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출판시장 분석과 미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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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출판시장 분석과 미래전략
  • 불광출판사
  • 승인 2016.06.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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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이 글은 국내의 양대 서적 소매상인 교보문고, 예스24의 종교 출판 관련 각종 자료 및 불교출판 전문 도매상인 운주사의 판매량 자료를 이용해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불교 출판에 일어난 각종 변화 양상을 살핀 후, 그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1. 이 자료가 모두 균일한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교보문고는 내부 정책상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점유율 등 가공된 2차 자료만을 보내왔으며, 운주사는 판매량을 공유해 주었으나 도매상의 속성상 실제 판매량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오직 예스24에서 제공해 준 자료만이 실제 판매량을 정확히 표시하므로, 이 글은 주로 예스24의 판매량 자료를 근거로 하고, 교보문고와 운주사의 자료를 보조적으로 참고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활용하였습니다. 단, 예스24의 경우, 보고서 작성용으로만 쓸 수 있을 뿐 개별 출판사나 서적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공받았으므로, 필요한 경우 이상으로 개별 서적이나 개별 출판사의 구체적 판매량을 이 논문에 적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 분야의 전문 편집자가 아닌 탓에 불교 출판 전반의 흐름이나 변화에 대한 정성적 분석을 하기는 어려운 데다, 또한 세 판매처에서 확보한 자료의 속성을 고려하여 판매량, 점유율 등 주로 숫자 데이터로 표시된 것을 기준 삼아 정량적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진리의 말씀을 세상에 퍼뜨리는 것이 중요한 불교 출판의 특성상, 출판을 정량적인 데이터로만 말하는 것에 어떤 거부감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판매량 등에 관계없이 관련 서적의 연간 출간 종수, 고전의 번역 출판, 신진 필자의 등장 등도 불교 출판의 장기적인 유지 및 발전에 매우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교 출판 역시 전체 출판산업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산업에서 일어난 변화로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므로 주로 정량적으로 측정되는 출판경영 일반의 관점으로 볼 때 얻을 만한 시사점도 나름대로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두려움과 함께 이 글을 제출하고자 합니다. 많은 양해 바랍니다.


| 인구 통계학적 지표로 본 외부 환경 - 독자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
이 글에서는 주로 종교 분야 내 불교 서적 점유율, 불교 서적 판매량 등 출판 경영의 차원에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불교 출판의 현황 및 변화 추이 등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먼저 전제해 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산업 전반을 이야기할 때에는 무엇보다 인구통계학적 지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총인구수의 변화, 연령대별 구성의 변화, 성별 비율의 변화, 출산율이나 사망률의 변화 등은 산업의 외연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나타납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출판에 대한 어떤 논의도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표들도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지만, 불교 출판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부분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이 글의 분석 대상으로 삼은 2006년부터 2015년 기간 동안, 평균수명 연장 등의 요인에 따라 총인구는 조금씩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이래 계속된 출산율 저하의 효과 역시 이 기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책의 주요 소비층은 서서히 늙어가는 중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편집자가 독자층을 설정할 때 주로 20~30대를 기준으로 잡았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연령대가 서서히 올라가 어느새 오늘날에는 30~40대를 책의 주요 소비층으로 상정하고 편집을 진행하는 편입니다. 몇 년이 채 남지 않은 2018년 이후부터 대한민국의 절대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조금씩 다가오는 만큼, 독서 인구 자체를 늘리는 외적 움직임 없이 출판산업 자체의 내적 동력만으로 산업의 규모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습니다. 출판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좋은 책을 생산하는 임무와 동시에 그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생산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게 오늘날 출판산업의 현실입니다.(2.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수십 년 동안 보통교육의 실시, 문맹률의 저하, 고등교육의 활성화 등의 외적 요인에 따라서 독서인구가 항상 늘어나면서 호황을 지속해 온 출판산업의 경험이 오히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보화, 세계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과 달리, 교육 제도의 혁신, 도서관 수의 증가 등 주로 국가 정책에 의존하여 이러한 현실에 아무 대비도 하지 않는다면 출판산업은 급격한 붕괴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불교 출판의 경우 이미 독자층이 상당히 고령화되어 있는 데다 청년 독자층의 개발도 활발하지 않은 편이어서 장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교 관련 서적을 함께 읽는 독서 공동체, 사찰 등과 연계한 사찰 독서 프로그램, 중고교 또는 대학 등과 함께하는 교육 과정 개발 등 독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로 짐작됩니다.)

