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불이洞布不二로 나눔을 실천하는 선정바라밀
상태바
통보불이洞布不二로 나눔을 실천하는 선정바라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6.13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 지금, 다시 선정바라밀 |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선도회)

1.png
 

물리학 용어 가운데 ‘퀀텀점프(Quantum Jump)’라는 말이 있다. 양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 급속도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해 대약진, 대도약이다. 여기 면벽 중인 한 수행자가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끝에 화두 하나가 절절하게 매달려 있다. 사념은 멈추었고 시간은 영원 속에 있다. 궁극의 고요와 삼매. 어느 찰나, 화두가 들어앉아 있던 자리가 열리며 의식이 공중부양을 한다. 퀀텀점프, 대도약의 순간이다. 

| 일상에서 체험되는 선禪 
다시 봄, 꽃은 피고 새는 노래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필연 내 마음이 산란하고 어지러운 것일 터. 변화를 원하는가? 보다 나은 세계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지금 여기, 다시 선정바라밀이다. 복잡한 세상 한가운데 묵묵히 선禪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흡사 태풍의 눈을 닮아 있었다.

지난 4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의 모처에서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이하 선도회) 인사동 모임이 열렸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문이 없거나 혹은 두 개의 문이 있다. 만일 당신이 그곳에 가고자 한다면 문 없는 문을 통과하거나 두 문을 동시에 투과해야 한다. 자,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봐도 논리적으로는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생각만 많아지고 이내 포기하고 싶어진다. ‘까짓것, 안 들어가면 그만이지. 거기 뭐 별 게 있을라고?’ 하지만 문 바깥은 낭떠러지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끝, 설상가상으로 태풍이 휘몰아쳐 발끝이 흔들려온다면? 문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생사를 뛰어넘는 적정寂靜의 평화가 보장된다면? 그렇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문관無門關』은 중국 남송 시대의 선승인 무문혜개無門慧開 선사가 48칙의 공안을 해설한 책이며,『두 문을 동시에 투과한다』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선도회 2대 지도법사인 법경法境 박영재 법사가 쓴 책의 제목이다. 이 두 권의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선정과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화두가 된다.  

선도회는 선정바라밀을 통한 깊은 통찰체험을 더불어 나누고 실천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재가자 중심의 수행단체다. 선도회의 시작은 한국불교에 생활선生活禪 수행 풍토를 만든 종달宗達 이희익(1905~1990) 거사로부터 비롯되었다. 입실점검을 통해 무문관 48칙을 점검받는 선도회의 전통 또한 종달 거사에 의해 확립되었다. 

흔히들 도를 닦으려면 세속을 떠나 산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공간이라야만 선정에 머무를 수 있다고들 착각한다. 그럴수록 일상의 삶은 고요로부터 분리되고, 수행은 먼 곳의 이야기로 전락하고 만다. 날이 갈수록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감히 ‘선禪’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그 ‘선禪’은 반드시 일상의 삶 속에서 체험되어야 한다. 

선도회의 활동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도량의 접근이 용이하다. 서울 목동 본원을 중심으로 강남, 신촌, 인사동, 성북 등 서울만 해도 지부가 세분화되어 있으며 인천, 양평, 당진, 영주, 광주 등 각 지역별로 가까운 도량을 찾아 수행할 수 있다. 모임은 먼저 30분간의 참선으로 시작된다. 각자 무문관의 공안이나 화두를 참구하는 시간이다. 

1.png
 


| 선정 목표는 지혜와 자비로 나눔 실천 
빌딩 숲 사이 어스름한 골목은 금요일 밤의 열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시끄러운 가운데, 도심 오피스텔 8층 작은 공간에서는 스무 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숨소리마저 가늘어 들리지 않는 투명에 가까운 고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맑은 종소리가 들려온다. 입실점검을 알리는 소리다. 한 사람씩 차례로 작은 방에 들어가 박영재 법사에게 화두에 대한 입실점검을 받는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의식을 깨우는 밀어가 오고 간다. 이 과정을 통해 수행자는 상相으로 똘똘 뭉친 자신의 업식을 하나씩 해체시켜 나간다. 그렇게 입실점검이 끝나면 자기성찰 시간으로『무문관』의 새로운 공안을 공부한다. 이날엔 무문관 48칙 가운데 제42칙 ‘여자출정女子出定’에 대한 박영재 법사의 제창이 이어졌다. 

“무문 선사 가로되, (중략) 문수보살은 칠불의 스승인데 어째서 이 여인을 선정에서 나오게 하지 못했는가? 반면 망명보살은 제일 낮은 지위의 초짜 보살인데 어째서 그녀를 선정에서  나오게 할 수 있었는가? 만약 이에 대해 제대로 꿰뚫어 볼 수 있다면 끝없는 업식의 삶(중생의 삶)  그대로, (부처를 뜻하는) 큰 용(那伽)이 삼매에 든 경지이리라!”

다음 모임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위의 공안을 참구한 후, 입실점검을 통해 또다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청소년 회원들을 위해서는『명심보감』「성심편省心篇」의 한 구절을 함께 읽었다. 

蘇東坡云 소동파운 
無故而得千金 무고이득천금은 
不有大福 불유대복이라 
必有大禍 필유대화이네.
소동파 거사가 가로되, 
까닭 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될 것이네.
 
“소동파는 중국 북송 때의 시인이라고만 알려져 있는데, 부처님께 귀의한 불제자이면서 깨달은 도인입니다. 통보불이洞布不二이라는 말이 있죠. 통찰과 나눔은 둘이 아니다. 깊은 통찰 체험을 바르게 했다면 반드시 나눔을 실천하는 삶으로 증명됩니다. 당시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소동파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를 개혁하고, 관료가 사리사욕을 위해 뇌물로 바친 돈을 그 관료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도 했죠. 선정 수행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지혜가 열린 것입니다.”

박영재 법사는 나눔이 빠진 깨달음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아닌 이타자리利他自利를 선양하는 것이 선도회의 가풍이다. 자비와 지혜를 양 날개로 하는 나눔이야말로 선정의 궁극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선도회 회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나눔과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 교도관으로 일하는 광주모임의 한 회원이 교정센터에서 재소자들을 위한 참선모임을 열었다. 그 가운데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재소자도 있다고 한다. 선도회 회원들은 양로원이나 요양원 봉사를 비롯해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을 위한 참선 지도까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사문출유四門出遊를 통해 출가를 하셨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문출유多門出遊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깨어있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다 화두이며 수행이지요.”

 매순간 깨어있기 위해 박영재 법사는 원오극근 선사의 선어록을 빌려 ‘좌일주칠坐一走七’을 이야기한다. 

 “하루 중에 1은 좌선을 하고, 7은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한다는 뜻입니다. 재가에 있으면서 자기 전문직에는 소홀히 한 채 산중으로 쫓아다니는 것이 수행은 아닙니다. 잠자는 시간은 빼고,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잠들기 전에 1시간 좌선과 자기 성찰을 하면 나머지 14시간을 본업에 온전히 매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그 본업은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이 되겠지요. 며칠만 한 번 해보세요. 피로도 사라지고, 날마다 생수불이生修不二가 저절로 될 겁니다. 숭산 스님이 말씀하셨죠. 오직, 할 뿐이다.”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닌 이치. 결국 일상 속의 선정이란, ‘오직, 할 뿐’인 마음 안에서 이루어지는 무아와 회향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문 없는 문을 통과하였는가, 혹은 두 개의 문을 동시에 투과하였는가? 오직 모를 뿐.

     
3.png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선도회)
전화번호: 02-2648-1090
홈페이지: www.seondohoe.org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