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법림사 무진 스님
패티 김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만드는 행복밥상
광주 법림사 무진 스님
광주 내남동에 자리한 법림사. 찾아간 사찰 중 한 곳이다
| 호남지역 사찰음식의 현주소
호남지역 사찰음식 현황조사는 지역 내 사찰들의 공양 실태를 파악하고 호남지역 사찰음식의 원형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제일 먼저 지역의 원로스님들을 초청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사찰음식의 문화와 생활상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우편과 전화 설문조사를 거쳐 호남지역 사찰 1,374곳 중 방문조사가 필요한 사찰 110곳과 추천 사찰 20곳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을 했다. 조사 결과 호남지역 사찰음식에서는 지역적인 색채와 불교전통의 수행정신을 찾아낼 수 있었다. 지역적 특징의 첫 번째는 호남이라는 지리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이었다. 특히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는 농업 생산성이 높아 계절색이 뚜렷한 식재료가 많아서 다양한 조리법과 맛을 구현할 수 있다. 그래서 호남지역의 사찰음식은 특산물을 이용한 것이 많다. 또한 타 지역과 구분되는, 호남지역 내에서 고유하게 전승되어온 방식과 문화적 특성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두 번째 지역색으로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를 직접 제조해서 대부분의 요리에 활용하는 점이 두드러졌다. 즉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는 단순한 조리법과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하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라북도는 차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기 때문에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 사찰에서는 차문화가 일찍 발달했던 점을 꼽을 수 있었다. 아울러 호남지역의 사찰음식에서는 불교전통의 수행정신이 강조되고 있었다. 지역의 원로스님들은 사찰음식의 정신으로 소식小食, 남기지 않고 먹는 것, 수행자로서의 청정한 삶에 자양분이 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많은 사찰에서 농작물을 재배하여 기초적인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고 있었고, 산사에서는 주변에서 채취할 수 있는 식재료의 활용방법이 발달해 있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사찰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먹을거리로 생긴 병은 먹을거리로 치유해야 한다
사찰음식 현황조사가 끝난 지 6개월 만에 법림사를 다시 찾아 무진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몇 달 전보다 더욱 맑고 밝은 얼굴로 객을 맞이했다. 1988년에 토담집만 한 채 있던 현재의 법림사 터에 온 무진 스님이 독거노인들의 복지활동에 나선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스님은 겉절이나 부드러운 나물과 같이 독거노인들이 드시기 좋은 반찬들로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서 보내는 일을 시작했다. 그 후 2008년에는 대해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해 현재까지 꾸준히 복지사업에 힘쓰고 계신다. 또한 법림사에서는 지역 경로당에 일주일에 두 번 점심공양을 올리고, 인근 어르신 50여 분에게 매주 밑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등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것은 해마다 천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광주 동구 지역 500여 어르신들에게 회향하는 ‘만발공양萬鉢供養’으로 이어졌다. 만발공양은 만 개의 발우라는 뜻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양을 베푼다는 의미인데 이는 사찰과 스님들이 대중들을 위해 차별 없는 마음으로 베푸는 보시를 말한다. 예부터 출가자는 재가신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법보시法布施를, 재가신도들은 출가수행자들을 위해 옷과 음식, 약품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시주하는 재보시財布施를 하였다. 하지만 재보시가 늘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법림사와 무진 스님이 그 본보기라 할 만하다.
무진 스님의 사찰음식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2,000여 평에 달하는 논밭을 퇴비, 등겨를 써서 무농약으로 가꾸면서, 사찰과 복지센터에서 소비되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을 찾아오는 대중들과 노인복지센터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공양에 사용되는 모든 먹을거리에 대한 스님의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담그는 것은 기본이고, 인근 야산에서 채취한 산야초나 열매, 약재 등으로 철따라 만든 각종 효소, 다양한 차가 준비돼 있다. 그 까닭은 ‘먹을거리로 생긴 병은 먹을거리로 치유해야 한다’는 스님의 신념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결핵이라는 난치성 질환을 안고 살아온 스님 스스로가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으면서 ‘청정한 음식’의 치유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약으로도 낫지 않던, 결핵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이 직접 기른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통해 완화되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겪었다. 스님이 대중을 위한 먹을거리의 자급자족이라는 ‘청정’의 정신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게 된 이유다. 스님은 많은 경우, 오염된 먹을거리로 인해 병이 생기거나 악화된다고 보았다.
“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너무 일찍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중증 노인성 질환을 진단 받은 어르신들을 보는 것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식단관리였죠. 육류는 주1회 정도로 최소화하고 모든 음식에는 절에서 기른 식재료와 직접 만든 장류를 쓰고요. 복지센터에 파킨슨병과 심한 우울증을 앓고있는 어르신이 계셨는데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 분을 사례로 삼아 매일 관찰하며 음식관리를 해드렸어요. 그 분의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보고 의사선생님도 놀라시더군요. 저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청정한 음식의 힘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죠.”
사찰음식의 정신이 그대로 담긴 식단으로 하루 세 끼를 드시면서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어르신들을 확인할 때가 무진 스님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순간이라고 한다.
| 고사리박수를 아시나요?