둘째, 인구 통계상 불교 인구가 이 기간 동안 다소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2014년 한국갤럽이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3. 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625) 불교 신자는 전체 응답자의 22%에 해당해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였지만, 2004년 24%에 비하여 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미 아시는 바이겠으나, 출판과 관련해 볼 때 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불교 인구 중 20대와 30대의 비율이 각각 10%와 1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은 각각 32%, 35%에 달합니다. 문제는 50대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서적 구매 욕구 및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해 예스24의 도서판매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독자 중 20대와 30대의 비율은 각각 14.5%와 33.0%였으며,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은 8.7%와 1.1%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불교 신자들의 이 같은 연령별 구성비는 불교 출판의 장기적 발전성에 심각한 구조적 불안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희망적 지표도 조금은 있습니다. 비종교인 중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25%로 종교 중 가장 높았고, 불교에 대한 호감도를 표시한 사람들 중 20대와 30대의 비율 역시 각각 18%와 23%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불교 자체의 확장성은 아직 크게 남아 있는 것으로, 불교출판이 미래에 집중할 부분을 고려할 때 중요한 시사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4. 자료의 한계 탓에 더 자세히 분석할 수 없지만, 이는 아마도 비신자들이 다른 종교에 비하여 불교의 메시지(이미지)에 상당한 정신적 공감을 표시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고령화된 기존 불교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 개발에 그치지 말고, 불교적 메시지를 비신자와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쪽으로 편집력을 집중한다면 포교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불교 출판 자체의 산업적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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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율 및 성장률로 바라본 불교 출판 - 베스트셀러 의존도가 높고 기초 체력이 부실하다
먼저 전체 출판 시장 내에서 종교 분야의 점유율 및 성장률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표 1>에서 보다시피, 전체 출판 시장 내에서 종교 분야 점유율은 지난 10년 동안 2.8~3.1% 사이를 오르내리는 정체 상태를 보이는 중입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점유율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다른 분야의 서적들과는 달리, 주로 신도들로 이루어진 고정 독자를 중심으로 안정되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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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하의 모든 표는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필자가 박주훈의 도움을 받아 재가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률 쪽을 보면 아주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내내 성장률이 떨어지는 중입니다. 게다가 2011년 이후로 계속 마이너스 성장 중입니다. 2013년에 잠깐 나아지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 2014년에는 –8.9%라는, 지난 10년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2015년에도 그 밑바닥을 벗어나기는커녕 –4.1%라는 하락폭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출판 시장 전체가 정체 또는 소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교 분야만의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특히 최근에 들어서 종교 분야의 하락폭이 다른 출판 분야에 비해 유난히 큰 것은 내외부 요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물론 종교 분야 전체의 성장률은 하락해도, 불교 출판 쪽에서만 긍정적 움직임이 있다면 큰 상관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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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를 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종교 분야 내에서 불교 서적의 점유율은 2009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후 2013년을 정점에 올랐다가 이후 하향세입니다. 2015년에는 정점 대비 점유율이 무려 –5.8%나 줄어들었습니다. 