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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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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 연작소설

 "웬 가을비가 이렇게 오지?" 창가에 서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섰던 강여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빗속을 달려오는 사람을 보고는 몹시 놀랏다. "아니 이 빗속을 ···." 강여사는 얼른 몸을 돌려 현관문을 열어놓고 떡집 남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얼마 안있어 빗물이 줄줄 흐르는 우비를 입은 떡집 남자가 비닐커버를 덮은 양은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아니 이 빗속을 어떻게 오셨어요?" 강여사가 미안해 하며 떡 대야를 받자"행여나 비가 그칠까 하고 기다려도 어디 비가 그쳐야죠."

떡집 남자는 얼굴위로 흐르는 빗물을 한 손으로 닦으며 허리를 폈다. "급한 것도 아닌데 나중에 비가 그치면 가져오지 그러셧어요." 강여사가 떡 값을 계산해 주며 다시 한번 미안해 하자 "이왕 한건데 따뜻할 때 잡수셔야죠. 맛있게 드십시요." 떡집 남자는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를 남기고는 돌아섰다. 강여사는 굳기 전에 떡을 먹게 하려고 빗속을 달려온 떡집 주인의 마음을 고맘게 생각하며 대야 위에 덮힌 비닐커버를 벗겼다. 그러자 뽀얀 김 속에 가지런하게 놓인 하얀 가래떡이 눈에 들어왔다.

김이 피어오르기 때문에 흰 가래떡은 더욱 말랑하고 맛있게 보였다. 강여사는 벗긴 비닐커버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대야속에 들어있는 떡을 들여다 보았다. 두말 반은 족히 되는 양이기 때문에 떡은 커다란 양은 대야를 거의 채우고 있었다. "국기전에 먼저 돌려야겠네." 강여사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천장안에서 커다란 접시들을 꺼냈다. 그리고 가래떡을 세등분으로 나눠서 접시 위에 수북하게 담았다. 옆집, 그옆집, 뒷집, 길건너 집 아랫집···.

강여사는 떡을 돌릴 집과 접시 수를 맞춰보다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랫집이라고 한 반장집 옆집에도 떡을 갖다줄까? 아니면 그만둘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강여사 집은 축대가 약간 높기 때문에 그 아래로 집이 두 채 나란히 있었다. 한 집은 반장댁이기 때문에 자연 왕래가 잦지만 그 옆집은 늘 얼굴을 마주 하는데도 인사도 변변이 나누지 않은 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 집은 강여사와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 모두와 그랬다. 축대 아래 살고 있는 부인 얼굴을 떠올리고 있던 강여사는 그 집은 일단 빼기로 마음을 정했다. 길거리에서 만나도 인사도 나누지 않고 지내는 사인데 떡접시를 들고 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져서였다. 강여사는 가는 동중에 떡이 식지 않도록 랲으로 잘 덮어서 들고 한집 한집 돌며 떡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썼지만 대여섯집 돌리고 나니 치마끝이 반넘어 젖어 있었다. 떡을 다 돌린 강여사는 집으로 돌아와서 젖은 옷을 벗어놓고 새로 옷을 갈아입었다.

옷 한벌을 버리고 왔지만 떡을 받으면서 좋아하던 부인들 모습을 떠올리니 강여사도 기분이 좋았다. 강여사는 마지막으로 동생 몫으로 싼 떡을 냉장고 속에 넣어 놓고 동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언니가 웬일이야?" 전화를 건 사람이 강여사임을 확인한 동생이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떡을 해놨으니까 퇴근할 때 들려서 가져가." "아, 떡. 떡해놨어?" 동생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웃으며 물었다.

"응 네 덕에 때아니게 떡인심을 썼다." "동네 사람들한테 나누ㅏ줬어?" "응." "잘했어. 아직 날씨가 더워서 오래 두고는 못먹을 텐데." "우리 애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퇴근길에 들려라." 강여사가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하자, "언니 나는 조금만 주면 돼. 애들 떡볶이 해줄거야." 동생은 떡을 많이 줄까봐  미리 걱정이 되는  듯 그런 당부를 했다. 강여사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동생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에 "떡국 끓여 먹을 수 있게 썰어 줄테니까, 걱정말고 가져가."했다. 집안일하랴 직장생활하랴 늘 뛰어 다녀야만 하는 동생으로서는 떡국을 안끓여 먹으면 안끓여 먹었지 떡 써는 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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