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솔잎 사이 빨간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살랑대는 아침 바람 대나무가지를 흔들어 싱그럽다. 이렇게 아침 해를 거듭 맞이하고 거듭 희망과 기쁨과 새 마음을 다지는 동안 또 새해를 맞는다. 햇빛, 솔빛, 대나무빛, 싱그러운 바람, 언제나 그것이로되 항상 새로움이여, 이래서 끝이 없는 세상을 노래하는 것일까.
부처님께서 세 가지 교만을 경계하신 것이 생각난다. 젊었을 때 이대로 영원히 젊으리라는 교만, 무병 · 건강할 때 씩씩하리라는 교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영원히 이대로 살 것이라는 교만. 교만이란 허망한 것을 믿고 으스대는 것이 아닐까. 어제 오늘 또 새해, 이렇게 지나는 사이 어쩌면 우리를 마음속에 이 세 가지 교만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지 돌이키게 된다.
그래도 이 아침에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믿음의 성장이다. 밝은 것을 만나고 또는 어둡고 침침하고 괴로운 늪을 지나면서 그 사이를 한결같이 믿음으로 살아왔다. 모두는 허물어지고 흘러가도 믿음 속에 바친 우리의 정성은 법성과 함께 한다 하였으니, 이 다행스러움이여.
다시 합장하고 한 해를 다짐한다.
불광도 이제 87호, 쌓아가는 연륜 속에 우리 불자들의 불심도 자라났고 부처님의 광명도 널리 퍼진 것을 자부한다. 오늘에 이르도록 한결같이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다. 아울러 독자 형제 제위 새해 만복하시기를 지축.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