전체 출판 시장 내에서 종교 분야의 점유율이 일정함을 고려하면, 이 기간 동안 불교 출판은 크게 위축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나중에 보듯이, 이는 결국 판매량 및 매출액 감소로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체 종교 분야 내에서 불교 출판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불교 서적의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상승한 결과라기보다는 법정, 법륜, 혜민 등 세 스님의 책들이 번갈아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해마다 오른 것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코이케 류노스케 등 외국 스님들 번역서가 이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오른 것도 얼마만큼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을 대략적으로 파악해 보자면, 불교 독자만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기보다는 주제, 서술, 디자인 등에서 일반 독자도 기꺼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종교 분야 출판 시장의 지속적인 정체에도 종교 분야 내 불교 서적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비신자까지 겨냥한 에세이적 글쓰기의 힘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불교 출판의 점유율 하락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독서의 문턱을 낮추어 독자 접근성을 높이고, 불교 서적에 대한 독서 습관을 붙인 독자를 대상으로 높은 단계의 독서를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대중화 전략을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동안 불교 출판 분야의 성장률은 어떠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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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에 따르면, 불교 출판의 성장률 역시 아마도 슈퍼 베스트셀러의 유무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성장률이 높았던 2007년에는 법정 스님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가, 2009년에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출간되었으며, 2010년에는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가, 2012년에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출간된 해입니다. 2013년에는 혜민 스님 열풍이 이어진 데다 김재웅의 『닦는 마음, 밝은 마음』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해를 정점으로 해서 2014년과 2015년에는 불교 출판의 성장률이 각각 –21.1%라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급격한 하락세가 나타난 것은 불교 출판 전체의 기초 체력이 상당히 허약한 탓으로 보입니다. 종교 출판의 영역을 넘어 일반 독자들까지 같이 읽을 만한 에세이형 불교 서적과 같은 베스트셀러가 없는 해에는 금세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는 것은 시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교육 분야 등에서 스테디셀러의 축적이 크게 부족하거나 최근 시장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관련 서적이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짐작해 봅니다. 


| 연간 판매 주기 및 판매량으로 살펴본 불교 출판 - 시기적, 계절적 타이밍을 살리는 출판으로 진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서적 판매량을 중심으로 불교 출판이 어떤 변화를 보여 왔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표 4>는 종교 분야 전체와 불교 분야의 2015년 판매량 변화 추이를 각각 보여줍니다. 표에 따르면, 종교 분야 전체와 불교 분야의 월간 판매량 추이는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주로 12월부터 3월까지 겨울 시장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이는 종교 분야를 넘어서 서적 시장 전체의 판매량도 비슷한 추이를 보입니다. 다른 해 판매량에서도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았기에 장기 추이는 생략했습니다. 다만, 조금 의아했던 것은 초파일 주변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자료를 보기 전에는 예측했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운주사 자료를 보아도 대동소이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미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겠지만, 사찰 등을 통한 직접 판매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불교 출판사들이 연대하여 독자 친화력 높은 서적들을 집중 출간하고 북콘서트, 사인회, 강연회 등 이벤트를 공동으로 기획함으로써 출판 시장 내부에서 불교 붐을 시기적으로 조성하고, 가정의 달에 맞춤하게 어린이, 부모, 교사 등 대상에 따른 선물용 도서를 마련하는 등 독자 수요를 일으키는 적극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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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표 5>는 2010년 이래 5년 동안 불교 서적의 월간 판매량 변화 추이를 표시한 것입니다. 법륜 스님 등 베스트셀러 필자들의 신간이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 해 내내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추이를 보입니다. 11월부터 3월까지가 성수기이고, 6월부터 10월까지는 비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인인 제가 보기에 특이한 점이라면, 일반 서적 시장에서는 휴가철인 여름에 서적 판매량이 늘어나므로, 이 시즌을 겨냥해서 5월 말부터 이른바 여름 시장용 도서를 출간하여 붐을 일으키려고 애쓰는데, 불교 출판에서는 이 시기에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불교 서적 시장의 고유성 때문인지, 아니면 시장 대응이 부족하기 때문인지는 따로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름휴가 장소로 가장 선호되는 곳이 한적한 산사나 근처의 계곡인 만큼, 이와 연계해 신간을 출간하고 각종 독자 관련 프로모션을 집중함으로써 계절적 불황을 다소나마 이겨내면서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출간 전략이 무척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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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순위로 살펴본 불교 출판 - 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종교 분야 내 불교 서적 판매량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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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은 그 해에 가장 많이 팔린 불교 