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새해에 드리는 말·불교계에
평생에 가장 기뻤던 일은 8·15 해방이 되었을 때인데 30이 넘도록 한 것이 독립 운동 뿐인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내가 중이 된 것은 30세 때였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울에 왔더니 고향인 평안도 정주에서 형사가 쫓아 왔다. 그래서 금강산으로 피신한다고 나섰는데, 그 길목인 강원도 회양 땅에 「봉일사」란 절에 들른 것이 숙연이었던지 그만 참말 중이 되어 50여년을 절에서 지내 오게 되었다.
요즘은 신도들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신도라면 나이 많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순전히 부처님께 복을 비는 신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젊은 신도들도 많이 생기고 불교교리를 알려고 하는 분들이 퍽 많다. 오늘날 불교신도들은 대개는 불교 교리를 조금씩은 알고 있으니 불교가 확실히 많이 발전된 것을 느낀다.
역시 불자(佛子)는 탐심이 없어야 된다. 탐심이 없어야 되겠다 하면 당장 없애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욕심을 그만큼 조금 부리게 된다. 또 그것이 씨가 되어 일생에 조금씩 없어지고, 또 그다음 생에 또 불자 노릇하면 조금 더 없어진다. 불교는 한생이나 두 생에 되는 게 아니고 오랜 생을 두고 해서 되는 것이다.
불교 발전은 스님네가 책임지고 시켜야 한다. 요즘 대학까지 나온 사람들이 절에 와서 4집(四集)이나 배워 가지곤 발심이 되지 않는다. 교과서부터 고쳐야 한다. 대학까지 다닌 사람들한테 한문 가르치는 것은 의의가 적다. 한문 배우는 것은 경을 보기 위해서인데, 대학 다닌 사람들에 번역해서 가르치면 모두 다 이해하니 꼭 한문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전엔 국문이 없이 번역을 못했으니 한문으로 배웠지만 지금은 우리말로 번역한 것을 배우면 글 읽기 위해서 애쓰지 않아도 된다. 뜻만 알면 되지 않느냐?
지금 역경원에서 하는 역경사업은 우리 민족이 가진 대장경이 있어야 하겠기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에 보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말로 번역을 해 놓아야 나중에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되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엔 경을 알려는 의욕이 많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학생들은 신심으로 불교를 알려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으로 알려는 경향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욕망에 차도록 공급해 줄 것이 없는 것이 걱정된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하다보면 신심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르고 하는 것은 맹신이다. 자기소견이 생기게끔 해줄 자료가 절실히 요청된다 하겠다.
오늘날 종단엔 아직도 의견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인데 예전엔 그래도 우리들에겐 명분이 있었다. 지금 분규는 아무 까닭 없이 공연히 감정이 쌓이고 또 감정을 생겨서 그건 것 같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으리라고 본다.
중은 본래 참말 발심이 되어서 되어야겠는데 예전부터 그런 사람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그저 어쩌다가 중이 되거나 또는 제각기 사정에 의해서 중이 되었다가 나중에 중노릇 잘 한 사람이 더러 있다. 예전에도 요즘보다 비교적 좀더 많았다 뿐이지 중 된다고 다 중노릇 잘한 것은 아니고 그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이제는 나도 죽는 일밖에 남은 게 없어서 올해 죽나 내년에 죽나 하고 있지만, 내생에도 내 마음 대로 태어난다면 우선 다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곤 한국에 나고 남자가 되어서 한 20세 까지 글을 배운 뒤에 중이 되어, 역경사업을 또 하고 싶다. 이번 생애의 여러 인연 때문에 결코 다른 나라에는 가서 나지 않을 것이다. 역시 한국에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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