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한 20대, 부처님 가르침이 처방전이죠!
이쯤 되면 ‘불교 마니아’라 불러야겠다. 종이에 부처님을 그리고 절을 하며 놀던 꼬마아이가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부처님 가르침이 좋아 경전을 배우다가 티베트어를 익혔다. 보다 깊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싶어 동국대학교 불교학부에 입학했고,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일본 시코쿠 불교성지순례 길에 올랐다. 스물세 살 청년의 중심에는 부처님이 있다. 부처님 법을 따르기에 행복하다는 청년 불자.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11학번 박영빈(23) 씨의 이야기다.
| 부처님 가르침이 있기에 행복한 청년
학기가 시작돼 왁자지껄한 대학 교정. 보송보송한 얼굴에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는 한 학생이 눈에 띈다. 박영빈 씨다. 손목에 감겨있는 염주는 직접 만들었다. 가방에는 불서佛書가 한 가득이다. 불교대학 전공 수업 ‘선禪 음악실습’ 강의를 듣고 나오는 길.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나온 얼굴이 신이 난 듯 생글생글하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면 행복해요. 부처님 가르침은 산란한 마음을 쉬어지게 해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부처님 가르침은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힘과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따라요.”
행복해지기에 더 공부하게 된다며 해사하게 웃는 스물셋 청년이다. 그는 매일 아침,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아침 여섯시가 되면, 기숙사 조그만 방 한 켠에 모신 부처님께 정성껏 청수를 올리고 초를 켜고 향을 사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처님께 드리는 문안 인사. 예불과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눈을 뜨면 방에 모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예불을 해요. 경전을 읽은 다음에는 ‘보리심’이나 ‘공성’, ‘자비’ 같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명상을 하고요. 부처님께 공양 올릴 때마다 책에서 읽은 문구가 떠올라요. ‘티베트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물로 공양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기도를 해. 아침에 눈을 떠 처음으로 하는 행위가 신성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이 방의 불단은 제게 있어 마음을 둘 수 있는 공간이에요. 부처님을 바라보고 앉아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지죠. 군대 있을 때도 한 쪽에 부처님을 모셨어요. 안식처죠.”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부처님이 좋았다. 부모님도 “아들 따라 다니다보니 불자가 됐다.”고 말했다. 자다가도 TV에서 불교 이야기가 들리면 벌떡 일어났다. 부모님이 불교유치원을 찾아 등원시킬 정도였다. 자연스레 어린이법회에 다녔다. 만화로 된 불교 책은 좋은 놀이거리였다. 『만화 성철 큰스님』, 『만화 백유경』 등 불교만화를 탐독했다. 그림 없는 불서도 곧 익숙해졌다. 당나라 불교 역사가 흥미로워 책을 읽으며 밤낮을 지새우기도 수차례. 지금까지도 『입보살행론入菩薩行論』, 『참선요지參禪要旨』, 『보리도차제론』 등은 항상 곁에 두고 읽는다.
장래희망을 고민할 시절에는 ‘내가 마지막까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출가를 결심했다. 중학생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로 출가의 길은 접게 됐지만, 그때 한 가지 서원을 세웠다. ‘출가를 하지 않더라도 부처님 법을 수행하는 수행자로 살자.’
계를 잘 지키겠노라 다짐하며 보살계를 받고, 집 근처 한국티베트센터 광성사에서 경전을 읽으며 티베트어도 함께 공부했다. 이제는 읽고 쓰는 것이 수준급이다. 대학도 불교학부에 가겠다는 일념이었다. 부처님 법을 따르는 수행자로 살기 위한 공부는 즐거움 자체였다.
| “저는 보살로서 살고 싶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푸르른 스무 살. 대학생이 되고 첫 여름방학을 맞이해 일본 시코쿠 오헨로お遍路 불교순례 길에 올랐다. 1,200년 전 홍법 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만들어진 88개 사찰, 1,250km 순례 길. 도보순례로 완주하는 데 45일 전후가 걸리는 긴 거리다. 친구와 함께 길을 떠났다. 스무 살에 한 번, 스물한 살에 또 한 번.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한 번, 그리고 또 절반. 총 세 번을 완주하고 절반을 다녀왔다. 올해 4월, 제대하자마자 다녀온 순례는 청전 스님과 함께였다. 달라이라마의 한국인 제자로 다람살라에서 수행하며 히말라야 빈민 구제활동에 앞장서온 청전 스님. 인도에서 맺은 인연으로 스님이 먼저 함께 가자 연락을 주셨다.
“아버지도 그 힘든 길 왜 자꾸 가냐고 물어보세요. 첫 순례 완주를 앞둔 마지막 날, 그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어요. 그 때 별안간 사무량심 기도문이 입에서 맴돌았습니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울면서 걸었어요. 기도문은 어느새 ‘감사합니다.’로 바뀌었습니다. 살아있음에, 이 길에, 부모님께, 부처님께,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얻게 됐어요. 청전 스님과 걸을 땐 ‘하심下心해야 한다.’를 크게 배웠어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들로 계속 순례 길에 오르게 돼요.”
순례 길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언제나 부처님이 위안이었다. 문제를 해결해내는 힘과 방법을 부처님 가르침에서 얻었다. 그는 ‘취준생’, ‘N포 세대’라 불리는 힐링이 필요한 20대에게, 불교가 맞춤 처방약이라고 말했다.
“힐링 콘서트 같은 곳에 가면, 그 때는 편안해지는데 집에 가면 다시 우울해져요. 문제해결이 되지 않으니까요. 병원에서 진통제 주사만 맞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이유에 주사를 놓았다. 이 약을 처방해 주겠다. 이런 부분은 조심해서 지내면 낫는다.’라는 처방까지 돼야 진정한 힐링healing, 치유잖아요. 문제를 알아차리고 해결하게 하는 힘이 분명히 불교에 있어요. 제가 그렇게 힘을 얻고 있으니까요.”
불교에 푹 빠진 청년답다. 그는 또래 불자들이 ‘나는 불자다.’라는 큰 자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선생님에 대한 갈증도 느낀다. 선생님들이 청년 불자의 목마름을 잘 살펴 이끌어준다면, 청년 불자들이 불교계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불교가 더 많은 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불교를 드러내지 않고도 차용 가능한 불교적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를 원했다. 종교의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말하는 불교. 그런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좋겠다고 눈을 반짝인다. 그러한 방법을 찾기 위해 더 공부하며 정진하고 있다는 청년 불자 박영빈 씨. 그에게 앞으로 어떤 불제자로 살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처님 가르침은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부처님 제자로 살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되새겨 다짐하는 것이 있어요.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 자귀의법귀의自歸依法歸依’ 내 스스로의 힘을 믿고 부처님을 따르자. 그리고 ‘위계이사爲戒以師’ 계를 지키자, 입니다. 항상 다짐해요. 저는 보살로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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