서적이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느냐를 살펴본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이 점차 심화된 만큼, 아주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이 비교 순위는 종교 분야 내 불교 서적 관련 저자의 영향력 추이를 측정하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교보문고의 내부 분류 기준상, 스님들이 쓴 문학 에세이나 건강 분야로 분류된 불교 서적이 빠져 있어 분석에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베스트셀러 1위만 놓고 보면 2008년 이후 불교 베스트셀러 서적의 상대적 위치가 조금씩 상승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법륜 스님의 독자들이 주로 20~30대 여성들임을 고려하면, 이들을 타깃으로 해서 불교적 메시지를 담은 적절한 콘텐츠를 개발할 때, 시장 폭발력이 높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는 아마도 이 세대가 신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불교에 대한 잠재적 호감을 널리 품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편집력을 발휘해서 대중화 전략을 좀 더 확실하게 구사한다면 영향력 증대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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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7>에 따르면,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 내 도서 중에서 불교 서적의 비율은 2010년 이래 40~50% 정도로 유지되는 중입니다.(6.  2011년 한 해만 10%였는데, 이 해에 종교 서적 분야에서 불교 서적의 점유율이 같이 떨어졌습니다. 10위권 내 도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법륜 스님의 저서라는 점입니다. 불교 서적을 비롯해 종교 분야 전체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고정 독자를 확보한 베스트셀러 저자의 영향력이 높아진 게 원인으로 보입니다.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불교 서적 독자들 사이에서 법륜 스님에 대한 의존도가 해가 갈수록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는 아마도 기존 불교 출판사 쪽에서 적극적으로 대중적 설득력을 갖춘 신규 필자를 찾아 나서고, 그들이 쓴 원고를 요즈음 독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세심하게 가공하는 편집력을 발휘하는 등 별다른 대안을 내지 못한 결과일 겁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법륜 스님의 책으로 해가 갈수록 몰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불교 출판사의 상당한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스트셀러 그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특정 저자나 서적에 대한 독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종 다양성이 파괴되면서 결국에는 불교 출판 시장 전체가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불교 출판에서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 수 있는 지표가 30위권, 50위권, 100위권에서 불교 서적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전체 평균을 내 보면 불교 서적의 시장 점유율에서 얼마나 베스트셀러 의존도가 높은지가 분명하게 보입니다. 법륜 스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이전인 2010년 이전까지 모든 기간을 포함해서 살펴보더라도 상황은 무척 심각합니다. 10위권까지 불교 서적에 해당하는 책이 평균 2.09권인데, 30위권으로 확장해도 고작 3.36권밖에 되지 않습니다. 범위가 3배 늘어난 데 비해 불교 서적의 비중은 0.5배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어 100위권 내에서 불교 서적의 비중은 7.55권에 지나지 않습니다. 점유율이 10위권에서는 20.9%인데, 100위권에서는 7.55%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종교별 인구 비율에 비교해 볼 때, 극히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7.  물론 종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열성신자의 비율이 기독교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불교 쪽은 일상적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신자들이 적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낮은 비율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2014년과 2015년 불교 출판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이 표가 중요한 진실을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관련 부분만 따로 떼어내 자세히 살펴보면, 11~30위에 해당하는 불교 관련 서적은 각각 2014년에 2종, 2015년에 1종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2014년엔 2종 모두 법륜 스님 책이었고, 2015년에 간신히 정념 스님 책이 1종 나왔을 뿐입니다. 특정 필자가 쓴 베스트셀러만으로는 전체 불교 서적 시장을 확장하거나 유지할 수 없습니다. 설사 잠시 그 일이 가능할지라도 나중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독자 니즈를 만족하는 다종다양한 책들을 적시에 맞게 개발하는 능력이 오늘날 한국 불교 출판에 가장 바쁘게 요구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종교 출판 분야에 속하는 기독교 출판이 온갖 층위를 가진 책들을 통해 종교 서적 내에서 압도적으로 점유율이 높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의 시장 구조를 고착해서 생각하지 말고 시장 세분화를 통해서 성별, 연령대별, 직업별, 목적별 독자 니즈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그에 발맞춘 서적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독자들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 개척에 나서는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종 다양성을 이룩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 평균 가격과 판매량으로 살펴본 불교 출판 - 외부 출판사 도전을 물리쳐 시장 주도권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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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8>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불교 서적 베스트셀러 100위까지를 따로 집계하여 연도별 평균 가격 및 판매량을 집계한 것입니다. 