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없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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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없는 마을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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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마을 고창 월곡 ‘ 꿈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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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겨울이면 ‘올해 예상기온은 몇 도?’가 화제다. 전기를 쓰는 냉난방기기 의존율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주부들은 전기세가 걱정스럽고 직장인은 미지근한 냉난방 온도를 견딜 일이 두렵다. 올여름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예보하는 전력경보가 수시로 발령되고 순환단전으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자주 멈췄다. 원자로 하나만 가동 안 되도 정전사태를 염려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한여름 전력소비 피크 시간대에 눈 하나 깜짝 않고 대담하게 에어컨을 튼 ‘빵빵한’ 마을이 있다. 고창 월곡 ‘꿈에그린’이다.
 
| 에너지, 내 집에서 만들어 쓴다
고창은 원래 ‘귀농 1번지’로 소문난 고장이다. 2012년 한 해 귀농인구만 5천 명으로, 귀농인구유입을 늘리는 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 자립마을 ‘꿈에그린’이다. 전체 4만5천 평 규모로 2013년 6월에 준공한 꿈에그린에는 100가구가 살고 있다. 잘 꾸며진 전원주택 단지 같지만, 지붕마다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매일 에너지가 생산된다.
“꿈에그린에는 블랙아웃 공포가 없습니다. 오히려 여름에 전력생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주택에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 완비돼 있고, 에너지 자립형 가구에는 태양열 집열판과 150m 깊이의 지열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설비가 추가돼 있어요. 태양광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집이 남향으로 지어졌습니다. 태양광 시스템만으로 여름 맑은 날 기준 하루 9~14kWh, 한달 300~400kWh의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비전력은 400kWh선이라 전기요금 고지서는 ‘0원’일 때가 많습니다.”
마을 이장 문병우(42) 씨의 설명이다. 전기사용량이 적은 봄과 가을에는 생산량이 30~40% 남고, 겨울에는 30~40% 모자라기에 남는 전력을 이월해서 쓰면 연중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 꿈에그린에 가스・기름 보일러가 필요 없는 이유다. 문 씨의 안내에 따라 오늘 생산된 전기의 양과 이 달에 쓴 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발전 계량기를 확인하니, 오후 4시 현재 8.28kWh의 전기가 만들어졌다.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한 설비비는 얼마나 들까? 꿈에그린의 경우, 가로 160cm, 세로 98cm 크기의 태양광 패널 12개를 이용한 전력생산 모듈의 설치비용은 1,000만 원 정도다. 이 중 50%는 보조금을 지원받아 부담을 덜었다. 태양광 모듈의 평균 수명은 20년 이상이며 이후에도 발전 효율은 80% 선으로 유지된다. 보통 10년 정도 전기를 생산해 이용하면 설비비를 회수한다고 보는데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 회수 기간은 더 짧아진다. 태양열과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2,700만 원 정도가 든다. 꿈에그린 입주가구 30% 가량이 이 설비를 도입했다.
국가 차원의 저탄소 녹색정책이 확대되면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지열, 소풍력, 소수력, 생분해성 바이오에너지 등) 주택을 마을 단위로 10가구 이상 구축하면 정부와 시로부터 ‘그린빌리지 사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그린빌리지 신재생에너지 주택 100만 호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진안 그린빌리지, 부안 그린빌리지, 주산면 화정마을 등이 대표적인 사례.
 
