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토끼보살이 히말라야산 한 숲에 살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늘 착한 보살심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원숭이와 늑대와 물개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숲과 같은 강가에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토끼는 언제나 친구들에게 권하기를 「우리 착한 일하고 어려운 사람 동정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키자」고 하였는데, 어느 날 둥근 달이 솟아오른 밤이 됐습니다.
「내일이 보름달이로구나. 불공드리고 착한 일하는 날이니 우리도 스님이나 손님이 오시거든 대접을 잘 하자」고 토끼는 친구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세」 세 친구는 이의가 없었습니다.
이튿날 물개는 일찍이 먹을 것을 구하러 강가로 갔습니다. 생선냄새에 유난히 코가 밝은 물개는 모래에 덮인 잉어 꾸러미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잉어주인 있습니까?」하고 규칙대로 물개는 세 번 주인을 찾았습니다. 주인의 대답이 없으므로 잉어는 물개 차지가 됐습니다. 뜻밖에 횡재한 물개는 집에 돌아와 한숨 더 자자고 늘어지게 잤습니다
늑대도 새벽에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가 어떤 밭둑에서 쇠고기와 도마뱀을 발견하고 역시 규칙에 따라서 「쇠고기와 도마뱀 주인 있습니까?」 하고 세 번 물어봤습니다. 아무도 대답이 없으므로 늑대는 손쉽게 맛있는 음식을 얻고서 집에 돌아와 아침때가 올 때까지 자기로 했습니다.
원숭이도 숲으로 가서 망고열매를 따가지고 와서 한숨 더 자려고 누웠습니다.
토끼보살도 새벽 일찍 잠을 깨고 생각하기를 「좀더 있다가 풀밭에 가서 맛있는 풀을 먹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찾아올 스님에게 대접할 것이 생각나서 걱정이 됐습니다.
마침내 생각하기를 「나를 찾아오는 스님에게 풀을 대접할 수가 없다. 우리 집엔 쌀도 없고 깨도 없다. 그러니 내 몸을 죽인 고기를 공양하자」 하고 토끼는 무릎을 끊고 합장하고 앉아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토끼의 그 거룩한 생각과 정성어린 기도는 곧 제석천왕에게 감응하였습니다. 제석천왕은 「어디 시험을 해보자. 제 몸을 죽여서 도를 구하는 보살행을 정말 할 수 있는가?」 하고 그들이 사는 숲으로 탁발승의 모습으로 변해서 나타났습니다. 먼저 물개 집에 찾아갔습니다.
「스님은 왜 오셨습니까?」
「인자하신 주인이여, 먹을 것이 있으면 청하러 왔소.」
「좋습니다.」 물개는 강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잉어 일곱 마리가 있으니 잘 잡수시고 쉬어가라고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두어 주십시오.」
탁발승은 물개 집에서 나와 늑대에게 하루 쉬어가려고 왔다고 하니 늑대에게 하루 쉬어가려고 왔다고 하니 늑대는 반가와 하면서 시를 읊었습니다.
「움집 앞 밭둑에서 얻은 쇠고기와 도마뱀 많이 자시고 쉬어가십시오.」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두어 주십시오.」
탁발승은 이번에는 원숭이 집을 찾다 갔습니다. 원숭이도 반가와 하면서 잘 익은 망고 열매와 맛좋은 물을 마음껏 잡수시고 쉬어가시라고 하였습니다. 탁발승은 원숭이에게 감사하고 이번에는 토끼집을 찾아 갔습니다. 토끼는 탁발승의 식사 청을 받고 마음먹은 대로 말하였습니다.
「스님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제가 가장 정성들인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스님은 산목숨을 죽이지 못하시는 어지신 마음이시니까 죄송스럽지만 장작을 주어다가 불을 피워주십시오. 제가 맛있는 고기를 구어 드리겠습니다. 」
「무슨 고기입니까?」 「제가 불 속에 뛰어들어서 죽을 테니 자글자글 잘 구워지거든 저를 잡수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제석천인 탁발승은 토끼의 신념을 시험하려고 신력(神力)으로 곧 불을 피웠습니다.
토끼는 몸을 몇 번이고 부르르 털면서 털 속에 있는 벼룩이나 벌레를 다 털어 냈습니다. 그리고 합장하고 기도하려 하는 거동으로 불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의 모양은 연꽃 속에 춤추며 날아드는 새처럼 사뭇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은 토끼의 보살심을 시험하려고 피운 신비의 불이기 때문에 털 한개도 태우지 않았습니다. 뜻밖의 일에 토끼는 놀라운 목소리로 스님에게 말하였습니다.
「스님 이불은 웬일입니까? 뜨겁지도 않고 내 털이 한 개도 안 탑니다.」
스님의 몸에서는 거룩한 빛이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하늘 높이까지 뻗힌 듯 하였고 하늘 어딘가에서 은은한 노래 소리가 점점 가까이 왔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말하기를 「보살이여,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제석천입니다. 당신의 정성을 시험하려고 왔습니다.」하였습니다. 토끼는 합장하고 노래하듯이 말하였습니다. 「황송하옵니다. 모든 부처님과 하늘의 성인과 모든 사람들이 나를 증명하여 주십시오. 저는 진실 하나일 뿐 조금도 다른 것은 없습니다.」 토끼의 목소리는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무겁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제석천은 대지의 숯을 짜서 검정 물을 만들어 둥실 떠오르는 보름달 위에 토끼 형상을 그려서 영원히 토끼의 진심을 기념하고 온 세상 사람이 우러러 보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