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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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8.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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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 여행할 때에도 박물관에 먼저 들려서 돌아보는 것이 나의 버릇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박물관에 들어가 살펴보면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의 흐름을 가장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가 있다. 인간의 가치는 정신적이건 물질적이건 간에 결국 문화의 가치라고 생각된다. 문화 없는 인간은 그것이 인간의 형태를 가졌을지라도 어느 모로는 인간 이전의 동물이다.

인간의 최대의 자랑은 결국은 문화의 자랑일 수밖에 없다. 자랑할 만한 전통적 문화가 빈약한 나라 사람은 어딜 가나 고개를 버젓이 들 수가 없게 된다.

우리가 비록 가난한 나라 사람이긴 하지만 세계 어느 회합엘 가더라도 문화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6. 25 전란의 흔적이 생생하고 UN에 서 우리나라 전쟁고아를 위해서 모금을 하던 무렵에 나는 미국과 유럽 각지를 여행했었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의 문무를 선전할 정부 간행물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내가 미개한 나라의 교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첫째는 석굴암의 십일면 관음보살과 보현보살의 입상 사진이고, 다음은 영어 해설을 넣은 가야금 산조의 녹음테이프이다. 기회를 만들어 이두 가지를 보이고 들려주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전연 달라진다. 한글의 자모음 24자를 조립하면 2천 7백 여의 음절이 가능한 것과 금속 활자의 인쇄가 독일보다 2세기 이상 앞서 있다는 것도 설명해준다.

나는 여러 나라의 박물관에 들릴 때마다 불상이 진열된 것을 보면 더 없이 반가와 한다. 전에는 단순히 예술 면에서만 불상을 보아왔으나 지금은 예술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집에는 몇 개의 불상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현관 입구에는 일본인들이 석굴암을 수리할 때에 발굴하였다는 험상궂은 금강역사 두상의 석고 복제가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관음보살 두상의 석고 복제도 걸려 있다. 일본 나라에서 산 대불의 목각 두상이며, 테헤란 박물관에서 산후기 간다라 불두(佛頭)복제도 걸려 있다. 그리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불상의 조각이 있으면 사가지고 오기도 한다. 나는 가난한 학자라서 만원을 넘어가는 정도의 것은 살 생각도 안 한다. 내가 이렇게 불상을 좋아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불상을 조각하는 사람들은 더 엇이 자비로운 부처님을 표현하기 위하여 온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부처님 같은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돌을 깎고 나무를 깎는다. 그러므로 불상은 어느 것이나 간에 불심이 스며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불상을 예술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자인 우리 집 여기저기에 부처님의 조각이 놓여 있는 것을 괴이쩍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의 착한 마음보다 더 아름답고 더 소중한 것이 있겠는가?

나는 유교학자의 종가 집 외아들로 다섯 살 때부터 처자천자문을 배우고 공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샤머니스트인 어머니를 북두칠성님께 밤마다 정안수[井華水]를 떠 놓고 삼십이 넘어서야 나 하나만을 낳았다. 그런데 나를 4월 초파일 석가탄신일에 낳았다. 양력으로 환산하니 5월 6일인데, 아내와 한 날이다. 5월 6일이 음력 4월 초파일이 된 때가 있어서 내외가 함께 부처님 오신 날에 생일을 지냈다. 내 생일과 내가 불상을 좋아하는 것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農傳⦁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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