평균 가격의 경우, 전체 불교 서적으로 확장해서 보아도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판매량의 경우에도, 100위권 바깥의 도서는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으로 전체 시장 지표를 읽는 데에는 굳이 의미가 없어 보여 굳이 합산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볼 때, 불교 서적의 가격은 2008년에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급격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입니다. 특히 2011년의 경우에는 평균 가격이 5.1%, 2012년 3.7%나 상승하다가 2013년부터 2년 동안 주춤하더니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작년에는 무려 6.3%나 서적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서적의 경우, 가격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2011년부터 시작된 출판산업의 장기 불황을 감안할 때 자칫하면 판매량 감소와 서적 가격 상승이 악순환 루프를 그리지 않도록 전자책 등 독자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상당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불교 출판만을 볼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베스트셀러 판매량이 2010년을 정점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8.  <표 3>에서 이용한 교보문고 내 종교 분야 내에서 불교 서적의 성장률 변화 추이와 이 자료가 다소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상대적으로 고령화되어 오프라인 서점 이용이 많은 불교 독자들의 성향 차이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게다가 불교 출판사의 경우에는, 사찰 행사 등을 통한 직판의 비중도 상당히 높으므로 인터넷 서점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직판 비중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예스24의 시장 점유율은 제출받은 불광출판사 판매 자료로 짐작해 보건대, 대형 종합출판사와 비슷한 9% 내외로 짐작됩니다. 물론 회사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으니, 이 점을 참고해서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표 9>에 정리한 도매상인 운주사의 배본량 역시 거의 동일한 추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자료는 시장 상황 전체를 상당히 정확히 반영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2012년에 혜민 스님 책이 출간되었을 때를 제외하면, 불교 출판 시장의 규모는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2015년 말에는 2000년대 초반 정도로까지 후퇴해 버렸습니다.(9. 어디까지 후퇴했는지는 자료상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산업 평균성장률을 고려하면, 1990년대 말 수준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적어도 판매 부수를 기준으로 볼 때에는 확실하게 그렇습니다.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스마트폰 소비가 출판 외적으로 시장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습니다만, 다른 분야에 비해서 불교 서적 쪽의 하락률은 지나치게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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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0>에 따르면, 불교 서적의 베스트셀러 100위 도서의 매출액은 판매량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면서 2010년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2011년의 경우, 이전 해에 비해서 판매량이 무려 47.2%가 줄어들었지만 서적 가격을 5.1% 인상하여 44.0%로 매출액은 감소폭이 약간 줄어들었으나, 전반적으로 추세상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될 때 가격 상승만으로는 경영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현재의 추이를 보면, 시장 축소의 원인을 정량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성적 차원에서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전환을 이룩하지 않는 한, 시장의 지속적 위축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예스24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불교 서적 베스트셀러 100위까지 도서의 단계별 판매량과 판매 금액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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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1>에서 증감률은 2006년 대비 2015년의 불교 서적 베스트셀러의 판매량을 나타낸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1~10위권 도서의 경우, 2015년 판매 부수가 2006년에 비해 24.8%가 줄어든 반면, 11위부터 100위까지 도서의 경우 거의 40% 내외로 판매 부수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베스트셀러에 판매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인터넷 서점의 특성을 일부 반영한 결과이지만, 운주사의 배본량에서도 대동소이한 결과인 것을 보면 2010년 이후 불교 서적 시장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따로 조사해 보면 정확하게 나타나겠지만, 출판 시장 전반에 걸쳐서 책의 발견성이 악화됨에 따라 불교 서적 시장에서 5,000~10,000부 정도 판매량을 보이는 미드 셀러(Mid-seller)가 급격히 줄어드는 한편, 전통적 스테디셀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중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계별 매출액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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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1>과 마찬가지로, <표 12>에서 증감률은 2006년 대비 2015년의 불교 서적 베스트셀러의 매출액을 나타낸 것입니다. 