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ꊱ 새해에 드리는 말
어찌 이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 있으랴. 나고 죽는 일, 사는 일에 두레박 우물을 퍼 올리듯 외로움을 퍼 올리는 것이 사람의 일 아니랴.
그러나 외로운 이여, 그대 혼자의 외로움이라면 아무 뜻 없어라. 외로움이 한낱 약한 갈대로 말라 버려서는 안 되어라. 외롭다하고 서러워해서도, 홀로 훌쩍훌쩍 울어서도 안 되어라.
바라건대 오늘의 외로움이란 그 외로움들이 하나 둘 한데 모여서 마침내 크나큰 한 덩어리의 외로움이 되어야 하리라.
그 큰 외로움은 이미 외로움이 아니어라. 힘이어라. 불끈! 솟아오르는 동산의 아침햇덩이여라. 외로운 이들끼리 서로 나뉘어 살지 말고 서로 껴안고 얼싸안아서 한 덩어리의 외로운 겨레가 되면 거기에는 외로움이 아닌 크나큰 정의와 자유 가랑의 힘으로 가득하리라.
돌이켜 보건대 외로운 이여, 그대들과 나는 너무 오래 동안 서로 저 혼자의 외로움에 매달려 왔던 것 같아라. 그것으로는 진리를 만날 수 없고 그것으로는 하나의 세상을 이룰 수 없으리라.
우리가 아직 이 땅의 분단 시대를 이겨내지 못한 것도 외로움을 서로 달리했기 때문이어라.
외로운 이여, 내가 그대들을 달래고 그대들이 나를 달래어 서로 한 뜻이 될 때 거기에 우리가 이루는 뜻이 빛나리라. 이제 외로운 이는 결코 외로울 수 없는 이들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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