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굴리는 전법의 수레바퀴
불교대중화의 초석을 다진 광덕 스님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조명하고, 한국불교의 미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불광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지난 7월 10일 개원식을 가진 불광연구원은 도심포교와 대중교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확립한 광덕 스님의 사상과 불광운동을 재조명하고, 한국불교와 우리 사회가 처한 각종 현안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한국불교를 이끌어온 근간은 위로는 깨달음의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이다. 이런 정신으로 한편에서는 용맹정진하며 수행 가풍을 진작시키고, 또 한편에서는 전법교화로 불교대중화를 위해 헌신하며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두 축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조계종의 종지종풍을 확립하는 데 이바지한 스님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데 반해, 포교를 통해 불교대중화에 앞장선 스님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미미했다. 그 점에서 금번에 문을 연 불광연구원은 등한시되었던 한국불교의 한 축을 올바로 세우고 이(理)와 사(事)의 균형을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불광연구원 이사장 지홍 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 원철 스님 등 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원식에서, 불광연구원은 향후 연구범위와 과제, 진행절차 등에 대한 일정을 발표했다. 연구 활동의 기본은 광덕 스님의 사상과 전법행을 조명하는 것으로 향후 5년에 걸쳐 매년 5회씩 학술연찬회를 개최하여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광덕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물론 광덕 스님의 전법행을 통해 향후 불광사와 한국불교의 미래 비전을 모색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불광연구원은 광덕 스님에 대한 연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포교와 전법에 관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교계의 대표적인 포교전문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인물, 사상, 신행, 전법이라는 네 가지 연구 범주를 설정하고 각 영역에 해당하는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응용불교학과 포교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대 이사장 지홍 스님은 연구원 설립에 대해 “은사이신 광덕 스님께서 생전에 가지고 계셨던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설립에 대한 의지를 계승해 사회적 현안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한국불교가 직면한 제반문제에 대한 창조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이를 통해 “대중포교의 초석을 다진 스님의 전법행을 잇고 한국불교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겠다.”고 밝혔다.
불광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창립을 위한 수차례의 사전모임을 갖고 개원일정과 향후 연구 방향을 준비해 왔으며, 지난 5월 서재영 박사(전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가 책임연구원으로 위촉되어 연구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개원식에서 목경찬(불광교육원 교수), 석길암(금강대 HK교수), 이진영(동국역경원 역경위원), 김영진(인하대 연구교수), 최원섭(성철사상연구원 연구원), 이종수(원각사상연구원 연구원) 박사 등 젊은 소장학자들을 객원연구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연구진을 꾸렸다.
● 광덕 스님의 삶과 불광운동
- 불광운동의 이념적 지표와 개척과제를 중심으로
개원식에 이어 제1차 광덕사상 학술연찬회가 이어졌다. 제1주제로 ‘광덕 스님의 생애와 불광운동’에 대해 김재영 법사의 발표가 있었다. 김재영 법사는 광덕 스님께서 불광운동을 펼치게 된 요인(일반조건·개인적 동기)을 분석하고, 그 의미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사회적 운동으로서의 불광운동에 큰 의의와 가치를 두고 그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역설했다.
시민 중심의 개척불교운동
광덕 스님은 반야바라밀의 깨달음을 통해 인간가치의 절대적·존엄성·자존성을 선포한다. 그런 의미에서 불광운동은 인간중심운동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는 연기법을 근간으로 계승해온 불교의 전통적 교학에서 볼 때 매우 특이한 발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불광운동은 산업화되고 교육받은 시민들에 의해 주도된 시민 중심의 개척불교운동이다. 개척이란 도심 속으로 찾아가는 공간적 의미뿐만 아니라 기존의 출가중심·기복중심의 낡은 틀을 깨고 교리·의식·수행·사회활동 등 불교의 모든 영역을 새롭게 바꾸고 창출하는 총체적 혁신으로서의 개척을 뜻한다.
법등 중심의 전법운동
불광운동은 법회로 출발해 법등으로 실체화되었다. 이는 불광법회의 중심은 법등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법등은 전법운동을 통해 반야바라밀을 증득하고 전파한다는 점에서 불광운동 그 자체이다. 한편 법등운동의 근본 취지는 전법 전등에 있다. ‘전법 전등은 불광운동의 생명이다’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전법으로 환원된다.
사회적 실천운동
불교에 있어 사회적 실천 또는 사회적 변혁은 본질적 과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불교의 사회적 실천 기능은 약화되고, 사회구원 민중구제는 깨달음 이후의 부수적 사항으로 퇴보하거나 ‘보살행’이라는 명목 하에 화려한 구두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회적 실천의 상실은 현장의 상실을 의미하고 현장의 상실은 곧 불교 생명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광덕 스님의 사상과 실천을 일관하는 기본적 동기는 현장의식이다. 이 현장의식은 현실적 고통을 극복하고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려는 사회적 실천, 변혁의식으로 작동한다. ‘반야바라밀-보현행원-구국구세’는 미묘한 논리체계가 아니라 사회를 바꿔가려는 구체적인 실천이며 다양한 기능의 방법론들이다.
