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서광, 어둠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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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서광, 어둠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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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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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처님의 참모습

붓다를 보는 3가지 관점과 3가지 불교명절
붓다 당시의 인도인들이 붓다에게 깊이 매료된 것은 변화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붓다만의 해법제시, 즉 ‘깨달음’이었다. 이는 동시대인들에게 붓다의 생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되는 이유가 된다. 실제로 붓다의 생애와 관련해서 우리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많은 공백들을 가지고 있다.
붓다의 생애가 주목되기 시작한 것은 불교가 점차 종교화되어, 깨달음보다 ‘붓다라는 교조로서의 종교적 권능’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즉, 불교의 종교화가 붓다의 생애에 대한 재발견을 촉구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차이로 인하여 불교 안에는 붓다에 대한 3가지 관점의 이해가 존재하게 된다. 그 중 첫째는 탄생 자체에 가장 큰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불본행집경』으로 대표되는 불전류(佛典類)들을 통해서 확인된다. 탄생을 통한 이해는 불교가 종교화되어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 관욕의식 등과 더불어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양상이라고 하겠다.
둘째는 붓다의 성도(成道)를 중심으로 하는 이해이다. 이와 같은 양상은 『사분율』이나 『오분율』 등의 율부에서 확인되는 인식이다. 이는 깨달음을 통해서 인간 싯다르타는 비로소 완성자 붓다가 되었다는 측면에 기초한다. 성도를 통한 이해는 오늘날까지도 성도재일 철야정진이나, 성도 전에 수자타에게 우유죽을 받으신 것을 상징하는 납팔죽(臘八粥: 붓다가 성도한 12월 8일에 먹는 죽) 행사로 유전되고 있다.
마지막 셋째는 열반을 중심으로 붓다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는 『장아함경』의 「유행경」이나 『대반열반경』과 같은 경전들을 통해서 확인된다. 보리수 아래서 붓다가 깨달은 것은 육체라는 제약에 구속된 제한적인 것[有餘涅槃]이기 때문에, 열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無餘涅槃]에 이르게 된다는 깨달음에 대한 인식방법에 기초한다. 실제로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불기(佛紀)는 붓다의 열반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추산된 것인데, 이는 기독교나 유교에서 예수와 공자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불교적인 커다란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 중 무엇이 옳으냐의 문제는 불교의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붓다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전생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일대기 형식은 후대에 정립된 것이라는 사실 정도는 미리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에 대한 인식이 미진할 경우, 우리는 다층의 관점에서 초래되는 이질성의 문제와 붓다의 생애에서 나타나는 공백들에 대하여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7대 조상(祖上)이 청정하다
붓다의 가계에 관한 기록들은 『오분율』 등에 기록되어 있는데, 시조 겸 7대조는 사탕수수와 관련된 신화를 가지고 있는 감자왕(甘蔗王)이다. 감자왕은 첫째 부인에게 1명의 아들을 두고, 둘째 부인에게서 4명의 아들을 두었다. 첫째 부인이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시키는 과정에서, 둘째 부인의 네 아들은 자신들의 세력들과 더불어 왕국을 나와 북쪽의 히말라야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즉, 왕위의 계승과정에서 일군의 집단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정착한 곳이 후일 붓다의 왕국인 가비라이다. 감자왕은 네 아들들의 성공적인 정착과 새로운 왕국의 개창 소식을 전해 듣고, 이들을 ‘능력 있는 자’, 즉 석가(S′a-kya)라고 칭했는데, 붓다를 석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오분율』에 의하면, 석가족은 2대인 니구라와 3대인 구로를 거쳐 4대인 구구로에게 전해진 뒤 5대에 이르러 사자협에게 계승된다. 이 사자협왕이 바로 붓다의 조부가 되는 분으로 강궁(强弓)을 가지고 주변을 정복한 위대한 군주이다. 사자협왕은 다시금 네 아들을 두게 되는데, 이 중 장자가 6대 정반왕이며, 그의 적장자가 바로 붓다가 되는 7대 싯다르타이다.

