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 고분의 연꽃
경주 황남동 고분 뒤로 해오름이 시작된다.
조금 전까지 내리던 장맛비가 멈추자
그 사이로 더없이 아름다운 아침노을이 그려졌다.
하늘에 그려진 아침노을은 연꽃을 안고 같이 올랐다.
곁에서 같이 일출을 마주한 사람에게
“감동입니다.”라는 감탄사를 절로 건넬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러게요.”라며 맞장구를 돌려줬다.
자연이 선사한 감동의 선물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몰려온 비구름이 연잎에 톡톡 소리를 내며 빗방울을 튕긴다.
황남동 고분 곁에는 연꽃들이 진흙을 뚫고 올라와
화사하게 몸을 흔든다.
그윽한 향기가 가득 퍼졌다.
그 향기 속을 걷고 있는 나의 마음이
차분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만 같다.
안개는 소나무 숲 속으로 굽이굽이 흐르다 금세 없어지고 만다.
소나무의 조각난 표피와 두껍게 휘어진 선은
무겁게 한자리를 지켜온 굳은살이다.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지켜온
생에 대한 예의로 나무에 손을 얹어 질감을 느낀다.
솔향 가득한 소나무 숲에는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이다.
황남동 고분 곁에는 연꽃들이 진흙을 뚫고 올라와
화사하게 몸을 흔든다.
그윽한 향기가 가득 퍼졌다.
그 향기 속을 걷고 있는 나의 마음이
차분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만 같다.
연꽃향기와 솔향이 어느덧 몸에 배어든 듯
장마 속 산책길이 촉촉하게
내 삶 속 굳은살로 배어든다.
한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기분 좋은 우중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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