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 세계 최강제국을 이룬 당 태종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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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 세계 최강제국을 이룬 당 태종의 리더십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5.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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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긍의 『정관정요貞觀政要』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이룬 당나라의 제2대 황제 태종(재위 기간: 626~649년)과 그를 보좌한 신하들과의 정치문답집이다. 『정관정요』를 쓴 사람은 당나라의 사관史官 오긍吳兢이며, 이 책은 ‘군주의 도리(君道)’라는 제목의 제1장부터 제40장 ‘신중한 끝맺음(慎終)’에 이르기까지 모두 10권 4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 지도자의 마음가짐
태종 이세민은 아버지인 고조高祖를 도와 당나라를 함께 세웠을 뿐만 아니라, 고조의 뒤를 이어 2대 황제가 되자마자 널리 인재를 모으고, 당 왕조 300년의 기초를 다졌다. 태종의 곁에는 위징, 왕규, 이정 장군, 이적 장군 등의 쟁쟁한 인재들이 모였는데, 태종은 이들의 간언을 받아들이면서 정치에 힘썼기 때문에 나라를 매우 잘 다스릴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는 그의 연호를 따서 ‘정관의 치治’라 불리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것이다. 『정관정요』는 이렇게 세계 최강 제국을 이룬 당 태종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후세에 전하기 위해 ‘교육적 관점’에서 그와 신하들이 나눈 이야기를 조목별로 재편집한 책이며, 당나라 이후 역대 군주들의 필독서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관의 치’라는 이상적인 시대를 구현한 정치의 요체라는 뜻의 『정관정요』가 전하고자 하는 요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수성守成을 해야 하는 시대의 지도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이 책의 제1장에는 “창업이 어려운가, 수성이 어려운가?”라고 하는 유명한 문답이 있다. 정관 10년, 태종은 신하들에게 묻는다.

“제왕이 하는 큰 사업 가운데 창업과 수성 중 어느 것이 더 어렵소?”

이에 대해 방현령이라는 신하는 창업이 어렵다고 하고, 위징은 수성이 어렵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을 다 들은 태종은 양쪽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한 후에 이렇게 말한다.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과거의 일이 되었고, 이제부터는 그대들과 함께 단단히 마음먹고 수성의 어려움을 극복해가고자 하오.”

태종은 이렇게 마음먹고 신하들의 직언과 비판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치세에 반영했다. 그는 수성에 성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외세를 몰아내는 등 과감한 대외정책을 추구한 뛰어난 지도자였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어느덧 저성장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과거 고도성장 시절에 이룩한 성과를 착실히 다짐과 동시에 참신한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가, 특히 한국 기업들이, 태종의 정치에서 배울 점은 매우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 뛰어난 지도자 태종의 정치에서 배울 점
구체적으로 『정관정요』가 오늘날 우리 기업의 지도자들에게 주는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라.

‘간언을 장려하라’는 제목의 제4장에서 태종은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볼 수 없듯이 신하들의 간언이 없으면 정치적 득실에 관해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먹줄이 있으면 굽은 나무가 바르게 되고, 기술이 정교한 장인이 있으면 보옥寶玉을 얻을 수 있듯이 시대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진 신하의 충언은 군주를 바로 서게 할 뿐만 아니라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간언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신하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충성스런 간언을 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주는 신임하지 않는 자가 간언하면 비방한다고 생각하고, 신임하는 사람이 간언하지 않으면 봉록奉祿만 훔치는 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성격이 유약한 사람은 속마음은 충직해도 말을 하지 못하고, 관계가 소원한 이는 신임 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중이 제환공의 허리띠를 화살로 쏘아 맞추었어도 의심받지 않은 것처럼 군주가 먼저 신하를 믿고 간언을 구할 준비가 되어야만 한다.

태종은 이렇게 전 생애에 걸쳐서 겸허한 태도로 간언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견지했다. 2014년 12월에 일어난 대한항공 회항 사건에서 보듯이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기업에는 간언할 수 있는 열린 기업문화가 없다. 그래서 간언할 수 있는 쟁쟁한 인재를 모으고 그들이 거리낌 없이 말하게 하고, 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첫 번째 조언이다.

그 밖에, 『정관정요』가 지도자들에게 주는 주요 시사점으로 몇 가지 더 살펴볼 수 있다. 

둘째, 먼저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셋째, 최초의 긴장감을 지속시켜라.

넷째, 철저한 자기절제를 하라.

끝으로, 겸허한 태도 및 신중한 언어 구사를 행하라고 할 수 있겠다.


| 모든 정치의 근본은 백성이다
앞서 언급된 모든 것들이 빠짐없이 중요하다. 그 중 특히, 겸양은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덕목이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에게 없어서는 절대 안 될 요건이다. 당 태종은 이 점에서도 자기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관정요』의 제19장 ‘겸손과 사양[謙讓]’편에 나오는 다음 대화를 보자.

정관 2년, 태종이 곁에서 모시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황제가 되면 스스로 존귀하고 필요한 존재로 생각하여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소. 그러나 나는 스스로 겸허함과 공손함을 가지고 항상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오.

무릇 황제가 스스로 존귀하고 빛난다고 생각하면 그는 겸허와 공손을 가지지 못하고, 그가 옳지 않은 일이라도 하면 누가 감히 간언을 하겠소? 나는 항상 말 한마디를 하거나 한 가지 일을 할 때마다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아래로는 신하들을 두려워할 생각이오. 하늘은 아주 높이 위에 있어 인간 세상의 선과 악을 듣는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소? 수많은 공경대신과 선비들이 모두 우러러보는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소? 이렇게 생각하면, 오직 언제나 겸손과 공손함을 가지며, 하늘의 뜻과 백성들의 마음에 부합하지 못함을 두려워할 뿐이오.”

태종은 이러한 겸허한 태도를 죽는 날까지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도자는 몸을 낮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말도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 한 번 입 밖에 나온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태종이야말로 이 점을 아주 깊이 의식하고 있던 군주였다. 『정관정요』의 제22장 ‘말을 삼가라[愼言語]’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말이란 군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오. 말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소? 일반 백성들의 경우에도 말 한마디가 나쁘면 사람들이 그것을 기억하여 치욕과 손해를 낳게 되오. 더구나 한 나라의 군주가 만일 말을 잘못하여 손실이 매우 크면 어찌 백성과 비교할 만한 것이겠소? 나는 항상 이것을 경계하고 있소.”

태종은 언제나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신하들을 대했던 것이다. 겸허한 태도와 신중한 언어 구사는 『정관정요』가 말하는 리더십의 다섯 번째 요체이다. 당 태종은 이러한 리더의 조건들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뛰어난 군주가 되었는데, 나는 그의 성공 비결은 제2장 ‘정치의 요체[政體]’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로 집약된다고 생각된다.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

이렇듯 태종은 군주보다 백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달은 제왕이었다. 모든 정치의 근본은 백성임을 확신한 그는 백성들의 눈으로 보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고 애썼다. 즉, 현대 경영학에서 말하는 철저한 고객지향정신이 그의 성공에 있어 핵심요인이었던 것이다.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MBA,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현대 마케팅론』, 『글로벌시대의 경영학』(이상 공저),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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