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은 목불상(木佛像)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부처님을 가장 가까이 모시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서부터 불상 조성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 왔지만 부처님께 진심으로 귀의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은 2년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밤 부처님 꿈을 꾸게 되었는데 그 것은 불상을 조성하는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부처님 상을 만들면서 내게는 나도 모르는 새 신앙이 스며들어 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 부처님을 뵙고 나니 내게는 불상을 만드는데 더욱 신심이 났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머리를 삭발하고 십 오리나 되는 거리를 뛰어서 법륜사에 도착했다. 마음을 깨끗이 맑히고 기도한 다음 작품에 임하였다.
한 여름인지라 날씨가 무척 더웠을 뿐만 아니라 장마까지 겹쳐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더욱이 그 해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각 지방에는 인명 피해와 산사태가 잦았다. 그런데도 나의 작업장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비가 오려고 하면 커다란 두꺼비가 작업장 입구에서 마치 작업장을 지키듯이 주위를 맴돌았고, 밤에는 모기가 극성이었는데도 작업을 하는 내게는 근접하질 않았다. 오십여 평 되는 건물에서 혼자 잠을 자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나는 저녁이면 불교성전을 가까이 두고 독송하였다.
그중에서 내게 감명을 준 것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이야기였다.
부처님이 오신다 하니 모두들 부처님 앞길을 밝히느라 큰 등을 달고 비추었건만 한 가난한 거지여인은 남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끼니를 잇는 신세였는데도 그 길 밝히고 싶어 기름집에서 기름을 얻어 부처님 지나시는 길목에서 비추었는데 밤의 푹풍우에 다른 큰 등들은 모두 꺼졌어도 거지 여인의 등만은 환희 비추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어쩐지 나는 부처님을 생각하면 그 거지 여인이 생각난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나이지만 정성껏 부처님의 자비스런 모습 조성하는데 열중한다면 내 가슴의 이 작은 등은 꺼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작품 조성 기간 중의 그 상서로운 일들은 부처님의 보살핌 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다행히 아무 일 없이 6개월 만에 부처님 상 조성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11면 관음상을 「불교 미술전」에 출품하여 대상인 「종정상」을 받는 영광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온 마음과 정성으로 조성한 그 부처님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나성 불교회관에 기증하여 모시고 있다.
이제 나는 단순한 작품 조성의 마음에서 불자로서의 신심을 더해 불상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부처님은 언제나 내게 그 위신력을 보여 주신다. 경북의 부석사 사천왕상을 조성할 때도 부처님 모습과 조성 과정이 꿈에 보이더니 현재 원만하게 완성하여 천왕문에 모시고 있다. 비록 내생은 짧지만 내 손으로 만든 불상들은 여러 불신자들에게 오래오래 변함없이 자비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생각하면, 망치하나 끌 하나 다루는데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불상을 조성하면서, 내 마음도 부처되도록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