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너머] 파란 하늘, 흰 구름이 그리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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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너머] 파란 하늘, 흰 구름이 그리운 시절
  • 최원형
  • 승인 2016.06.0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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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별을 본 적이 있니?

아니오.
파란 하늘을 본 적은?
조금 파란 건 한 번 본 것 같아요.
구름은?
아니오.
왜 나는 밖에서 놀면 안 되나요?
 
 
         차이 징Chai Jing의 영화 「돔 아래서Under the Dome」 중 한 장면을 옮겨봤다. 「돔 아래서」는 인터넷에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중국정부에 의해 차단되었다. 그 일주일 동안 조회 수는 2억을 넘겼다.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의 스모그 발생 일수는 베이징 175일, 란주 112일, 청두 125일, 선양 152일, 텐진 197일, 스좌좡 264일을 기록했다. 끔찍한 스모그는 환경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 같다. 별도 구름도 본 적이 없는 이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지구의 미래가 과연 가망이 있기는 한가를 되묻게 된다. 이 문제는 비단 베이징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또래 아이한테 같은 질문을 했다면 대답이 어땠을까? 서울 하늘도 별을 볼 수 있는 날은 그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마저도 그저 희미하게 한두 개 떠 있는 게 고작일 때가 대부분이다. 하늘에 별이 무.수.히 많다는 건 서울 하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서울의 하늘에 어쩌다 반짝이는 걸로 별을 봤다고 하는 것이 조금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런 별조차 베이징의 저 아이는 본 적이 없다니 우리의 처지에 감사해야 할까?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살피는 게 날씨가 아닌 미세먼지 주의보가 되었다. 화창하게 갤지, 비가 내릴지보다 대기오염 정도를 살피게 된 요즘의 변화는 우리에게 오염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케 한다. 
 
 
         캐나다 엘버타의 광활한 원시림은 북극 가까이 있으며 거의 만 년 동안 잘 보존되어 왔다. 근처에 사는 선주민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존재조차 없던 그곳에 사우디 보유량의 3배나 되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시림은 처참한 운명을 맞이했다. 사실 석유라고 해도 드릴로 뚫어 쭉쭉 뽑아 올릴 수 있는 석유가 아닌 역청이라 불리는 끈적거리는 타르샌드 오일이다. 만약 이 타르샌드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장구한 세월을 품은 원시림이었을 그곳이 지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곳 가운데 하나가 돼버렸다. 타르샌드를 뽑아 올리려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원시림 벌목이다. 원시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만 년 동안 쌓인 시간을 그토록 빨리 없애는 이 기술을 우리는 과학적 진보라 부른다. 점토층에 섞인 원유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방식으로 석유를 채굴할 때보다 훨씬 많은 온실 가스가 배출돼 환경 보호론자들은 오일샌드가 개발되면 ‘기후 정상화는 끝장’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가 돈에 취한 이들의 귀에 가 닿기나 할까? 설령 가 닿는데도 돈의 마력을 떨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끈적이는 역청을 진흙에서 분리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물이 필요하며 쓰고 난 폐수의 양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타르샌드를 꺼내는 과정에서 주변 생태계는 여지없이 망가지고 그 생태계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은 소리 없이 죽어간다. 사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엘버타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오고 있는 선주민들은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현재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의 다큐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에서 그 목소리를 일부 옮겨본다. 
 
“그들(타르샌드 개발자)이 와서 땅을 갖고 싶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땅이 우리를 소유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우리는 이 땅의 손님일 뿐이죠. 그래서 함께 공유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에게 줄 수는 없는 거지요.”
 
 
         나오미 클라인의 다큐에는 희뿌연 하늘과 미세먼지 그 너머에서 벌어지는 힘겨운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그 힘겨운 목소리의 중심에는 화석연료가 있고, 석탄발전소가 있으며 개발과 성장이 있다. 인도 솜페타에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예정지가 있다. 대개가 그렇듯 혐오시설들은 가장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을 정조준한다. 솜페타 역시 그러한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에 사는 빈민들은 그들의 삶터인 땅과 물이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오염이 될 것이고 그들은 더욱 지독한 가난으로 내몰릴 거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이 건강한 땅과 물과 자연에서 나온다는 데 대한 이해가 충분했다. 골 깊은 주름이 가득한, 검게 그을린 얼굴의 솜페타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을을 지키려 똘똘 뭉쳤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저지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마을주민 두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싸웠고 결국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취소되었다. 솜페타 투쟁은 세계 모든 환경운동을 고무시킨 투쟁이었다. 
 
 
         발전소를 짓는 문제로 세계 곳곳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데 또 다른 쪽에선 솔라 시티가 만들어지고 있다. 작년 파리기후총회에서 타결된 파리협약을 두고 서구 언론들은 입을 모아 ‘화석연료의 종말’을 얘기했다.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는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도시 곳곳에서 진행 중에 있다. 화석연료의 뒤를 이을 재생에너지는 그런데 사실 새로운 에너지원이 아니다. 400년 가까이 써 온 화석연료 이전에 우리는 태양과 바람, 물과 같은 자연에너지에 의지해 살았다. 땅 속에 있던 화석연료들을 인위적으로 퍼 올린 에너지는 정상 상태라 보기 어렵다. 인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시기는 매우 짧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400년은 비정상 상태였고 우리는 이제 정상 상태로 갈 일을 목전에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다시 여름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올 여름 기온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보가 나온다. 거기다 전기요금 인하 소식까지 들린다. 올 여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게 될까? 아무리 더워도 스위치 한 번 클릭으로 바로 서늘해지는 세상은 얼마 편리한가? 그러니 이 편한 것을 포기하는 일은 얼마나 머나먼 얘길까? 우리가 쓰는 전기에너지의 3분의 2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전기사용량은 비례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폐 깊숙이 들어가 혈관으로 스며들어 심혈관계질환, 뇌혈관계질환을 일으키는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리켜 침묵의 살인자라고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땅 속에 있어야 할 것을 인위적으로 꺼내 쓰면서 지구도, 지구에 의지해 사는 생명들도 모두 아프다. 
 
별, 구름, 파란 하늘을 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권리가 나와 내 아이에게 있다. 다만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전제하에 그 권리는 유효하다.         
 
 
최원형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EBS와 KBS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 현재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소장으로 생태·에너지·기후 변화와 관련해 강의하며 관련 콘텐츠 개발도 하고 있다. 또한 생물 다양성 보존과 탈핵,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며 시민 교육에 힘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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