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국문학] 불교와 한국 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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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국문학] 불교와 한국 고전소설
  • 김기동
  • 승인 200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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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한국 고전소설

 우리 겨레는 삼국 시대에 불교를 받아 들여 비로소 종교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불교는 문학을 비롯한 미술. 건축. 음악. 인쇄 등 모든 문화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쳐, 온통 우리의 문화사는 불교 문화사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정신 문화의 대표적 양식인 문학에 있어서는 신라에 들어와 우리 나라 최초의 정형시인 향가문학이 형성되자, 신라인들은 향가의 형식을 빌어 불교의 신앙 생활을 노래하여, 향가 문학은 곧 불교 문학이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고려 왕조를 거쳐 조선 왕조에 들어와 산문문학의 대표적 양식인 소설 문학이 발생하자, 문인들은 소설의 양식을 빌어 불교의 교리나 사상을 주제 설정한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제, 조선 시대에 나온 고전 소설 중에서 그러한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을 찾아 보면, 먼저 불교의 경전에 나오는 불교 설화를 소설화한 작품으로는, 〈금우태자전(金牛太子傳)〉을 비롯한 〈안락국전(安樂國傳)〉.〈금강공주전(金剛公主傳)〉.〈적성의전(狄成義傳)〉 등이 있다.

  그리고 순연한 창작 소설로는 우리 나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중의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浦記)〉와 〈남염부주지(南炎浮州志)〉를 비롯하여, 〈왕랑반혼전(王郞返魂傳〉〈최척전(崔陟傳)〉.〈구운몽(九雲夢)〉.〈당태종전(唐太宗傳〉.〈심청전(沈淸傳)〉.〈옹고집전(擁固執傳〉등이 있다.

  그러면 먼저 본전을 소설화한 작품부터 그 주제를 살펴 보면, 첫째 〈금우태자전〉은 〈과거태자인행경(過去太子因行經)〉을 소설화하였다. 〈과거태자인행경〉은 석가모니의 전생담의 하나로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하여 불교의 인과사상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관음보살이 금송아지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하여 주었고, 또 금송아지를 우전국으로 가서 공주와 결혼하도록 한 것을 보면, 불교의 관음사상도 찾아 볼 수 있다.

  〈안락국전〉은 불전에는 없고, 조선 세종조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저술한 〈석보상절(釋譜詳節)〉에 나오는 안락국태자의 설화를 소설화한 것으로 역시 석가모니의 전생담의 하나라 하겠으나 우리 나라에서 창작해 낸 부처님의 전생담이라는 데 그 존재 가치가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불교의 인과 사상을 볼 수 있고, 불교의 윤리 사상인 제악막작(諸惡莫作)과 중선봉행(衆善奉行)을 볼 수 있으며 또한 자기 몸을 희생해서까지 부처님에게 바치는 공덕 정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금강공주전〉은 최근에 발견된 작품으로, 〈현우경(賢愚經)〉을 비롯한〈백연경(百緣經)〉.〈잡보장경(雜寶藏經)〉.〈경률이상(經律異相)〉.〈법원주림(法苑珠林)〉등에 나오는 금강공주의 변신 설화를 소설화하였다. 추녀로 태어난 금강공주가 결혼한 후 미인으로 변신한다는 플롯에서 우리는 전세와 현세를 연결하는 인과 사상을 볼 수 있고, 부처님의 영험사상을 볼 수 있다.

  〈적성의전〉은 〈현우경〉.〈보은경(報恩經)〉.〈선우태자경〉.〈선생태자경〉등에 나오는 선사태자(善事太子)의 설화를 소설화하였다.

  이 작품은 불전을 소개로 하였을 뿐 완전한 창작이다. 불전 설화에서는 육도(六度)중의 인욕(忍辱)과 보시(布施)를 주지로 하고 있으나, 작품에서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 사이의 우애를 주제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품에서 앞의 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전세와 현세를 잇는 인과 관계가 아니다. 선악에 의한 인과 관계를 볼 수 있다. 곧 선인에 대하여는 선과를, 악인에 대해서는 악과를 말함이다.

