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을 새긴 행자의 하루_장성 백양사
삭발하고 행자복을 입는다. 출가수행자의 길에 들기 위해서는 행行의 시간이 필요하다. 육肉의 부모에서 난 몸을 법法의 부모가 품어 새롭게 태어난다. 낡은 세포가 떨어져 나가듯 ‘나’라는 상을 버린 자리에서 새로운 나를 만난다. 행자. 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입춘 날, 백암산 백양사에서 인욕忍辱의 일상을 담았다.
조왕단과 부엌은 항상 깨끗이 한다.
큰소리로 말하거나 웃어서는 안 된다.
보행 시에는 차수한다.
불경 외에 다른 서적은 보지 못한다.
여하한 일이라도 산문 밖을 나가지 못한다.
행자는 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백양사 천진암 주련은 이렇게 쓴다.
행자여 돌아가라, 진리의 고향으로.
어딜까. 어느 곳일까.
떠나온 그 자리.
두 손 가지런히 걸으며 생각한다.
산이 다하고 물이 다하더라도
잊지 않으리라.
첫마음.
행자는 인욕의 자리다.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