불광운동의 개척과제
현재 가장 긴급한 과제는 불광대중의 힘을 결집하고 확장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불광운동의 계승·확산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전문적인 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법등은 불광운동의 실체이며 주체이다. 법회의 에너지는 법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직되고 전법운동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역별 직능별로 법등이 활성화되고, 불광법당 개척으로 나아가야 한다.
● 광덕스님 사상의 개요
제2주제로 ‘광덕 스님 사상의 개요’에 대한 김선근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광덕 스님의 사상을 크게 선, 반야, 화엄 사상으로 나누고, 그 사상적 근거 및 이 세 가지 사상으로부터 창조된 내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되었는지 고찰했다. 그 과정에서 불광운동의 정체성과 새로운 신행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선사상
광덕 스님의 사상적 출발은 선방이었다. 스님은 범어사 선방에서 10여 년간 참선 수행하면서 자신의 사상적 구경처(究竟處)를 찾았다고 밝혔다.
“반야바라밀은 참선을 통해서 밝혀진 세계입니다. 참선을 통해서 밝혀진 궁극적인 진리의 세계, 원천적인 부처님의 세계, 그것이 반야바라밀입니다.”
『육조단경』에서 혜능 스님이 주장한 ‘항상 마하반야바라밀을 생각합시다’와 광덕 스님의 ‘항상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자’는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스님의 ‘마하반야바라밀’ 주창은 조사돈오선종(祖師頓悟禪宗)의 ‘염 마하반야바라밀 (念摩詞般若波羅蜜)’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야사상
광덕 스님 사상의 주조(主潮)는 반야바라밀 사상이다.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는 것, 광덕 스님은 자신의 불교적 믿음, 수행, 불광운동, 부처님, 삼세제불 등을 ‘반야바라밀’로 확고부동하게 주창하셨다.
“모두가 참으로 평화롭고 진리로써 하나가 되고 진리가 가지고 있는 공덕을 한결같이 누리자면, 육체에 물질에 감각에 타성에 매달린 관념들을 다 깨버려야 한다. 그것은 반야(般若), 반야사상 밖에 없다.”
화엄사상
광덕 스님은 보현행원을 ‘개인적으로 부처를 이루고 사회적으로 불국토를 성취하는 서원의 왕’으로 인식하셨다. 왜냐하면 보현행원은 본질이 법성신(法性身)의 윤리이며, 법성신의 전일적 자기실현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인도의 모든 윤리적 실천은 형이상학적 깨달음에서 유래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천으로서의 법등운동
광덕 스님은 반야바라밀행이 역사의식, 사회의식으로 나아가는 명분이요, 보살의 행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반야바라밀 사상으로 전법운동을 행할 서원을 세웠다. 불광의 법등 전법실천은 불광회 자체의 존속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불국토 성취이며, 바라밀 행원의 대행이요, 참되고 바른 진리실현의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개개인에게 불법을 전하는 것과 사회제도에 불법을 구현하는 것을 호법(護法)이라고 명명하고, 법등운동을 불자의 당위라고 주장했다.
<2010년 광덕사상 학술연찬회 운영계획>
1차 | 광덕 스님 생애와 불광운동 | 김재영 | 7월 2째주 토요일 | 불광사 교육원
광덕 스님 사상의 개요 | 김선근
2차 | 불성론과 인간관 | 석길암 | 8월 2째주 토요일 |불광사 교육원
무한생명사상 | 목경찬
3차 | 정토관 염불사상 | 김영진 | 9월 2째주 토요일 | 불광사 교육원
보현행원 사상 | 최원섭
4차 | 광덕 스님의 선사상 | 서재영 | 10월 2째주 토요일 | 불광사 교육원
광덕 스님의 불광사상 | 이종수
5차 | 바라밀 사상 | 이진영 | 11월 2째주 토요일 | 불광사 교육원
순수불교사상 | 석길암
<불광연구원 5개년 연구계획안>
년차 연구 분야 기간 주제 연찬회
1차년도 광덕사상 연구 2010.1~2010.12 10 개 5 회
2차년도 광덕 스님 사상의 현대적 조명 2011.1~2011.12 10 개 5 회
3차년도 불광회와 불광운동의 재조명 2012.1~2012.12 10 개 5 회
4차년도 불광사의 미래비전 모색 2013.1~2013.12 10 개 5 회
5차년도 한국불교의 미래비전 제시 2014.1~2014.12 10 개 5 회
김재영
193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역사학과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 동덕여고불교학생회를 창립하고 청소년 포교에 40여 년간 매진했으며, 현재 청보리회 지도법사로 청년포교와 대학생포교에 헌신하고 있다. 저서로 『룸비니에서 구시나가라까지』, 『무소의 뿔처럼』, 『광덕 스님의 생애와 불광운동』 등이 있다.
김선근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인도철학과 학과장, 한국불교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인도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도철학회 고문을 맡고 있다. 베단따 철학 및 인도철학과 대승불교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인도 정통철학과 대승불교』, 『모든 이웃을 부처님처럼』, 『마하뜨마 간디 철학연구』, 『베단따 철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