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포교사찰 불.광.사.
우리가 가는 길이 도심포교의 미래다
도심포교사찰 불.광.사.
불광사를 말할 때 반드시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도심포교 1번지’. 불광사는 허허벌판이던 잠실벌에 창건돼 도심포교의 선두에 서서 현대 도심포교의 역사를 써왔다. 얼마 전에는 9년간의 중창불사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비전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앞으로 불광사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길은 기존에 없던 도심포교의 새로운 전형이다. 도심포교사찰의 또 다른 미래를 불광사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 도심사찰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
새벽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도심포교사찰을 찾는 공간이 도심포교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심포교사찰의 역사는 꽤나 오래 됐다. 그 역사있었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 도심포교의 새 장을 열어갈 불광사의 도전
이처럼 도심포교사찰이 유행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원인은 ‘불교다운 불교’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전의 불교는 기복신앙의 형태가 뒤섞여 대중들에게는 ‘껍데기만 불교’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기복 이외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에 광덕 스님이 제시한 불교의 현대화・대중화・생활화・사회화는 불교의 정수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진정한 불교란 이런 것, 진정한 불자의 삶이란 이런 것이라는 체험을 하고 난 대중들에게 비로소 불교는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특히 불교교리에 대한 교육은 기복에만 익숙해져 있던 대중들이 제대로 된 불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됐다. 배우고 익힌 불교적 삶은 철저히 본인들의 생활 속에 배어들도록 했다. 그래서 광덕 스님은 ‘보현행원’을 강조했다. 이는 ‘내 문제의 해결’을 떠나 ‘내 주변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었다. 불광사 신도들은 자발적으로 신행활동을 이어가면서 틈틈이 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내 문제의 해결’을 넘어 ‘내 미약한 힘을 보태니 다른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지더라’라는 체험은 그렇게 대중들을 바꿔나갔고, 도심 포교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1990년대 끝 무렵 이 땅에서 벌어진 IMF사태를 전후해 도심포교사찰들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삶이 팍팍해진 대중들은 점차 절에서 멀어져갔고, 도심포교사찰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현실 속에서 현대적인 도심포교를 이끌었던 불광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대적 기능을 갖춘 새로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004년부터 중창불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로부터 9년째 되는 올해 비로소 중창불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불광사의 중창불사는 단순한 건물 리모델링이 아니다. 앞으로 전개할 새로운 비전과 활동계획에 맞춰 공간들이 재구성됐으며, 이제 이 공간들을 중심축으로 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세워지고 있다. 불광사의 중창불사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도심포교의 두 번째 장이 열릴 수 있을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이 공간 속에 어떤 고민을 담아내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도심이라는.공간과.이.지역에.뿌리내려라.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인터뷰
“도심포교사찰은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요? 그건 현재 불광사에서도 고민거리예요. 기복에 가까웠던 불교만 보던 대중들에게 진짜 불교를 만나게 해준 것이 이전의 도심포교 성과라면, 이제는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이냐에 따라 도심포교의 미래가 좌우될 겁니다. 저는 그 비전을 세우기 위한 힌트가 ‘철저히 뿌리를 내려라’라는말에 담겨져 있다고 봅니다.”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의 목소리에는 오랜 고민이 무겁게 배어 있었다. 지홍 스님은 1970년 범어사에서 출가의 길로 들어선 후 은사인 광덕 스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모셨던 인물이다. 그래서 광덕 스님이 그렸던 그 세상을 가장 잘 알고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스님은 도심포교사찰이 철저하게 지역 사찰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면 서울시, 그 안에서도 동쪽이면 동쪽에 확실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불광사의 경우 송파구, 광진구, 강동구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야한다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맺어가며 불광사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일부 사찰들을 보면 지역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사람만 많이 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도심포교사찰은 해당 지역에서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집, 유치원, 청소년 문제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함께 나누고 불광사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해요.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참 다양하죠. 환경, 교통, 교육 등의 문제를 문화, 교육과 같은 해법으로 풀어가려고 해요.”
스님이 이야기 하는 문제의 대표적인 예가 어린이와 노인 문제다. 요즘은 맞벌이 시대다. 외벌이보다 맞벌이를 하는 가구가 월등하게 많은 편이다. 그런데 맞벌이로 인해 불거지는 게 바로 어린이에 대한 보육 문제와 노인의 노후에 대한 문제다. 누군가는 돌봐줘야 하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국가가 해결해주거나 혹은 시설이 책임을 져주어야 한다는 거다. 또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관련된 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청년들을 위한 교육활동 등도 모두 불광사에서 앞으로 전개해 나갈 활동의 일부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절 신도들에 대한 사찰 측의 책임이다. 불광사가 처음 건립될 당시 함께 했던 주역들은 이제 모두 노년층이 되었다. 그런 분들 중 일부는 거동이 불편해 절을 나오기는커녕 일상생활도 불편한 실정이다. 그럴 때 절에서 책임지고 보살펴주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게 스님의 생각. 한 번 신도는 장례까지 책임지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 마디로 노후 걱정 없이 신행활동 하면서 자랑스러운 불자로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
“도심사찰에서는 기도, 불공, 수행지도만이 다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손발이 돼줄 수 있어야 해요. 저는 그런 활동이 보현행원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도심사찰이 가야할 길은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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