  간악한 형 항의(抗義)는 동생을 죽이려다 도리어 죽음을 당하였고, 동생 성의(成義)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천신 만고 끝에 선약을 얻어 오다가 그 공을 시기하는 형에게 살해되었으나, 살아나 중국으로 들어가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었고, 벼슬이 승상에 올라 부귀와 공명을 누리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국왕이 된다는 것은, 선인데 대한 선과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작가들이 창작한 소설을 살펴 보면,〈만복사저포기〉는 남원에 사는 노총각 양생이 부처님의 영험으로 아름다운 짝을 얻고 사랑을 속삭였으나 그 여인은 3년 전에 죽은 처녀의 화신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불교의 인연 사상과 윤회사상을 볼 수 있다. 남주인공 양생과 여주인공 최씨는 부처님에 의하여 결현을 하였고, 최씨는 죽어 다른 나라에 가서 남자로 전생하였던 것이다

 〈남염부주지〉는 불교의 내세인 지옥의 처참상을 그려 놓았다.

 〈왕랑반혼전〉은 신불(信佛)의 과정과 불교의 윤회 전생 사상을 그려 놓았다.

  〈최척전〉은 작자가 분명한 작품으로 광해조의 문인 조 위한(趙緯韓)이 지은 한문소설이다. 최척 부부가 아들을 낳지 못하여 남원의 만복사(萬福寺)에 올라가서 아들 낳기를 발원하였고, 부처님의 점지로 아들을 낳았다.

  임진란 때 여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갈 때 바다에 빠져 죽으려고 하자 부처님이 나타나 죽지 말라고 격려했었고 또 여주인공이 중국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다가 해적을 만나 궁지에 빠져 자살하려고 하였을 때에도 부처님이 나타나 죽지 말라고 하는 등, 임진란 때 일본, 중국, 만주 등 3국으로 이산했던 가족이 30년만에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와 재회한다는 것이 오로지 부처님의 가호였다는 것이다

〈당태종전〉은 중국 당나라 태종의 전기(傳記)가 아니라, 당태종이 죽어 저승으로 들어가서 극락과 지옥을 구경하고 소생하여 독실한 불교 신자가 되었고, 전국에 불교를 홍포한다는 것으로 불교의 내세관(來世觀)을 보여 줌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신불하도록 하려는 불교의 포교에다 주제를 설정한 작품이다.

  〈구운몽〉은 숙종 때 김만중(金萬重)이 쓴 작품으로, 플롯은 유교의 공명주의를 내세워 구성해 놓았으나, 주제는 불교의 왕생 사상을 제시해 놓았다. 인간에 있어서 가장 큰 애착은 삶에 대한 것이요, 또 가장 큰 공포는 죽음에 대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놓은 작품이 〈구운몽〉이다.

  〈심청전〉은 판소리를 소설화한 작품으로, 그 소재는 전남 성덕산에 있는 관음사의 연기 설화이다. 부처님의 영험을 믿고 있는 심청은 몸을 팔아 절에다 공양미 300석을 바치고 인당수의 제수가 된다. 그러나 용왕의 도움으로 살아나 왕후가 되었고, 심청의 아버지 심봉사가 딸을 마나는 순간에 눈을 떴다는 것을 불교의 인과로 보고 있다.

  끝으로 〈옹고집전〉도 판소리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부모에 불효하고 스님을 능모하던 옹고집이 도승의 도술에 걸려 혼이 나고는 개과천선하여 독실한 불교 신자가 된다는 해학적인 표현을 통하여 불교를 능멸하는 인간을 풍자하고 있다.

  이상으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고전소설에서 불교의 교리와 불교의 설화를 소설화함으로써 불교를 홍표하려고 한 고전 작가들의 의지를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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