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가칭)열린비구니모임이 바라본 오늘의 비구니승가공동체, 그 문제와 해결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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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좌담-(가칭)열린비구니모임이 바라본 오늘의 비구니승가공동체, 그 문제와 해결방향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3.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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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임대 스님, 재범 스님, 진명 스님 / 사회. 김성동 / 정리. 하정혜 / 사진. 최배문

작년 10월부터 나타난 ‘전국비구니회’와 (가칭)‘열린비구니모임’의 갈등은 한국불교사에서 비구니 문제를 최초로 드러낸 사건이다. 본래 갈등은 수많은 사건이 얽혀있는 것이기에, 어느 하나의 조건과 원인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진 것들이 어느 순간, 표출된 것일 뿐이다. 때문에 하나의 원인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월간 「불광」은 이런 문제의식에 접근해 (가칭)열린비구니모임 스님들이 생각하고 있는 갈등의 현상적 원인과 함께 한국불교 비구니승가공동체 문제를 듣고자 좌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열린비구니모임이 바라보는 문제의식을 드러내어 갈등을 푸는 단초를 제공하고, 나아가 비구니승가공동체가 한국불교에 어떤 의미인지 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좌담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 월간 「불광」 회의실에서 진행했으며 임대 스님(공동대표), 재범 스님(섭외담당), 진명 스님(홍보담당)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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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가?
사회자  좌담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바쁘신 것 같습니다. 참석해주시어 감사합니다. 먼저 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났는지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임대 스님  갈등의 가장 근본 요소는 대중들과의 소통부재입니다. 물론 수천 명의 비구니스님들과 일일이 다 소통할 수는 없지만, 어떤 계기를 마련해서, 즉 총회 등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서 알권리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알권리를 차단시켜 버리고 집행부 내에서만 일을 추진했어요. 그것도 원만하게 한 것이 아니라 독선적으로 하니 문제가 발생된 것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모르기 전까지는 (비구니 문제에 대해) 무관심 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 일을 살펴보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 문제가 후학들한테까지 미치는데 그 방법론이나, 제기되고 있는 제도나 수행의 문제, 관행의 문제 등을 후학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상처를 입더라도 문제를 제기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아직까지 갈등을 치유하지는 못했습니다. 갈등이라기보다는 문젭니다. 그 문제를 아직 치유를 못하고 있고, 서로 가지고 있는 견해와 관점이 판이하게 다르죠. 

진명 스님  임대 스님께서 이 문제를 소통의 문제가 아닌가 하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우리 비구니스님들의 무관심이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구니스님들이 비구니문제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해요. 물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주어진 일 열심히 하고, 수행정진 반듯하게 하면 되겠죠. 그러나 우리 불교에서 잘 쓰는 용어가 있어요. 공업共業이다, 동업중생同業衆生이다, 이런 말 있잖아요. 공업과 동업중생. 이 시대에 살아가는 시점에서 보면 이러한 일들은 우리들의 무관심을 결코 배제할 수 없거든요. ‘그 동안 우리가 너무나도 무관심했구나. 그래서 이런 결론이 났구나.’ 싶습니다. 전국비구니회 집행부에서는 ‘그저 예전대로 모든 대중이 눈 감고 지나가겠지.’하고 생각하니까요. 모든 전국 비구니스님들을 그야말로 눈 먼 사람처럼, 귀먹은 사람처럼, 말 못하는 벙어리처럼 취급을 해버리는 거예요.  

재범 스님  전국비구니회에 소속된 회원이 6천여 명입니다. 그런데 그 6천여 명의 회원들이 왜 무관심할까. 그것에 관해서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임대 스님께서 “알 권리를 차단하고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 부분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은 전국비구니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공식적으로 알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합니다. 저희들이 수없이 요청했죠. 바로 총회입니다. 어느 조직이든지 총회라는 창구가 있습니다. 지금 집행부가 4년 임기 마지막 년도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총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인 총회조차 차단시켰어요. 
때문에 회원들이 어떻게 보면 무관심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겁니다. 무관심한 대중에게만 원인을 둘 것이 아니라,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전국비구니회의 비민주적인 구조가 문제죠. 소통의 부재를 말씀하셨지만, 전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소통의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자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왜 이 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나? 왜 갑자기 회장 임기가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전에는 문제가 안 되었던 것을 제기하고 있는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또 전국비구니회 안에 들어와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가공동체를 해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죠. 