가격 요소를 반영하고 나서 보면, 베스트셀러 1~10위권 집중도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시장 상황이 엄청나게 악화되었는데도 베스트셀러 1~10위권의 매출은 –8.7%밖에 감소하지 않았는데, 11~30위권은 –30.4%, 31~50위권은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2%나 감소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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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3>은 베스트셀러 순위별로 좀 더 정확한 판매량을 표시해 줍니다. 1위 도서의 판매량은 2006년에 비하여 7,520부에서 6,224부로 17.2%가량 감소한 반면, 10위, 30위, 50위, 100위 도서의 판매량은 거의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는 심지어 베스트셀러 1~10위권 도서 내에서도 상위권 도서로 판매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표 12>와 <표 13>에 따르면, 최상위 베스트셀러 서적을 출판하지 못하면 회사 경영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는 결국 출판사 경영에서 베스트셀러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켜 불교 출판 같은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다양성을 근본에서부터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이 사실을 분명히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마디 덧붙여 말하자면, 현재 불교 출판 분야에서 최상위권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들이 정통 불교 출판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사태의 해결이 그다지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표 14>는 2005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불교 서적의 누적 판매량을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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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2010년 이전 출간도서는 모두 12종으로 전체 도서 중 40%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출간된 해에는 많은 판매량을 보이다가 지금은 판매량이 미미한 책들도 상당수 보이므로, 실제 스테디셀러 점유율은 이 자료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10. 2015년 4월 15일 현재 교보문고 불교 서적 베스트셀러 30위권에는 2010년 이전에 출간된 스테디셀러가 5종밖에 불과합니다. 이로 미루어볼 때, 불교 서적의 판매 수명이 상당히 짧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 점유율이 높아진 이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단행본 출판 시장 전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30위권 도서를 펴낸 출판사가 법륜 스님 책을 출판하는 정토출판이 7종이나 되고, 역시 법륜 스님 책을 2종 출판한 한겨레신문사 계열의 휴를 비롯해 이레, 마음의 숲, 랜덤하우스코리아, 문학동네, 통나무, 김영사 등 단행본 출판사가 시장성을 생각해서 펴낸 서적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불교 출판 내부의 깊은 자기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통 불교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제외하면, 아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 도서의 주요 독자는 현재 출판 시장의 중심에 있는 3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데, 정통 불교 출판사의 경우 이들의 몸 공부나 마음 공부와 관련한 서적들을 세련된 현대적 감각으로 가공해서 출판하는 일을 아직 사업적으로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리라 생각합니다.(11.  불교 쪽 베스트셀러들이 주로 불경을 해설한 책이 많은 것에 비해서 기독교 쪽 베스트셀러들은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떻게 기독교적 영성을 입힐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해답을 알려주려는 서적이 많은 것에서 작은 시사점을 얻은 것입니다.) 그 벌어진 틈을 일반 출판사들이 계속해서 파고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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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5>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불교 서적의 연령별 점유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2005년에 비해서 50대의 비중이 15.2%에서 25.9%로, 60대 이상의 비중이 6.7%에서 11.9%로 각각 10.7%포인트와 5.2%포인트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치상 큰 의미가 없는 10대를 제외하면 그 밖의 모든 연령은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는 종교 분야 전체의 50대 점유율이 18.4%, 60대 점유율이 8.2%로 그친 것을 생각해 볼 때, 불교 출판 분야가 다른 종교 출판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구매력이 좋은 데다 자신이 읽은 책을 친구들한테 추천하는 데에도 열심을 보이는 30~40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여러 모로 애쓰는 것이 현재 불교 출판이 맞이한 위기를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12. 지역별로는 대구, 경남북 등 경상도 지역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전체 시장으로 볼 때에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어서 생략합니다.)



