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경우, 자기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을 하지만 때로는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못하고 경거망동하는 경우가 많다.
몇 해 전에 스페인의 수도인「마드리드」로 투우 구경을 하러 간 일이 있다. 호텔에서 투우장까지는 얼마 멀지 않기 때문에 걸어갔었다. 도중에 교통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건너가게 되었다. 구경하겠다는 목적의식 때문에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건널목을 지나갔다. 그때 뒤에서 교통순경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나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느냐?」고 물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다고 대답을 하였더니, 「당신네 나라에서는 교통 규칙을 지키지 않느냐?」고 반문을 한다. 그 순간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던 부끄러움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그 후, 나는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나의 행동에 대해서 항상 주의를 하고, 자기 보다는 나라와 국가와 사회와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게 마련이다. 목적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가치의식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란 삶의 척도의 최고 기준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할 때 그 가치를 자칫하면 자기의 행복에다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마드리드」에서 경험했던 교통 신호 위반사건과 같이 다른 사람의 복리와 행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편리한대로 교통규칙을 무시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자기의 행동에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바람직하게 인생을 산다는 것은 뜻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뜻있고 값있는 행동이란 자기의 이익이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먼저 생각할 때 이루어지는 결과로써 다른 사람이 행복하게 되면 자기도 자연히 행복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민주 사회에서 서로 공존(共存)하면서 사는 원칙이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못 살고 남도 못살게 되는 법이다. 그렇게 때문에 민주 사회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먼저 존경해야 하는 인도주의 사회이다.
다시 교통 신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적색 신호는 위험이라는 뜻이다. 위험은 멈추라는 뜻이다. 만일 우리가 그런 위험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자기의 편리만 생각하고 횡단보도를 그대로 건너갔다고 하자. 그럴 경우, 자기도 차에 치어 죽을 런지도 모를 것이요, 동시에 자기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차도 부서져서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제 아무리 급한 일이 있다 해도 지킬 것은 지키며 남의 행복을 위하여 질서 있게 행동할 때, 그 행동은 선행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 착한 행동은 자아의 행복뿐만 아니라 타아(他我)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며, 그러한 행동을 통하여 나와 네가 서로 잘 살 수 있는, 그러한 행동을 통하여 나와 네가 서로 잘 살 수 있는, 아름답고 질서 있는, 사회가 발전되는 법이다. ♣(敎傳 ․ 한양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