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밥상과 사찰음식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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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의 밥상과 사찰음식의 밥상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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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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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의 일상 상차림. 텃밭에서 딴 푸성귀는 된장에
야채를 넣어 볶은 ‘빡빡이’를 곁들여 먹는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가지나물에 노각장아찌 반찬이 전부다.
감자옹심이를 넣은 호박된장국으로 해독효과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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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근본은 음식에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 효과를 빨리 보려면, 약물에 기대야 한다. 그러나 음식을 마땅하게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오래 살 수가 없다. 또한 약물에서 금해야 하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질병을 제거할 방법이 없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중요한 관건이다. 만약 소홀히 하여 익히지 않는다면, 진실로 그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음식은 신체 내의 사악한 기운을 없애주며, 오장육부를 편안하고 순조롭게 해주며,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기쁘게 만들어준다. 만약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곧 좋은의사라고 칭찬할 만하다. 의사라면 당연히 먼저 질병의 근원을 분명히 파악하여, 그것이 몸의 어떤 부위에 해로움을 주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단지 식이요법으로 치료가 안 될 때, 비로소 약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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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은 몸을 법당이라고 보았다. 음식을 통해서
몸 법당을 잘 보전해야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스님을 텃밭으로, 부엌으로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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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습관의 혁명적인 개혁
이 말은 중국 당나라 때의 의약학자 손사막(孫思邈, 581~682)이 한 말이다. 인간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며칠을 버틸 수 있지만, 더 이상을 살 수는 없다. 그만큼 음식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핵심이다. 이렇게 누구나 먹고 마실 수밖에 없는 음식 때문에 몸의 고통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동아시아 의학을 성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여전히 무더위가 그 기세를 꺾지 않은 8월 중순 어느 날, 성남시와 용인시 경계의 산골짜기 주택가에 자리 잡은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에서 뵌 선재 스님 역시 음식을 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류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학적 조건에는 음식, 물, 공기, 빛 등이 있습니다. 그 중 음식은 일상생활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흔히 건강을 이야기할 때 육체적 건강만을 논하기 쉬우나,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은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입니다. 음식을 섭취한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상적 창조행위예요. 현재 우리 인류는 후기 산업사회에 살면서 인스턴트식품의 과다한 섭취, 그리고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식사로 인해 많은 만성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식습관의 혁명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사실 앞에서 소개했던 손사막이 고대 의약학의 근본을 만든 학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렸을 때 앓았던 질병 때문이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몸의 건강을 위한 온갖 해결책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음식으로 몸을 다스리는 ‘식치食治’의 개념을 확립할 수 있었다. 질병은 음식을 잘못 먹은 결과이며,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음식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식치’다. 선재 스님이 음식에 입문하게 된 배경도 손사막과 닮았다. 다만 선재 스님의 음식에 대한 생각은 불교라는 대종교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손사막과 다르다. 선재 스님은 몸을 법당이라고 보았다. 음식을 통해서 몸 법당을 잘 보전해야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스님을 텃밭으로, 부엌으로 내던졌다.

| 사찰음식에 대한 고찰
나는 짓궂게도 이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불교계 내부의 생각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사찰음식’ 하면 건강식이라고만 여긴다. 파나 마늘과 같은 오신채 辛菜를 사찰음식에서 쓰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채식주의자들의 음식 실천과 무엇이 다를까? 선재 스님의 대답은 의외로 분명했다.
“『열반경』에 보면 사람들의 삶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처님께 상담을 하러 오면 제일 먼저 묻는 말씀이 ‘당신은 무얼 먹고 사십니까?’였어요. 먹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부처님도 그런 질문을 먼저 하신 거지요. 음식을 알면 그 사람의 고통도 파악이 됩니다.”