| 불교 출판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이상으로 교보문고와 예스24의 판매 자료를 이용해서 지난 10년 동안 불교 출판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교 출판 시장은 2005년 이래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2010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2015년 말에는 2010년 대비 61.9%나 감소하여 2000년대 초반 시장 규모로 되돌아갔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사회 구조적 변화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 외에도 편집 및 마케팅 등에서 적절한 시장 대응에 실패하면서 스테디셀러의 전반적 위축, 미드셀러의 축소 등이 나타났으며, 구매력이 높은 30대들이 새로운 독자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독자층이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고령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단행본 출판사의 불교 관련 출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요 불교 출판 저자들의 책이 정통 불교 출판사 바깥에서 주로 출판되는 등 시장 경쟁도 나날이 심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는 불교 출판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장기적 원인이 되므로 적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같은 현재 위기에 처한 불교 출판의 현황을 살펴볼 때, 불교 출판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에 불교 출판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전문 출판인들이 토론 주제로 삼으라는 뜻으로 몇 가지 개인적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현재 불교 출판이 맞이한 상황은 일시적, 잠정적 위기라기보다는 인구 구조의 전면적인 변화와 미디어 환경의 혁신이라는 두 겹의 충격이 동시에 몰아닥치면서 생겨난 장기적, 구조적 위기이므로, 콘텐츠 혁신 차원의 대응에서 그치기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 개선을 비롯한 구조적 대응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단 등 불교 단체와 연계하여 북클럽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독자를 창출하려는 노력 없이 위기를 반전시켜 성장 동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사찰, 선원, 명상 센터 등 전국 곳곳에 산재한 불교 공간을 이용해 책과 연계된 각종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여 집행하는 등 단지 책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인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수행하는 연대 조직으로 가칭 ‘붓다 북클럽’ 또는 ‘붓다 서점’을 공동의 브랜드로 설립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13. 다행히 불교 관련 출판사들은 직접 판매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있어 일반 단행본 출판사들보다 유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오늘날 독자들은 오로지 정보를 통해서만 책의 존재를 인지하고, 구매 여부도 결정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검색은 자신이 얻는 정보의 깊이를 더해 가는 주요한 수단입니다. 심지어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매할 때조차 독자들은 책에 관한 관련 정보들을 일단 검색해서 지인들의 의견을 확인한 후에야 구매 결정을 내립니다. 기존에 있는 불교 관련 통합 사이트는 책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독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은 탓에 불교 관련 서적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전문 편집자 또는 기자들이 독자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에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도서를 선별해서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불교 서적 전문 마이크로 사이트를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웹진은 물론이고 팟캐스트, 스트리밍 방송 등을 통해 불교 서적을 큐레이션해서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면,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오늘날 출판은 단지 페이퍼 비즈니스를 넘어 점점 콘텐츠 비즈니스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중심 콘텐츠를 개발해서 이를 복합화, 융합화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중입니다. 오늘날 독자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형태로든지, 즉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려 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러한 온갖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출판 역시 진화해 가야만 합니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각종 도구의 빠른 변화에 따라서, 콘텐츠 자체의 속성은 자꾸 잠정적 형태를 띠면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최종 형태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블로그 기사든, 강연이든, 팟캐스트든 간에 ‘읽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일은 여전히 출판의 몫입니다. 따라서 종이책 시장의 위축에 움츠러들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출판을 혁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출판사는 단지 종이 콘텐츠에만 매몰되지 말고 좀 더 열린 자세로 미래 환경에 대응해야 합니다. 기존 편집자의 재교육을 비롯해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의 적극적 영입 등에도 나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출판은 좋은 콘텐츠의 개발에서 시작하고 또 끝이 납니다. 좋은 콘텐츠는 저절로 독자를 모이게 하고, 미래의 저자들을 출판사로 불러들입니다. 출판의 사명은 좋은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이어주는 최적의 길을 찾는 데 있습니다. 편집이든, 디자인이든, 마케팅이든, 출판의 모든 일은 여기에 복무합니다. 불교 출판이 오늘의 위기를 넘어서서 독자에게 더욱 사랑받는 길을 찾는 것도 오직 여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은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출판편집자 겸 문학평론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민음사 대표이사(편집인)를 거쳐 현재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편집문화실험실을 열어 주로 읽기 중독자로 살아가면서 책이라는 미디어의 가능성과 출판의 미래상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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