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내 가정은 원래 불교를 믿는 집안이었다. 내가 어릴 적 할머니의 손을 잡고 험준하고 가파른 유가사에 다녔다. 공양들인 밥맛은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동리 포교당(布敎堂)에서의 종소리는 은은하고 장엄하게만 들리던 것이 나의 심전(心田)에 심어진 불종자(佛種子)이라고나 할까요. 그때부터 가느다란 불연의 줄은 마음속 깊숙한 데서부터 생명선(生命線)에 이어졌나 봅니다. 해방이 되고 성인이 되어 25년간의 경찰관 생활은 생명의 위험과 밤낮이 없는 공무의 연속이었고 오로지 명령과 상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뿐 극히 피동적이었습니다. 비록 말직이나마 생활은 단조로웠고 무난하였습니다. 다만 자녀들의 생장과 더불어 생활의 부담이 날로 과중해짐에 따라 그날그날의 생활과 퇴직 후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돈이란 유혹에 넘어가기 쉬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명의 소치이지요. 사소한 물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금전의 수희로 그만 범법을 하고 말았습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불안과 공포의 나날은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25년 동안 근속한 나에게는 정관을 비롯한 각급 상사의 수없는 표창장등이 일시에 불타버린 재 덩어리가 되고 비록 미관말직이나 국가에 이바지한 25년 금자탑은 처참하게 무너져 마의 마음 또한 폐허에 누운 듯 공허뿐이었습니다. 맨주먹으로 길가에 버려진 신세였지요. 궁지에 떨어져 절망 속을 헤매는 자에게 무신론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인지 모릅니다. 인간의 지식과 경험에서 얻지 못하고 찾지 못하는 길을 절대자 즉 신불에게 해결책을 구하고 의지하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점이겠지요. 그 무렵 가창면 최정산 운흥사 초우 스님을 알게 되어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어둡고 답답한 마음에 부처님의 자애로운 빛은 생동감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 메마른 심전에 감로수는 흘러들어왔습니다. 내가 본래 부처님 자식이며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주위 환경과 새로 마련된 직장의 일도 이상하리만큼 잘 되나가고 퇴직 후 5년 동안의 불인의 결실은 나에겐 위대한 소산이었습니다. 내게서 나간 것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인과의 법칙과 일체유심 소현임을 믿을 때 나에게는 미운 사람 원수 따위는 없어졌습니다.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까지도 관세음보살이었고 영광된 졸업을 위하여 숙제를 안겨준 선생님이었습니다. 나의 영혼의 승화를 위하여 숙제를 준 분 들이라고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부처님의 무한공덕을 믿는 자만이 얻는 증명이 아니겠습니까?
불광은 2년 동안 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에겐 오직 감사할 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적은 책이야말로 쉴새없이 돌아가는 생명의 윤전기에 윤활유이라고 생각하며 편집진 여러분에게 합장 하옵고 불교가 인간을 본래의 완전한 모습대로 정립시키는 가르침이란 내가 받은 증명을 이에 게제시하는 바입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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