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성 향 미 촉
유쾌한 불교 축제
색 성 향 미 촉
‘수행공간입니다. 출입을 금합니다.’ 사립문에 걸린 표어가 무색하게 빗장이 풀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이 열린 바로 그 순간, 삶과 죽음을 오가며 처절하게 구도열을 불태우던 사찰의 고요도 잠시 멈추었다. 웃음과 환호가 고요의 자리를 채우고, 출가자와 재가자가 맞잡은 손이 정겹다. 모습을 감추고 천년의 세월을 보낸 한국불교가 은둔이 아닌 개방을 택한 순간이다. 그 순간, 사람은 수행의 공간 속에 들어와 따뜻한 체온으로 불상의 미소를 깨운다. 심산유곡 아슬아슬한 벼랑에 매달렸던 사찰, 회색 공간 속에 자리한 도심사찰 모두 사람을 품에 안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사찰인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부터 앞장서서 국화로 사찰을 장엄하고 산문을 열었다. 이제 축제다. 닫힌 산문, 마침내 고요의 빗장이 열리고 사람이 사람과 어울리며 색・성・향・미・촉 오감이 행복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화꽃으로 단장한 조계사는
가을햇살을 닮았다.
노란 국화나무가 섰고,
진초록 국화 줄기가 모여
엄마 코끼리,
아기 코끼리로 화했다.
그림2 2장짜리 사진
봉은사 개산 1218주년을 기념하는
개산대재를 맞아 진여문에서
법왕루에 이르는 길에
국화꽃 비단이 깔렸다.
그 꽃길을 따라 사람들은 축제로 들어갔다.
도선사의 국화꽃은
수능을 앞둔 학부모들의
기도소리에 물들어
비장미를 갖췄다.
기도소리를 머금은
국화의 꽃잎에는
꼿꼿한 절개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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