진명 스님  현 집행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전국비구니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었을 때는 전국에서 중심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어른이 계셨고, 비구니회 운영에 다 들어와 계셨습니다.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부회장으로도 참여하고요. 그렇게 할 때는 조금 미비한 점이나 잘못된 것이 있더라도 어른들 뜻을 존중했습니다. 어른들의 공의가 살아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독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독선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죠. 
저희들이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안하면 더 큰 후회를 할 것 같았어요. 우리가 이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시대가 흘러가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대중들을 많이 만나고 설득하고, 또 많은 공감을 했어요. 물론 지금도 우리가 어떤 행보로 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재범 스님  비구니 회원들의 문제니까 회원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잖아요. 그 유일한 창구가 바로 총회입니다. 그게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죠. 처음에 총회의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이 계속 묵살되다보니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자꾸 밖을 향하게 되는 것이지요. 

임대 스님  문을 열어두지 않습니다. 운영위원회를 진행할 때, 일체 다른 사람들은 들여보내질 않아요. 운영위원이 아니면 말을 할 수 없죠. 그럼 누가 반론하고 누가 말을 합니까? 그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안에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하던지 해야죠. 집행부만 논의합니다. 일방통행입니다. 그래서 총회를 통해 논의하자는 것인데, 아예 기회를 안주니까요. “임기 동안에는 어떤 회칙개정도 안하고, 총회 개최도 안한다.” 이렇게 못을 박아놓고, “안에 와서 말하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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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를 소집하지 않으니, 결의대회를 열겠다.”
사회자  총회를 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왜 총회를 열지 않는 거죠? 회칙에 따른 절차를 밟으면 소집해야 할 텐데요. 

임대 스님  그것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2년마다 3월에 열게 되어 있습니다. 운영위원회 때  제가 요구했어요. “왜 총회 안 열어줍니까, 총회를 통해 이런저런 거 해야지 않겠습니까?” 했더니, 회장스님은 “나는 뭐 전에 있는 선대스님들이 해 온대로 할 뿐이지, 그거 뭐 때문에 여는데? 내 때도 열 필요 없다. 몬 한다.” 단적으로 말씀하셨어요. 그동안에 역대 운영위원이나 역대 비구니회 소임자들은 어른스님들이 “소임을 좀 살아라.” 이랬을 때 “나보다 더 능력있는 스님이 살았으면 좋겠다.”하는 사양하는 미덕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운영위원장은 운영위원회 인준도 없었어요. 비합법적으로 임명받았기 때문에 운영위원장 자격이 없습니다.  

재범 스님  문제의 촉발은 비구니 종회의원 선출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국비구니회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 관심이 흐른 겁니다. 종회의원 뽑는 기구인 전국비구니회 운영에 문제가 있다, 모든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성명서와 반박문을 지속적으로 냈습니다. 총회로 가는 징검다리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대중들에게 알리는 공식적인 자리였습니다. 총회에 준하는 자리죠. 총회 회칙에 성원이 200명입니다. 공청회에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사미니 없는 비구니 정회원으로만 300여 명이었습니다. 우리 회에 문제가 뭔지 짚어보자는 것이죠. 그런데 아무 말이 없어요. 공식적 입장이 없습니다. 공청회 이후에도 입장 발표가 없어요. 이제 3월이 정기총회 회기입니다. 운영위원장이든 회장이든 누구라도 입장이 있어야 하는데 공식적인 총회도 열지 않고, 회칙 개정마저 없다고 하니, 결국은 초법적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승가에는 승려대회라는 형식이 있습니다. 결의대회는 이같은 정신을 담아내는 장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사회자  지난 1월 6일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이 직접 중재하자 종도들의 관심이 많았습니다. 왜 결렬됐나요?