그러니 아무리 오신채를 쓰지 않은 채식이라고 해도 결코 사찰음식이 될 수는 없다. 적어도 사찰음식이 되려면 세상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연기설로부터 시작된 음식관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생각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한다. 아무리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먹을거리라고 해도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이라면 결코 사찰음식의 재료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선재 스님의 생각이다. 곧 제철 재료를 써서 만들어야 사찰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 과격하다. 그 과격함에 혹시 이상론은 들어 있지 않을까? ‘제철에 나는 유기농산물은 너무 비싸서 부자들 음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은 나에게 선재 스님은 너무나 유쾌하게도, ‘굳이 유기농산물을 따지지 않아도 지금도 자연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제철음식 아닌가요’ 하고 되묻는다. 돈이 없으면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뒤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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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이 부처님이라는 것, 귀한 존재라는 것, 만나는 모든 이를 부처님처럼 섬겨야 한다는 것. 내가 요리를 하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이유 역시 결국이 생각을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 그렇게만 하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제철음식만으로 어떻게 모든 인간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까? 이 말에 스님은 대뜸 꾸짖 듯이 불교에서는 음식을 채우는 데만 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자꾸 많은 양념을 써서 맛을 내
려 하지 말고 적은 양념으로 심지어 재료 그 자체로 자연의 맛을 품게 만들어야 한단다. ‘때 아닌 때에 먹지 않고 필요한 때에 적절히 먹는 것’이 바로 불교의 음식관념이다. 또 이런 말로 나를 설득시켰다. “불교에서 음식은 약입니다. 수행하려면 건강한 몸과 맑은 영혼이 필요해요. 맑고 건강한 음식은 나와 같이 공생 공존하는 모든 자연계가 건강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찰음식’이라고 하지 말고 ‘불교음식’이라고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사찰음식이란 말에는 그냥 ‘절밥’이란 뜻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불교음식이란 말에는 불교의 교리가 담긴 음식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나의 이런 주장에 “세상 만물이 부처님이라는 것, 귀한 존재라는 것, 만나는 모든 이를 부처님처럼 섬겨야 한다는 것. 내가 요리를 하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이유 역시 결국 이 생각을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습니다.”라는 응답이 들려왔다. 불교의 교리가 담겨야 채식주의자의 밥상과 다른 사찰음식의 밥상이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 세상을 온전히 섬기는 사찰음식
이쯤 와서 선재 스님과 내가 의기투합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지난 6월에 조계사에서 열렸던 사찰음식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환경학자 스테파니 카자가 한 말을 소개한 적이 있다. “불교 채식주의자들은 서양이나 비서양을 막론하고 그들 스스로 불교를 신행하는 동료들에게 도덕적 무게감을 던져주어야 한다.” 이 도덕적 무게감이란 동물보호운동,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 환경보호운동, 공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대한 반대운동 등에 불교음식을 강조하는 운동가들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라는 종교가 채식주의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불교의 확산에도 채식주의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 역시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한국의 불교음식이 공장형 축산물이 지닌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이면서 공공적인 차원에서 문제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를 두고 선재 스님은 불교적 용어인 정육精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말은 불교의 여덟 가지 깨달음 중 하나인 정정진正精進과 관련이 있다. 알다시피 일심으로 노력하여 아직 나지 않은 악을 나지 못하게 하고, 나지 않은 선을 나게 한다는 정정진은 불교음식의 실천에서도 드러난다. 곧 불교의 입장에서 음식의 재료를 마련하고 요리를 하고 그것을 먹는다면 사람들의 욕심으로 가득한 음식이 자칫 야기할지도 모르는 환경 파괴를 미리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내 연구실 서재에 꽂힌 선재 스님의 책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하였다.
“진짜 요리를 하고 싶으면 해인사, 송광사에 가서 1년 동안 공양주를 살아라. 온쌀만 정성껏 골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마스크를 쓰고 마지를 푸고, 김치를 썰 때도 법답게 썰고, 수행하는 스님들을 부처님처럼 섬기며 요리를 해서 스님들의 수행을 돕고, 절에 오는 수많은 신도를 부처님처럼 섬기며 요리를 만들어주면 요리에 대한 문리가 터질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요리할 때 진정한 요리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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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윗대버섯볶음
- 머윗대
- 버섯
- 보릿가루
- 들기름
- 집간장
1 머윗대를 삶아 껍질을 벗긴 다음 찬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낸다.
2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머윗대는 굵은 것은 반으로 가르고, 4~5cm 정도 길이로 썬다.
4 보릿가루에 같은 양의 물을 넣어 섞는다.
5 달군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머윗대를 볶다가 간장으로 간한다.
6 버섯을 넣고 조금 더 볶다가 준비된 보릿가루물을 넣고 농도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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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된장냉국
- 노각
- 청고추, 홍고추
- 집된장
- 식초
1 노각은 껍질을 벗겨 씨를 빼내고, 얇게 썰어 된장으로 버무린 다음 30분 정도 절여둔다.
2 씨를 뺀 청고추와 홍고추를 가늘게 채 썬다.
3 된장으로 버무린 노각에 고추채를 넣고 생수를 붓는다.
4 식초를 넣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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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찜
- 감자
- 청고추, 홍고추
- 소금
- 간장
- 통깨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간다.
2 국물을 꼭 짠 다음 건더기는 따로 담고 국물은 가라앉힌다.
3 가라앉은 녹말과 건더기를 섞어 소금을 넣고 반죽한다.
4 반죽으로 얇게 반대기를 빚어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찐다.
5 곱게 다진 고추에 간장과 통깨를 넣은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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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의 손을 거치면 음식이 약이 됩니다. 스님은 20년 전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논문을 최초로 발표했고, 자신의 병을 음식으로 치유한 이후 사찰음식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일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스님을 ‘오염된 식재료와 화학 조미료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려는 구원투수’라 칭하고, 또 어떤 이는 ‘의학이 전쟁 때 장군이라면 음식은 평화로운 세상의 재상과 같다’는 말로 스님을 응원합니다. 선재 스님처럼 음식을 만들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부터, 어떤 재료를 골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스님의 시연과 실습으로 배울 수 있는 사찰음식 강의에 문을 두드려 보세요. 1년 수강하시면 선재사찰요리강좌 수료증이 발급되고, 1년 강좌를 수료하신 후에는 매월 1회, 연구반에서 계속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우리 집 식탁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 선재 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배우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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