면 ‘쉐다곤 파고다는 너무 부자이니까 다른 곳에 보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비교 계산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위빠싸나 수행을 하면서 달라졌다. 지금은 부자든 아니든 분별하지 않는다. 그 나라 물을 오래 먹으니까 아마도 그들의 체질을 조금씩 닮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처음 태국에 갔을 때 의아했던 일이 많았다. 스님들이 아침에 걸식을 나가 밥을 얻어 오면 자기가 사용할 만큼의 음식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한쪽 구석에 두면 다른 이들이 가져가든지 아니면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다. 담 밑에는 거의 날마다 하얀 쌀밥이 버려져있었다.

쌀 한 톨마저 씻어 먹는 교육을 받았던 내가 겪은 혼란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래서 서슴없이 구업(?)을 지었다. “이러고도 이 나라가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가?”라고.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다음날 다시 음식을 만들어서 정성스럽게 올린다. “그렇게 아끼지도 않는 것을 왜 또 주느냐?”고 물어보니, “내가 올린 공양을 어떻게 사용하든지 그것은 그쪽 일이고, 나는 나의 일, 나의 선업을 위해서 복을 짓는 것이 뭐가 잘못 되었느냐?”고 하였다.

알고 보니 내 선입견이 문제였다. 모든 것을 내 잣대로 보면서 나의 일과 저쪽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며, 힘들다고, 불공평하다고, 불평했던 것이다. 만약에 그들처럼 ‘나의 일과 저쪽의 일’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안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다.

위빠싸나 수행을 하다 보면 정확하게 몸의 작용과 마음의 작용을 구분하라고 가르친다. 몸과 마음을 구분하는 지혜만 확실하게 얻어도 ‘작은 수다원’이라고 부른다. 이쯤만 되어도 4악처의 문을 닫아버렸다고 한다. 더 이상 어떠한 사견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대탑의 서쪽 마당의 담에 기대어 열대 지방의 타는 듯이 강렬한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외에도 여행자들이 열대지방의 저녁노을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켜 놓고 있었다. 더운 지방에서의 그 시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일정을 마무리한 뒤의 한가로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뜨거운 해가 기세를 숙이는 시간은 왠지 편안하다. 때맞추어 불어주는 선들 바람은 기분 좋은 상태로 이끌어준다. 어느 옛날 내가 살았던 고향에 온 것 같은 푸근함을 느끼곤 한다. 어느 때쯤인가는 이렇게 여기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날듯 말듯 아른거린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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