① 감자왕→ ② 니구라→ ③ 구로 → ④ 구구로 → ⑤ 사자협 → ⑥ 정반 → ⑦ 싯다르타

조금은 불필요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러한 가계를 굳이 언급하는 것은, 이와 관련하여 ‘인종’과 ‘7대라는 상징’의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붓다의 인종이 백인이냐, 황인이냐의 문제는 이제는 제법 오래된 논의이다. 그러나 석가족이 인도 내륙 쪽의 감자왕계에서 갈라진 종족이며, 족내혼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이들이 백인인 아리안족이며, 순수혈통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후일 성도 이후 붓다가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국왕이나 바라문을 상대로 떳떳하게 7대 종성의 청정함을 말하는 것 등을 통해서도 단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또한 붓다는 인도 전통의 바라문교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동시에 일정 부분 이상은 계승하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붓다가 자주 ‘진정한 바라문’에 대해서 언급하거나, 독자적인 통과의례 등을 확립하지 않은 것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이와 같은 붓다의 인도전통에 대한 관점은 붓다가 백인의 아리안족이라는 측면에 무게를 실어준다.
7대 종성설에서 주의할 점은 이것이 실질적인 숫자 7을 지칭하는 것인 동시에, 여기에는 ‘완전’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4’와 ‘7’, 그리고 그 배수에는 만수(滿數)의 완전함이 존재한다. 이는 이러한 숫자를 이해하는 방식에 ‘실질’과 ‘상징’의 두 가지 접근이 동시에 요청됨을 의미한다. 이 점은 붓다의 생애와 불교관련 전승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7대 종성설은 단순히 7대를 지칭하는 것을 넘어서 붓다 가계의 완전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즉, 이는 신분제적인 성향이 강한 인도문화에 있어서 붓다의 혈통적인 순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연결되어 붓다는 크샤트리아의 왕통(王統)이 아닌 진리의 법통(法統)에 있어서도 ① 비바시불 → ② 시기불 → ③ 비사부불 → ④ 구류손불 → ⑤ 구나함모니불 → ⑥ 가섭불 → ⑦ 석가모니불의 7대에 걸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즉, 붓다는 왕통과 법통에 있어서 공히 7대라는 완전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의 완전성>
세간 : 7대를 통한 왕통의 청정성 붓다의 완전성
출세간 : 7대를 통한 법통의 청정성

국제정세와 석가족의 위치
붓다가 탄생할 무렵 인도의 중심지역은 상업의 발달과 정복전쟁 및 왕권강화로 인하여 거센 변화의 폭풍기에 있었다. 이 시기에 강국으로 등장하는 나라가 코살라국과 마가다국이다. 이 두 나라는 각각 사위성과 왕사성을 수도로 하여 국왕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형태를 통해 이웃나라들을 정복하고 있었다. 이 두 나라 이외에도 아반티와 밤사 역시 강국이었지만, 이들 나라는 불교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코살라와 마가다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붓다의 가비라국은 히말라야라는 폐쇄적인 지역성으로 인하여 상업과 선진적인 변화 유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붓다의 조부인 사자협왕 때 가비라국은 용맹함으로 주변지역의 영토들을 다수 확장할 수 있었지만, 불과 한 세대 만에 세상은 용맹함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즉, 상업의 움직임으로 인한 자본의 축적이 강대국의 조건을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히말라야에 위치한 가비라국에게 이는 가능한 조건이 아니었다. 또한 족내혼이나 공화제와 같은 전통의 고수는 순수혈통의 유지와 민주적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데 있어서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석가족은 결국 팽창하는 코살라국의 영향권에 편입되어 자주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락하고 만다.

석가족의 열망과 태몽
석가족의 쇄락은 당시 석가족이 극복해야만 하는 가장 큰 당면과제였다. 이는 당시 석가족의 수장인 정반왕에게 있어서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석가족의 분위기 속에서 붓다가 잉태되게 된다. 붓다의 태몽은 ‘여섯 상아를 가진 흰코끼리(六牙白象)’라고 한다.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동물은 코끼리와 사자, 그리고 킹코브라 등이다. 이러한 동물들은 붓다의 생애와 관련해서도 붓다에 견주어져 다수 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킹코브라와 같은 경우는 중국용과는 다른 인도용의 원형이 되는 동물이다. 즉,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용은 킹코브라이거나, 이것의 상징화된 측면인 것이다.
여섯 상아를 가진 흰코끼리는 우리 문화에서의 백호와 같이 코끼리들 중 최고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태몽에 휩싸여 붓다가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붓다의 비범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석가족의 열망이 붓다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반왕을 비롯한 석가족의 바람이 탄생하기도 전부터 붓다에게 집중되는 것은 석가족의 어려운 현실이 붓다의 상서로움 속에서 해소될 개연성으로 비춰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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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스님 ː 철학박사(율장) 및 문학박사(불교건축). 동국대 철학과 및 불교학과를 졸업하였고,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및 동국대 미술사학과 박사 졸업, 고려대 철학과 박사 수료하였다. 약 50여 편의 논저서가 있으며, 현재 월정사성보박물관 학예실장으로서 동국대, 울산대,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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