| 자급자족하려면 아끼는 건 기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마을을 뛰어다니며 놀고 하루 일과를 마친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는 저녁 시간, 마을 사람들이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서울 살 땐 38평 아파트 전기세가 여름이면 30만 원 정도 나왔어요. 여기선 노력하면 할수록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까 전기절약에 신경을 쓰게 돼요. 그래서 전기를 사용하고 나면 바로 플러그를 뽑아두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번 달 전기요금은 전 달 이월요금을 제외하면 만 원 남짓이네요.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만족감에 비례해서 아끼는 재미도 커요.”
꿈에그린에 입주하면서 귀농해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임(55) 씨는 이웃들과 ‘누가 더 전기를 적게 쓰나’ 경쟁하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한다. 저녁이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전기 아끼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에너지자립마을 주민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라는 귀띔이다. 김 씨는 ‘먹거리 자급자족’에도 도전 중이라고. 텃밭에서 고추, 배추, 콩, 호박 뿐 아니라 땅콩, 블루베리, 단호박, 참외 등 20여 종의 채소를 기르고 있다. 꿈에그린은 주택 밀집으로 인한 ‘열섬화 현상’을 막기 위해 녹지율을 높였기 때문에 집집마다 30평의 주택 면적을 제외한 100여 평 대지에 마당과 텃밭을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이 또한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의 한 부분인 것.
“전자제품 중에 의외로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게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이에요. 밥 지을 때 한 끼 먹을 분량으로 맞추고 밥이 다 되면 바로 코드를 뽑는 것이 우리 집만의 전기절약 노하우랍니다. 밥이 남으면 두었다가 나중에 재가열 기능을 써서 데우면 되거든요. 에어컨은 냉방보다는 제습으로 사용하는데 전기사용량 차이가 크답니다. 아 참, 세탁기 돌릴 때 청소기를 쓰지 않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전기 사용이 집중되지 않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주민 김혜영(36) 씨가 공개한 전기절약 비법이다.
에너지 절약은 꿈에그린 주민만의 화제는 아니다.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주택은 ‘액티브 하우스’,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주택은 ‘패시브 하우스’라고 하는데 특수한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패시브 하우스가 늘고 있는 추세다. 패시브 하우스는 20cm가 넘는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하고, 계절에 맞게 태양열을 끌어들이거나 차단하는 기능을 적절히 배치하는 등의 공법을 써서 냉난방 비용을 일반주택의 8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건축비용은 1.3배 수준. 농가주택이나 전원주택에서 목재를 난방용으로 쓰는 화목보일러도 널리 보급 중이다.
에너지 자급자족, ‘꿈에서나 가능할 일’이라는 생각은 이제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다. 100% 자급자족은 아니더라도, ‘꿈’이 곳곳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세계의 에너지 자립기술 현장
 
: 영국 베드제드 BedZED
주택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 패널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영국의 친환경 주택단지. 마을에서 생산한 에너지는 주택에 필요한 전력과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쓰인다. 주택은 모두 남향으로 짓고 앞쪽 유리창을 통해 온실처럼 태양열을 공급받는다. 유리창은 3중으로 되어 있어 실내 온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차단하고, 벽도 30cm 두께의 단열재로 처리해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열교환기가 부착된 지붕의 닭벼슬 모양 환풍기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해 바깥의 찬 공기와 실내의 더운 공기가 고루 섞이게 만들어 난방을 돕는다. 이 덕분에 베드제드의 난방 유지비는 일반 가정집과 비교했을 때 10% 수준이다. 마을 한 구석에는 폐목재를 태워 매일 100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자가발전소가 있다. 영국 정부는 2016년부터 새로 건축되는 주택들은 모두 탄소 제로 시스템을 갖출 것을 공표했다.
 
: 독일 펠트하임 Feldheim
독일은 친환경·신재생 발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나라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
쇄하고 신재생 전력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는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종합 신재생에너지 단지인 펠트하임은 마을의 땅을 전력회사에 제공하고 전력회사가 마을에 투자해 제반 시설을 지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43대의 풍력발전기에서 매년 1억7천만kWh를 생산하고, 축분과 옥수수대를 섞어서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바이오가스 발전기를 돌려 4백만kWh의 전기를 만든다. 태양을 따라 패널이 움직여 열을 모으는 방식을 개발, 마을 밖에 ‘솔라파크’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태양광 설비에 적용해 태양열을 생산하고 있다. 45가구, 145명이 사는 이 마을은 연간 세계 각국에서 3천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 한국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통영의 시민단체인 ‘푸른통영21’이 2007년부터 연대도 주민 80여 명을 설득하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에너지 자립과 생태관광 마을로 꾸민 지속가능발전 모델의 모범 사례. 주민 50가구 전체에 전력이 공급되는 150kWh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마을의 전기요금은 제로에 가깝다. 폐교를 패시브 하우스로 리모델링해 대안 에너지 체험센터로 활용하고 노인정, 마을회관, 비지터 센터도 패시브 하우스로 짓는 등 종합적인 에너지 자립 계획을 실현했다. 2009 지속가능발전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마을공동 지열센터를 세워 탄소에너지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 한국 에너지드림센터
현존하는 에너지 절약 기술을 총동원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공공기관 최초의 제로 에너지 하우스. 2012년 9월 기준, 860여 장의 태양광 패널로 총 28,171kWh의 전기를 생산해 14,086kWh는 자체 소비하고, 남은 전력을 한전에 팔아 188만 원의 이익을 남겼다. 땅 아래 50m 깊이에 열교환기를 설치해 별다른 난방장치 없이도 실내온도를 20도로 유지한다.
건물 설계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 했는데,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는 건물은 외벽을 비스듬하게 만든 뒤 흰색 인조 대리석을 붙여 태양빛을 60% 이상 반사하도록 했다. 3중으로 된 창문에는 센서가 부착된 전동 블라인드가 일조량을 감지해 햇빛을 자동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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