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 서정주「국화 옆에서」 중에서
얼마나 많은 국화꽃을 피우려고 밤마다 천둥번개는 그리도 울었던 것일까요? 정말이지 바람 잘 날 없던 9월 한 달도 어느새 훌쩍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완연한 가을 냄새가 여기저기서 물씬 풍겨옵니다.
9월호 원고를 마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호 원고를 마감했습니다. 추석을 피해 서둘러 일을 진행하느라 편집부도 필자들도 이래저래 꽤나 속앓이를 겪었지만, 그 덕에 다들 추석 연휴는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는 올가을에 읽을 만한 책 10권을 선정해 소개했습니다. 얼마 전 새로 문을 연 광화문 교보문고에 불교관련 매대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책조차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데에 일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지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 괜스레 가슴 한 구속이 뜨끔합니다. 올가을에는 (한 수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을 좀 읽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불광」이 추천하는 책을 통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가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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