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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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뒷모습
  • 관리자
  • 승인 201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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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 주기 때문에 그 삶이 빛날 수 있다.”
- 법정 스님, 『아름다운 마무리』


강진 백련사 동백숲을 찾을 때마다
열락(悅樂)의 기쁨과 동시에 처연한 슬픔에 잠깁니다.
수백 년 묵은 동백나무 숲을 날아다니며 우짖는 동박새와
장엄한 숲의 기운은 분명 피안의 세계이지요.
그러나 통꽃으로 떨어져 핏빛으로 즐비한
동백꽃들의 주검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이끼 낀 부도 위 붉은 눈물의 꽃!
한순간 어느 영혼의 만남이자 이별 속의 입맞춤이려니….
‘아름다운 마무리’로 떠난 법정 스님은 생전에 또 말씀하셨지요.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 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서는 것이다. …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해이고, 자비이다.”



흔히들 ‘꽃이 진다고 너를 잊은 적이 없다’는 이별의 정한(情恨).
그러나 마침내는 꽃이 진 곳에 열매 맺히는 이치를 어찌하나요.
이에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떠올리며 이별의 미학을 배웁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강진 백련사 동백숲 >>> 96×59cm, 한지에 수묵 채색

낙화 >>> 59×96cm, 한지에 수묵채색,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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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ː 지금까지 12번의 개인작품전과 그림순례를 통해 12권의 저서를 펴냈다. 주로 생명의 숨결을 담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통찰하여 오늘의 삶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붓길이었다. 여기에 사생과 사유의 공간으로 뭇 인연들과의 만남을 회향하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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