진명 스님  지난 12월 4일에 회칙 개정 약속을 했습니다. 총무원장스님이 중재를 해서 협상테이블을 마련했어요. 양측이 다 나왔죠. 회칙 개정의 필요에 대해 다 동의 했고요. 회칙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3명씩 꾸리자고 해서 지난 1월 6일에 나갔죠. 우리는 나름 현행 회칙과 개정 회칙 대조표를 만들어서 갔어요. 그런데 전국비구니회 집행부에서는 아무 것도 없이 회의장에 들어왔어요. 이것은 약속된 거잖아요. 중재를 하셨던 총무원장스님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총무원장스님이 나간 다음에 우리들끼리 협의를 하던지…. 그게 맞죠. 그게 소임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임대 스님  우리도 공청회다, 결의대회다, 의논하면서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회칙 성급하게 개정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고요. 이런 문제로 승가공동체의 지향에 있어서 본질을 흐리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어렵게 만든 개정안이었습니다. 저희도 사실, 지면에 보도되고 알려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전국비구니회 회장으로서 그런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비구니의 위상과 격을 떨어뜨리고 어떻게 보면 부끄럽기도 한 일이니까요. 우리들만의 아픔으로 덮고 싶었습니다. 우리 손으로 뽑은 회장이니 참회할 것은 참회하고, 책임있게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결론을 어렵게 내렸습니다. 

진명 스님  우리로선 총무원장스님이 중재에 나선 자리에 안 갈 수도 없고, 총무원장스님이 어떤 안을 내신다면 그것을 거부할 수도 없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어요. 바쁜 분이 관심 갖고 나오신 것을 알기에 송구할 뿐입니다. 

임대 스님  총무원장스님이 중재에 나서는데도 저렇게까지 고집을 피우는 것은 무슨 복안인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구니계를 위한 것이라면 숨길 이유가 무엇입니까? 여러 의구심이 많습니다.

사회자  열린비구니모임 스님들의 의견은 일부 스님들의 의견이고, 많은 대중은 오히려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예를 들면 제방 선원에서는 가만히 있다는 것이죠.

진명 스님  지금은 안거 기간입니다. 정진 중이니 선원을 찾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지역별 중진스님들이 대부분 지지하며 함께하고 계십니다. 모두 이름을 걸지는 않았을 뿐이지요. 여러 가지 인간관계 때문에 이름은 올리지 않고 있지만, “다 바로 잡아라.” 격려하고 뒤에서 후원하고 하고 계십니다. 그 힘이 아니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어요.

재범 스님  공청회 참석 인원이 300명이고, 현재 지지서명을 계속해서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 문제를 전국의 스님이 다 알고 계십니다. 전국 16개 지회에 빠짐없이 가서 운영위원회 구성 문제를 알렸습니다. 지역별로 골고루 서명하셨고, 지역마다 한 분씩 15분이 운영위를 사퇴하셨어요. 현재까지 지지서명이 600여 명입니다.

