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주 옛날에 인도 북쪽 히말라야 산이 남쪽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나지막한 산 밑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그물에 걸린 비둘기 그물을 다 쓸어버리고 다시 쥐 임금의 주최로 성대한 잔치까지 베풀어 주던 그날 저녁 때의 일입니다.
비둘기는 떠나고 쥐의 궁궐은 고요해 졌습니다. 향기로운 바람이 온 동산을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무 위에서 쥐 임금이 베푸는 선심을 지켜보던 까마귀가 슬그머니 욕심이 동하였습니다. 까마귀도 쥐에게서 무엇인가 얻어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쥐 왕에게 다정한 말을 걸었습니다.
『여보시오. 아까부터 비둘기한테 베푸는 것ㅇㄹ 보고 나도 쥐 나라의 온정에 감격하였소. 나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지만 비둘기보다 신세가 불행한 처지니 잘 부탁해요』하며 은근히 우정을 청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쥐 왕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흰 수염을 바람에 날리면서 껄껄 웃었습니다.
『까마귀야 너한테 그런 아첨을 듣기는 정말 천만 뜻밖이다. 세상에 살아가는데 교제가 그렇게 쉬운 것은 줄 아느냐? 인간세계나 우리 동물세계나 우정이라는 것은 서로 믿고 돕는 데서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너희들 까마귀는 어떠하냐 뱃속까지 그 털빛처럼 시커멓기로 소문나지 않았느냐? 네가 우정을 청해 온다만 나는 너를 가까이 했다가는 너한테 잡혀 먹히지나 않을 까 겁부터 난다. 얼마 전에 사슴이 늑대한테 속았던 것처럼 나도 그 꼴이 될까 두렵다. 미안하지만 너하고 사귀고 싶지는 않다. 옛날부터 성인이 이르시기를 「벗은 골라서 사귀라」고 하였더니라.』
사슴이 늑대한테 속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인데 이 사건은 히말라야 산 밑 동물세계에서 크게 소문 나 있었습니다.
인도 북쪽 마갈타나라에 장백림(莊百林)이라는 숲이 있었습니다. 이 숲속에서 사슴과 까마귀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욕심쟁이 늑대가 살찐 사름을 보고 잡아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늑대는 사슴 곁으로 가서 아양을 부렸습니다.
『이보게 사슴. 요새 재미가 좋은가? 원래 너는 생기기도 잘 생겼지만 참 신수가 좋구나 산짐승 가운데서 정말로 너는 군자의 상을 하고 있구나.』
사슴은 처음 보는 늑대를 돌아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지?』
『 나는 변변한 이름도 없는 짐승인ㄷ0p 친구도 없이 쓸쓸히 지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너 같은 군자를 만났으니 나로서는 참 좋은 날이다. 앞으로 당신을 형님으로 섬길 테니 나를 아우로 잘 사랑해주시요』하고 금 새 공대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착한 사슴인지라 그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좋다. 서로 두우며 지내자 내가 너를 못 돕더라도 마음만 잊지 말자. 그것이 의형제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형님 나는 별 재간이 없습니다만 다만 한 가지 성질이 좀 영약 하니 다른 나쁜 놈이 사슴 형님을 해치려고 하면 그놈의 목통을 물어 죽일 수는 있지요.』 늑대는 자기 힘자랑을 했습니다. 사슴은 늑대의 야심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해가 저물자 사슴은 늑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저녁 대접을 잘 하며 형님 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나무 위에서 지켜보던 사슴의 친구인 까마귀가 물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나서 의형제를 맺었는데 퍽 솔직해서 좋다. 너도 친구가 불었으니 기뻐해라.』
『잘 모르는 자를 데리고 와서 잠까지 재우는 것은 좀 생각해야 한다. 얼마 전에 쥐가 고양이를 제 굴에 재웠다가 전 가족이 잡아먹히지 않았더냐. 조심해야 하느니라.』
까마귀는 진지하게 사슴에게 주의를 주었던 것입니다.
까마귀도 위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므로 쥐 왕에게 그거 보라는 듯이 당당하게 말을 하였습니다.
『그거 봐라. 우리 까마귀는 친구를 위해서 그렇게 좋은 충고를 하는 것이 우리들의 내력이다.』 쥐가 되받아 말하였습니다. 『사슴과 까마귀의 경우와 나 쥐와 너 까마귀의 경우는 아주 다르다. 까마귀들은 강한 자에게는 아첨을 잘 하더라. 그런데 약한 자는 속여서 해를 끼치는 새다. 너에게는 유감이지만 나는 네 주둥이 뿔을 당해내지 못하는 약한 신세가 아니냐. 말은 고맙지만 그만둬라.』 하고는 굴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역시 세상을 살아가며 친구를 사귀자면 내가 먼저 성실하여야 하겠습니다. 나의이익을 생각에 앞세우고 참된 친구는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까마귀도 속이 허전하고 입맛이 쓸쓸하였지만 다시 더 말을 붙일 곳도 없어 저 건너 숲으로 『까왁 까왁』 서글픈 울분을 터트리며 날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