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용기 있는 게 이야기
상태바
[연꽃마을 동화] 용기 있는 게 이야기
  • 광덕 스님
  • 승인 2008.02.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꽃마을 동화

옛날 아주 옛날, 「사아린」이라는 마을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젊은 농부는 마음씨가 착하고 부지런했습니다. 논도 밭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쉬지 않고 일하였습니다.

농부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발을 씻으려고 연못가에 갔다가 아주 예쁜 게를 만났습니다. 그 게는 그 색이 나고 매우 귀엽게 생겼습니다. 농부는 반가운 나머지 게를 집어 쓰다듬으며 이야기하는 중에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농부는 다시 못가에 갔습니다. 거기는 역시 전날의 예쁜 아기 게가 나와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농부는 반가워서 게를 붙들어 인사한 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밭에 가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자 역시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돌아와 게를 물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게와는 대단히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밭에 뿌렸던 씨앗도 크게 자랐습니다. 아기 게도 큰 게로 자랐습니다. 게의 온몸에서 금빛이 반짝였고 발에는 억센 가시 같은 털이 돋혀서 그 위엄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아침에 게를 만나면 인사를 하고 게를 등에 업고는 밭으로 가서 일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는 재미있게 이아기하다가 다시 물가에 내려놓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농부는 마음씨도 착하고 부지런도 하였지만 보석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농부의 밭둑 나무에 살던 까마귀가 농부의 아름다운 눈을 탐내었습니다. 「저 눈을 먹었으면 좋겠다…」하는 욕심이 나서 남편 까마귀에게 청하였습니다.

「여보시오, 저 농부의 눈이 얼마나 좋아 보입니까. 나는 저것이 먹고 싶습니다. 꼭 구해주십시오.」

「그것은 안돼요. 너무 욕심 사나워요. 그런 일은 나로서는 할 수 없어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가르쳐 드리지요. 저쪽 숲에 개미굴이 있죠? 그 곁에 뱀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검은 뱀이요. 그 뱀하고 잘 친해서 뱀에게 부탁하여 농부를 물게 하는 겁니다.」

「아, 알겠다. 그렇다면 나도 해보지.」

까마귀는 뱀이 사는 숲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뱀에게 여러 가지 친절을 베풀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뱀은 까마귀에게 고마운 인사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때 까마귀가 뱀에게 말하였습니다.

「내 소망은 딴 것은 없어요. 저 청년농부가 이 앞에 지나거든 당신이 꽉 물어주시오. 그러면 내 소원은 다 됩니다.」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다음날이 밝기를 기다려 뱀은 밭둑 풀숲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농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먼저 물가에 가서 게를 만나 인사를 하고 게를 등에 업고 밭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검은 뱀이 나타나서 농부의 발을 물었습니다. 농부는 깜짝 놀라 쓰러졌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게는 얼른 등에서 뛰어내려 곁에 몸을 숨기고 두 눈을 높이 치켜세우고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뱀이 친구의 발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나무 위에서 까마귀가 내려와서 농부의 눈을 찍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둘이 짜고서 친구인 농부를 해치고자 하였던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억세게 생긴 가위 발을 높이 쳐들고 친구 가까이 가서 있다가 까마귀가 날아서 농부 앞에 오자 그의 목을 꽉 집었습니다. 숨이 막히게 된 까마귀는 소리소리 지르면서 친구인 뱀을 불렸습니다.

「뱀님, 나를 버리지 마시오. 내가 죽겠습니다. 어서 나를 도와주시오.」

뱀이 다시 가까이 왔습니다. 이를 본 게는 이번에는 왼쪽 가위발로 뱀의 목을 집었습니다. 그러나 죽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숨이 막힌 뱀이 게에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이 왜 나를 죽이려 하는 거요?」

「여기 쓰러진 농부는 나의 친구요. 그런데 당신들이 우리 친구를 죽게 만들지 않았오.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그냥두지 않겠오. 」

「그렇다면 까마귀와 나를 빨리 살려 주시오. 그러면 내가 입으로 독을 빼어서 농부가 살아나게 할 테니까요.」

이 말을 들은 게는 뱀을 약간 늦추어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해 주니 어서 나의 친구의 몸에서 독을 빼내시오. 우리 친구가 성하게 일어나게 되면 내가 당신을 살려 주겠오.」

게가 뱀의 목을 좀 늦춰주자 뱀은 농부의 발을 몇 번인가 핥고 빠는 듯하더니 농부가 기운을 차려서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게는 까마귀의 목을 여전히 꽉 물고 있었으므로 까마귀는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까마귀와 뱀이 서로 번갈아가며 게에게 사죄를 하였습니다.

「게님, 우리들이 잘못하였습니다.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테니 살려주십시오.」

하고 몇 번이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게는 좀체 놓아주지 않고 한참 동안 까마귀와 뱀의 목을 조르다가 이윽고 점잖은 목소리로 타일렀습니다.

「당신들이 나쁜 짓을 하니까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오. 이번에 꼭 목을 졸라서 당신들을 죽게 할 것이나 당신들이 마음을 고쳐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사죄하고 맹세하였으니, 그러면 놓아주겠오. 앞으로 착한 마음으로 사시오.」

뱀과 까마귀는 두 번 세 번 착하게 되겠다고 맹세하며 고마워했습니다. 게에게서 풀려난 까마귀는 멀리 달아났습니다. 검은 뱀도 어디론가 멀리멀리 사라졌습니다. 농부는 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다시 등에 업고 못가로 갔습니다. 농부는 목욕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집으로 헤엄쳐 갔읍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