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한림디자인고등학교 문화재 지킴이
요즘 젊은 층들에게 흔하게 듣는 얘기 하나. “절이 무서워요.” 뭐가 무섭냐고 물어보면 사천왕상이 무섭고, 절 안의 분위기가 무섭다고 한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는 불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 그 막연한 두려움을 깨는 것이 젊은 불자를 양성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해법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 지역의 문화재가 그 열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 여고생들의 자발적인 문화재 지키기
우리나라는 국가지정문화재 2000건 가운데 불교문화재가 1212건이다. 이중 국보가 171건, 보물이 1041건이다. 지정문화재의 60%가 불교문화재인 셈이다. 그러나 불교문화재뿐만 아니라 문화재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주 낮다.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국보가 있는지, 보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는 국가지정문화재 2000건 가운데 불교문화재가 1212건이다. 이중 국보가 171건, 보물이 1041건이다. 지정문화재의 60%가 불교문화재인 셈이다. 그러나 불교문화재뿐만 아니라 문화재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주 낮다.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국보가 있는지, 보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한국 사회의 우울한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두 팔 걷어붙인 여고생들이 있다. 충주 한림디자인고등학교(이하 한디고) 문화재지킴이단(지도교사 이재영)학생들이다. 한때 유행하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대사를 빌리자면, 요즘 보기 힘든 ‘어메이징한 여자들’이라는 소문이다. 세간의 평이 이럴진대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학생들을 만나러 가을 태풍이 뿌리는 빗줄기를 뚫고 충주로 향했다.
한디고 문화재지킴이단은 교내 동아리다. 역사도 짧다. 지난해 4월 문화재지킴이 소양 교육이 첫 활동이었다. 이제 겨우 1년 반 정도 된 셈이다. 요즘 여고생들은 문화재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학생을 모집할 때 “뭔가 재밌을 것 같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원자가 구름처럼 모였다.
“전교생이 840명인데 지원자가 170명이 몰렸어요. 그 중에서 17명이 뽑힌 거니까 1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학생들이네요.”
이재영 교사가 설명하며 껄껄 웃는다. 학생들에게 “너희들 봉사활동 점수 따려고 여기 지원한 거 아니냐?”고 눙치자 모두 “아니라고는 못하죠.”라며 깔깔 거린다. 그러나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가 봉사점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간의 활동에서 드러났다. 문화재지킴이단이 하는 활동은 주로 지역 내 문화재를 공부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공부한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며, 어떻게 하면 이 문화재를 잘 보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다. 그래서 수시로 문화재가 있는 현장을 방문한다. 그 주변을 청소하는 일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지역의 문화재를 알려주고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활동은 덤이다.
사실 문화재지킴이 활동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본래 ‘문화재지킴이’ 활동은 청소년 포교단체인 사단법인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정여 스님)가 문화재청(청장 김찬)과 함께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재의 훼손을 막고자 2009년 4월부터 시작한 활동이다. 현재 파라미타 각 지부의 관리 아래 전국 624개 초·중·고등학교 및 유관단체에서 35,0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디고 학생들은 모범사례로 첫 손에 꼽힌다.
한디고 학생들의 열정은 여러 곳에서 인정받아 지난해 ‘전국 직지문화재 청소년봉사대상’에서 2위에 해당하는 금상을 받았고, 올해 9월 6일에는 서울 남산 한국의 집에서 열린 ‘한문화재 한지킴이 활동유공자 시상’에서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니 학생들은 더 신이 난다.
| 문화재를 통해 불교에 젖어들다
이날 학생들은 충주시 외곽에 위치한 ‘청룡사지 보각국사탑’으로 향했다. ‘청룡사지 보각국사탑’은 국보 197호다. 그곳에서 학생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조용히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해설이 끝나자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한 마디씩 한다. “표지판이 바뀌었네요? 지난번에 봤을 땐 반사가 심해서 눈이 아팠는데, 잘 됐다.” “어? 그러네. 정말.” 그렇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충주 유일의 국보를 둘러봤다.
이날 학생들은 충주시 외곽에 위치한 ‘청룡사지 보각국사탑’으로 향했다. ‘청룡사지 보각국사탑’은 국보 197호다. 그곳에서 학생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조용히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해설이 끝나자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한 마디씩 한다. “표지판이 바뀌었네요? 지난번에 봤을 땐 반사가 심해서 눈이 아팠는데, 잘 됐다.” “어? 그러네. 정말.” 그렇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충주 유일의 국보를 둘러봤다.
“전에는 정말 몰랐는데, 문화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방치돼 있는 문화재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가 문화재를 지킨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거든요. 이런 일은 공무원 같은 특수한 사람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이솔, 디자인경영학과 2학년)
“예전에는 충주가 시골이라서 창피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 동네에 이토록 많은 문화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충주가 자랑스러워졌어요.”(윤혜민, 디자인경영학과 1학년)
짧게는 불과 몇 달 만에, 길게는 1년 반 만에 학생들은 달라져 있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또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많은 수가 불교문화재다. 실제 한디고 학생들이 관리하는 문화재 15점 중 불교문화재가 절반이 넘는다. 자연스럽게 사찰을 출입하게 되면서 불교문화를 대하는 눈이 달라져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 불교문화재가 많잖아요. 우리가 활동하면서 ‘이건 불교문화재다’라고 따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우리 동네 보물이고 그게 불교문화재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죠. 그런데 예전에는 절에 갈 때 사천왕문조차 들어가기 무서웠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 동아리에 기독교 신자들도 많아요. 하지만 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불상이나 절에 거부감 가지는 애들은 한 명도 없어요.”
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는 민효기(디자인경영학과 1학년) 학생의 말에 수긍이 갔다. 잘못된 종교관으로 인해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고, 잘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것뿐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문화재지킴이 활동의 장점은 차고 넘쳤다. 자발적으로 우리 동네 보물을 지키면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애착을 가지게 될 수 있는, 또 불교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워가며 올바른 역사관을 키울 수 있는 이런 활동이야말로 진짜 공부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빚어낸 보물, 문화재를 사랑할 줄 아는 한디고 학생들은 진정 ‘어메이징한 여자들’이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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