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롭게 춤춰라, 젊은 부처들이여
화요일 저녁 늦은 시간의 청년 법회. 경건하던 법당이 환호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생기 넘치는 이들이 톡톡 튀는 몸짓으로 찬불율동을 펼치자, 앉아있던 법우들도 어깨를 들썩인다. 청년법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춘의 당찬 기운을 발산하는 이들. 조계사 청년회 율동동아리 반야율동단(단장 김가영)을 만났다. 그들과의 대화는 그들의 팀워크처럼 유쾌했다.
반야율동단 다니는 맛에 삽니다
“저희 오늘 찬불 율동한다고 신나서, 오후 두시부터 단체 카톡으로 대화 나눴어요. ‘오늘 칼퇴할 수 있죠?’ ‘저는 벌써부터 준비 중이에요~’ 이러면서. 하하하. 오늘 함께한 단원 전부 회사에서 정시 퇴근하고 나왔어요. 오늘 칼퇴했으니 내일은 야근해야 하지만…. 그래도 율동하는 날이 항상 기다려져요. 반야율동단 다니는 맛에 삽니다.”
단장 김가영 씨(30)의 말에 함께 공연을 마친 단원들도 맞장구치며 크게 끄덕였다. 이날, 반야율동단은 두 곡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나긋나긋한 손짓언어로 표현한 ‘보현행원’과 경쾌한 리듬의 찬불가 ‘환희의 노래’에 맞춘 댄스에 가까운 율동. 짧다면 짧은 두 곡의 찬불율동을 선보이기 위해 근무 일정까지 조정할 정도다. 찬불율동에 대한 그들의 열의가 돋보인다.
반야율동단은 ‘청년 불자들이 불교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이웃 종교의 ‘찬양율동’ ‘선교율동’ ‘워십댄스’처럼 법회에서 선보일 수 있는 ‘찬불율동’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청년이 직접 나서는 포교. 찬불율동이 불교 대중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다양한 포교 방법의 물꼬가 트이는 길이 되기를 바랐다.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불교 이미지가 노령화 되어있음을 느꼈어요. 절에 간다고 하면 ‘주말에 절에 가?’ 이런 반문이나, 무슨 기도를 하러 가냐는 이야기도 듣기도 해요. 도반들과 함께 고민 했죠, ‘어떻게 하면 젊은 분위기의 불교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때 결심했습니다. 힘을 모아 율동단을 꾸려보기로요.”
김 단장의 말처럼, 청년 불자가 주도적으로 포교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반야율동단은 올해 1월에 창단해 첫 돌을 나지 않은 신생동아리지만 20여 명의 청춘남녀 불자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직장인들로 이루어진 모임이기에 평일 저녁 꾸준한 정규연습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공지된 연습은 취소된 적이 없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마다 열리는 율동 연습시간. 그 사이 익힌 안무도 벌써 10곡 정도다.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찬불율동부터, 수화 무용, 창작 율동, 재즈jazz, 최신 댄스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짧은 공연 속에서도 율동단의 얼굴에는 환희심이 피어올랐다. 찬불율동이 법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묻자 김나경 씨(34)는 법회에 생기가 도는 것이 체감된다고 했다.
“공연을 하다보면 법우들 표정이 보이잖아요. 저는 찬불부도 함께하는데 확실한 차이가 있어요. 찬불가를 부를 때는 감상하는 느낌이 강하다면, 율동은 아직은 소극적이긴 하지만 환호도 있고 더 호응이 느껴지죠. 개인적 변화도 있어요. 율동단을 시작하고 나서 종종 회사 동료들이 제게 물어보세요. ‘오늘 어디 가세요?’라고요. 절에 간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때 참 뿌듯해요.”
| 재미있는 불교는 실컷 만들 수 있어요
찬불율동으로 포교의 장을 넓혀보겠다는 웅대한 뜻을 지녔지만 외부 활동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찬불율동도, 반야율동단도 널리 알려지진 않은 터였다. 그렇다고 주저할 이들이 아니다. “불러주는 곳이 없으면 찾아서 가야죠.” 젊은이의 당참은 무한한 추진력으로 거듭난다. 곱게 물든 한복을 차려입고 작은 앰프 하나 달랑 들고 조계사 앞마당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펼쳤다. 성공적이었다. 신나는 찬불가에 맞춰 찬불율동을 펼치자 공연을 보시던 보살님들도 흥에 겨워 함께 춤을 췄다.
불교단체 홈페이지마다 반야율동단을 알리는 글도 꾸준히 올렸다. 타 사찰에 허락을 구한 후 주말법회 공양 시간에 찬불율동공연을 펼쳐보자는 계획도 세웠다. 계층법회 율동 지도, 법회, 불교행사 등 찬불율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재능보시하자는 결심을 나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찬불율동에 대한 불교계의 응원과 지지도 반야율동단을 춤추게 했다.
“무대가 쑥스러운 단원들도 많아요. 저만해도 제가 춤을 출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죠. 공연할 때는 머릿속이 백짓장 같지만 내려와서 항상 느끼는 감정은 ‘뿌듯하다.’예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 율동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봉사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해요.”(홍지혜, 34)
불자로 살면서 혼자 수행하는 것 외에 뭔가를 한다는 느낌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한 명의 문화포교사라는 성취감이 생겼다. 이해관계를 떠난 마음으로 좋은 도반들을 만나게 된 것도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전도 선언과 스님들의 이판과 사판을 예로 들었다. 어느 법회에서나 이미 부처님 말씀과 수행법은 체계적으로 잘 전달되고 있으니, 찬불율동으로 찾아가 포교하는 것 또한 수행의 일부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미있는 불교, 오고 싶은 절을 만드는 것이 율동단의 큰 바람이에요. 우리처럼 고민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재미있는 불교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시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이래야 해.’라는 고정관념이 아닌, 이렇게도 해볼 수 있고 저렇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열린 시선. 수용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재미있는 불교는 실컷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김나경)
누구나 어렵지 않게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기를, 그들의 삶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은은하게 녹아나길 바란다는 서원을 품고 찬불율동을 펼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뛰어난 젊은 불자들이 많다고, 불교계가 청년 불자들을 향해 지지와 관심을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는 이들의 말이 보살의 마음처럼 맑게 빛났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반야율동단의 소망을 물었다. 김근아 씨(33)의 소박하지만 강력한 대답은 순수한 열정 그 자체였다.
“반야율동단의 소망이요? 음…. 불교계가 저희를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청년 불자들도 춤 잘 춰야한다는 부담감 없이 망설이지 말고 들어오셨으면 해요. 사람이 많아지면 유닛 활동도 하고 싶어요.(웃음) 포교에 앞장설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불교계 대표문화포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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