무진 스님은 사찰음식 전문가이면서 ‘자비명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마가 스님이 개발해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자비명상의 광주지부장이 바로 무진 스님이다. 스님은 마가 스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자비명상을 대해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과 매주 함께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비명상 지도자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무진 스님이 운영하는 자비명상 프로그램에는 ‘행복밥상’이라는 순서가 들어 있다. 법림사만의 레시피로 마련한 사찰음식을 명상 시작 전에 공양하는 것이다. 행복밥상을 준비하는 날의 설렘을 무진 스님은 법림사 카페에 이렇게 남겨두었다.
“메주콩을 씻어서 볶아 다시마와 표고버섯, 그리고 풋고추로 채수를 내어서 조선간장을 넣고 참깨를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서 패티 김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맛난 콩자반을 만들었다.”
이 설렘은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씻고 다듬고 요리하는 과정에서부터 함께 공양하는 순간까지 하루 종일 이어진다고 한다.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그 자체로 마음이 열려, 만드는 이도 공양하는 이도 모두가 하나라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스님도 스스로 익히고 생각해낸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면서 나날이 음식 가짓수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무진 스님이 차려주신 밥상에는 견과류를 넣어만든 도토리묵이 올라왔다. 이것 역시 자비명상 프로그램의 행복밥상을 위해 개발한 메뉴 가운데 하나였다. 주재료인 도토리가루는 어르신들이 주워온 도토리를 손질해 가루로 빻은 것이다. 무료함도 덜고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용돈벌이나마 판로를 열어 어르신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헤어지기 전, 무진 스님이 “고사리박수 아세요?” 하고 물어왔다.
“이렇게, 양손 손가락을 굽혀 고사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손가락 끝을 부딪치면 돼요. 말초신경이 자극돼서 인지기능 회복에 좋답니다. 그래서 복지센터 어르신들과 매주 함께하고 있지요. 손으로는 고사리박수를 치면서 입으로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해합니다’를 말해 보세요. 마음속 미움의 대상을 용서하고 수용하는 말이 결국은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하고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답니다.” 무진 스님의 사찰음식에 담긴 가장 맛있는 양념은 자신과 인연 맺고 있는 이들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사랑’이었다.
무진 스님이.추천하는.브레인.푸드.
건강한 뇌가 건강한 웃음을 만든다.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예방에는 매생이가 좋다. 중금속 배출에 강력한 효능을 지닌 아콘산이 들어있는 도토리는 뇌혈류를 맑게 해준다. 기억력을 높여주는 레시틴이 풍부한 두부도 대표적인 브레인 푸드. 무진 스님이 추천하는 브레인 푸드 레시피로 겨울철 지치기 쉬운 뇌에 활력을 주자.
매생이 떡국
- 매생이
- 떡국용 떡
- 채수(무, 다시마, 표고버섯, 풋고추)
- 당근
- 간장
- 참기름
1 매생이를 거름망에 담아 흐르는 물에 주물러 씻고 떡은 물에 담가둔다.
2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무, 다시마, 표고버섯, 풋고추를 넣어 푹 끓인다. 국물이 우러나면 체로 걸러 채수를 만든다.
3 채수가 끓으면 떡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4 매생이를 넣고 끓어오르면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불을 끈다.
5 그릇에 담아 볶은 당근채를 고명으로 올린 뒤 기호에 따라 참기름을 넣는다.
견과류 도토리묵
- 도토리가루
- 아몬드 또는 땅콩
- 양념장(간장, 꾸지뽕 효소, 참기름, 참깨가루)
1 도토리가루에 물을 1:6 또는 1:5 비율로 넣고 잘 섞어 불에 올린다.
2 눌어붙지 않도록 저으면서 끓이되, 한 방향으로 젓는 것이 좋다.
3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면 잘게 썬 아몬드 또는 땅콩을 넣고 뜸을 들인다.
4 뜸이 들면 유리용기에 묵을 부어 한 시간 정도 굳힌다.
5 먹기 좋게 썰어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끼얹거나 곁들여서 낸다.
두부당근까스
- 두부
- 당근
- 밀가루
- 식용유
- 양념장(고추장, 땅콩가루,포리똥 효소, 참깨가루)
1 두부를 으깨어 물기를 살짝 빼고 다진 당근과 섞어 치댄다.
2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빚어 밀가루옷을 입힌다.
3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팬에서 중불로 뒤집어 가며 속까지 완전히 익힌다.
4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살짝 뺀다.
5 그릇에 담아 양념장을 끼얹거나 곁들인다.
천원밥상과.만발공양.이야기.
법림사 무진 스님은 ‘밥퍼 스님’입니다. 이웃종교에 ‘밥’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훈훈한 사례가 있듯이 무진 스님도 그렇습니다. 법림사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기관인 대해노인복지센터에서는 해마다 학교 체육관을 빌려 ‘만발공양 대법회’를 엽니다. 500개의 발우에 500인분의 공양이 준비된다고 하니 상상만으로도 장관일 듯합니다. 열심히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에 작지만 따뜻한 희망을 전하기 위해 무진 스님이 두 팔 걷어 부치고 준비한 맛난 음식을 공양하는 것은 물론이요, 흥겨운 공연도 보여드리고 선물도 안겨드린다고 합니다. 무진 스님의 ‘손맛 나눔’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의 가벼운 주머니사정을 고려해 가격대비 만족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천원밥상’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천원밥상’과 어르신들을 위한 만발공양으로 자비로운 나눔을 실천하는 무진 스님, 힘차게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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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법림사 062)234-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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