진명 스님  재가불자도 마찬가지이고, 스님들은 종단의 굴곡진 역사를 잘 압니다. 일부에서 비구니 스님들은 그런 모습 보이지 말아야 한다, 왜 기존과 다름없이 싸우는 모습을 보이나, 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려면 집행부의 일처리가 조금이라도 달라야 합니다. “비구니 스님들은 다르구나.” 할 수 있게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문을 닫고 있습니다. 집행부에서 저희들을 데모꾼 취급을 하고 있지만, 저희들은 전국비구니회를 바르게 잡아 가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자  열린비구니모임 스님들이 꾸준히 내부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 오기 전에는 종단 화쟁위원회에 갔었죠.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진명 스님  결의대회 날짜(3월 16일)는 잡았지만 마지막까지 결의대회까지 가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그래서 화쟁위원회에 요청을 했고요. 국가의 문제, 사회의 문제, 우리 종단의 문제도 있지만, 비구니 승가공동체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화쟁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면 좋겠나, 자문을 요청한 것이죠. 종단 선거관리위원회에도 선출절차와 운영위 구성절차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법규위원회에 요청하고 있는 내용은 전국비구니회 회칙이 종헌종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범 스님  처음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모든 것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된 부분 때문이죠. 이 부분을 우리 비구니 스스로가 인식하고, 각성하고 다함께 고쳐나가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가능한 합법적 절차를 밟기를 원하죠. 종단 안에서 종도들이 보기에도 화합하는 모습으로…. 그러려면 3월이 어차피 회기니까 정기총회를 열어달라는 것입니다. 비구니스님들, 종도들이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정기총회를 열자는 겁니다. 대중들의 공의를 모아서 진행을 해나가야죠. 


| 후학들에게 어떤 승가공동체를 보여줄 것인가?
사회자  현상적인 제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600여 명의 지지서명 속에는 비구니 승가공동체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섞여 있을 겁니다. 그것은 전국비구니회라는 ‘기구’의 문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는 것이죠. 후학들에게 어떻게 승가공동체의 길을 열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범 스님  공청회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대치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어요. 이 기회에 비구니 승가공동체에 대해서 몇 가지 문항을 만들어 리서치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점점 이렇게 갈등 양상이 되니, 문제가 엉뚱한 데로 흘러갔어요. 저희도 대응하려니까 근본적인 문제에 제대로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거죠. 사실 비구니 승가공동체에 대한 본질적 문제는 관심이 많고, 또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청회도 주제를 세 번으로 나누어서 진행하려고 했었죠. 예를 들면, 젊은 비구니스님들은 “우리 일 할 데가 없어요.” 합니다. 교육 받고 수행한 스님들은 많습니다. 인재 발굴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가 쓰이도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제가 큽니다. 출가 이후 교육과 수행은 있으나, 그 이후의 로드맵이 부족합니다.

임대 스님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승가공동체를 끌고 갈 건가에 천착했을 겁니다. 문제점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상황이에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독행,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수정되고 개정된다면 열린비구니모임은 앞으로 방향제시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종단의 현주소를 모색하고 어떻게 할지가 관건인데, 일단 이 일을 해결해놓고 하려고 합니다. 

진명 스님  우리 승가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큽니다. 다수의 스님들은 기본적인 생활비가 형성되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제도적으로 지원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문제가 생길 겁니다. 대부분의 비구니스님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그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해요. 재정에 대사회적인 재분배도 중요한데요. 승단 안에서도 그런 문제가 심각합니다. 최근 종단에서 100인 대중공사에 참여하니, 재정공개가 제일 많이 나오더군요.

재범 스님  종단은 승가대학이라는 공동체가 있고 선원이라는 공동체가 있어요. 그런데 이후의 공동체가 없습니다. 그 다음의 공동체…. 없다보니 개인적인 그 다음의 삶은 독살이 체제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개인화하고…. 수행을 회향하기 위한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소공동체라고 해도 다섯 명, 열 명이라도 자기가 교육받은 것, 자기가 수행한 것 그것을 흡수해서 회향할 수 있는 공동체요. 21세기 새로운 승가공동체 모양을 고민해야죠. 지금은 새로운 승가공동체가 탄생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무소유의 삶을 사셨지만, 현재 승가는 소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유의 개인화가 문제죠. 본질적인 타개책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승가를 살아남게 할 것인가, 망하게 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냉철한 스스로의 비판이 필요합니다. 깊이 들여다보고 공론화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자  좌담에 앞서 말씀드렸지만, 한국불교사에서 비구니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나타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에, 비록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또 현재 비구니승가공동체가 처해진 문제도 접근해보았는데요. 오늘 이 좌담회가 한국불교사에서 비구니승가공동체가 올바른 자기역할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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